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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 1598-1363(Print)
ISSN : 2465-8138(Online)
Han-Character and Classical written language Education No.44 pp.219-250
DOI : https://doi.org/10.15670/HACE.2018.44.9.219

Aspects of Traditional Value in Anecdote and How to Internalize Value

Kim, Yeon-soo*
* professor, Wonkwang university / E-mail: kch411@wonkwang.ac.kr
2018년 04월 10일 2018년 05월 04일 2018년 05월 25일

Abstract

The Chinese character and Curriculum in 2015 emphasized humanity education by establishing humanity capacity as one of core competencies and establishing sound values. What are the traditional values in the chinese text, and how can it help to shape the learner’s sound values and desirable personality have come to a situation we can’t ignore. This paper presents a method of examining the value of anecdotes among various tests and internalizing the values.
As a result of analyzing anecdotes in high school 『漢文Ⅰ』 textbooks by the revised curriculum in 2009, it was found that the number of values such as filial piety and loyalty was greatly reduced compared to previous textbooks. The change in consciousness in traditional value such as filial piety and loyalty is reflected. Instead, anecdotes containing funny stories are duplicated, and the changed aspects of the anecdotes in textbook, such as sex and rank can be captured. For example, it was changed from male to female and from heroic figure to common people and slave. Also painters and women slaves appear as the main character in anecdotes. As the anecdotes in high school chinese textbooks have changed, the values to be learned by the learners are also changed into sharing, passion, faith, courage from filial piety, loyalty and friendship.
Since the learner knows the content of anecdote, it does not mean that the value contained in it affect the value of the learner. In order for the learner to internalized the anecdotal values, the learner must accept and respond to the anecdotal contents and pass through the process of coming together in stages. Among the anecdotes included in the current high school Chinese textbook, the author made it more valuable to present a book with a high probability of understanding based on the teacher's questions and teaching strategies. One is to present data with different perspectives on the content and values of anecdotes, and the other is to recount the content and intent of anecdotes in historical and cultural contexts. At this time, it is important to take advantage of the teaching strategies using intertextuality and questions which enables the learner’s divergent thinking.

逸話에 담긴 전통적 가치관의 양상과 가치의 내면화 방안

金鍊秀*
高麗大學校 漢文學科 講師*

초록

2015 개정 한문과 교육과정은 핵심역량의 하나로 ‘인성역량’을 설정하였고 건전한 가치관 형성을 통한 인성 교육을 강조하였다. 한문 텍스트에 담긴 전통적 가치관은 무엇이며 어떻게 가르쳐야 학습자의 건전한 가치관과 바람직한 인성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더 이상 미뤄둘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다양한 한문 텍스트 중에서도 逸話를 대상으로 일화 내용 속에 담긴 가치관의 양상을 살펴보고, 그 가치를 학습자가 내면화하여 가치화하는 단계에 이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 의한 고등학교 『漢文Ⅰ』교과서 10종에 수록된 일화를 분석한 결과 이전 교과서와 비교해서 ‘孝’와 ‘忠’과 같은 가치를 담은 일화는 대폭 축소되었다. 孝와 忠과 같은 전통적 가치관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반영된 것이다. 대신 笑話에 속하는 우스운 이야기를 담은 일화가 중복 게재되었고, 새롭게 교과서에 수록된 일화는 주인공의 성별, 신분, 직업 등에서 기존과 다른 양상이 드러난다. 즉 남성 위주에서 여성으로, 양반이나 영웅적 인물에서 평민과 천민으로 바뀌었고, 화공과 상인과 여종 등이 일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고등학교 『漢文Ⅰ』 교과서에 수록된 일화 텍스트가 달라짐에 따라 학습자가 배우게 될 가치관 역시 효, 충, 우애 등에서 배려. 나눔, 열정, 신념, 용기 등으로 변화되었다.
일화의 내용을 학습자가 알게 되었다고 해서 그 속에 담긴 가치관에 학습자가 영향을 받거나 자신의 가치관으로 내면화하는 것은 아니다. 일화 속 가치관을 학습자가 내면화하려면 일화의 내용에 대해 학습자가 感受하고 反應하고 價値化하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모두 거쳐야 한다.
현행 고등학교 『漢文Ⅰ』 교과서에 수록된 일화 중 학습자가 感受할 가능성은 비록 낮지만 교사의 發問과 교수·학습 전략에 따라 價値化할 가능성이 높은 작품을 대상으로 일화 속 가치를 내면화시 킬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보았다. 하나는 일화 속 내용과 가치에 관해 다양한 관점이 드러난 자료를 제시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역사적·문화적 맥락 속에서 일화의 내용과 행위의 의도를 재조명하는 것이다. 이때 상호텍스트성을 활용한 교수·학습 전략과 학습자의 확산적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發問’을 잘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Ⅰ. 머리말

물질문명의 발달로 현대인은 물질적 풍요와 안락을 누리며 살아가는 측면도 있지만 그 이면을 들춰보면 물질만능주의, 무한경쟁, 이기주의, 타인과 공동체에 대한 무관심과 차별 등으로 인해 고통 받는 모순적 상황에 처해 있다.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만 살펴보아도 시장 만능적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여파가 여전히 남아 있어 말로는 인성교육을 외치지만 입시 위주의 공고한 체제 속에서 학생들은 경주마처럼 숨 가쁘게 앞만 보고 달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적 능력은 뛰어나지만 도덕적 성찰 능력은 현저히 떨어지는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가치관의 혼란 속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현재의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학생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그들이 자기 삶의 주체로 바로 서며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학생 스스로 현재 자신이 서 있는 좌표를 분명히 알고,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올바른 가치관 교육이 절실하게 요청되는 때라 할 수 있다.

한문과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교육과정이 개정되는 과정 속에서도 ‘선인들의 삶과 지혜를 이해하고 건전한 가치관과 바람직한 인성을 함양하며, 전통문화를 바르게 이해하고 창조적으로 계승․발전시키려는 태도를 지닌다.’라는 목표를 계속 견지해 왔다.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한문 기록 속에는 현대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 예컨대 인간의 존엄성 상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시, 물질 만능주의와 극단적 이기주의의 만연 등에 대해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자료들이 많다. 따라서 현재적 의미에서 가치가 있고 실천 가능한 내용을 정선하여 학습함으로써 건전한 가치관과 바람직한 인성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한다.”1)고 진술하며 건전한 가치관 형성을 통한 인성 교육을 강조하였다.

그런데 한문 텍스트에 담긴 전통적 가치관은 교사가 가르친다고 해서 학습자의 가치관으로 바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한문 텍스트에 담긴 선인들의 가치관에 대한 학습자의 공감이 먼저 이루어지고 자신의 가치관으로 받아들이는 내면화 과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전통적 가치관을 교육하기 위해서는 단지 한문 텍스트 해석에 그쳐서는 안되며, 학습자의 공감과 반응을 이끌어 내고 가치화 과정을 거쳐 내면화할 수 있도록 하는 교수・학습 전략이 필요하다.

여러 한문 텍스트 중에서도 逸話는 그 속에 담긴 가치관을 독자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가치관 교육에 가장 적합한 텍스트라 할 수 있다. 또한 일화는 재미있는 이야기이지만 그 이야기가 실제 있었던 사실이라는 점에서 허구보다는 학습자에게 전해지는 무게감이 다르다. 즉 일화는 다른 어떤 텍스트보다 학습자의 새로운 가치관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며, 기존에 형성된 가치관의 균열도 초래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본고는 일화의 이러한 측면에 주목하여 2009 개정 교육과정에 의한 고등학교 『漢文Ⅰ』교과서 10종을 대상으로 일화의 개념 및 범주, 일화 속 가치관의 양상, 일화 내용에 따른 가치화 가능성의 차이를 살펴보고 학습자가 일화 속 가치를 내면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한문 교과서에 수록된 일화 텍스트의 변화 양상과 그로 인해 학습자가 배우게 될 가치관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가치관 교육에 있어 학습자가 전통적 가치관을 자신의 가치관으로 내면화할 수 있도록 하는데 교수자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1) 교육부(2015), 15면.

 

Ⅱ. 일화의 개념과 범주

逸話는 평범하지 않은 빼어난 이야기로서 일상생활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역사적 인물의 삶 가운데 포착될 수 있는 사연을 언어화한 것이다. 일화의 ‘逸’이 ‘빼어나다’라는 뜻 외에도 ‘잃다’라는 뜻이 있어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라고 풀이하기도 하는데 빼어난 이야기가 아니라면 일화로 남겨지지 않았을 것이다.

일화에서 가장 중시되는 점은 실재성(實在性), 현실성이다. 실제로 일어난 사실이나 사건을 수용한 것이기에 그 내용은 현실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현실에서 어떤 사건이 발생하거나 어떤 인물이 존재하게 되었을 때, 그것이 그 전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것, 특별한 것이라면 쉽게 잊혀지거나 무시되지 않는다. 즉 일화를 일화이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나 실존한 인물들이 보여주는 독특한 인상이다.

그것은 익숙한 것으로부터의 일탈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그 일탈은 대체로 궁극적이고 지속적이기보다는 한정적이고 일시적이다. 이 같은 일탈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우선 ‘익숙한 것’이 성립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그 익숙한 것을 전제로 한, 익숙한 것으로부터의 일탈이 있어야 한다. 당사자나 목격자는 그 독특한 일탈의 양상을 구연하거나 혹은 글로 기록하여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것이다. 이것이 일화의 출발이 된다.2)

2009개정 교육과정에 의한 고등학교 『漢文Ⅰ』 교과서는 총 10종인데 각 교과서마다 일화를 1~2개 이상의 대단원으로 구성하였다. 한 교과서 당 평균 10개 정도의 대단원 밖에 없는데 그 중 1~2개 단원을 일화로 구성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일화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 다른 한문 산문보다 상대적으로 학습자가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텍스트이다. 또한 선인들의 삶과 지혜, 사상과 감정을 이해하여 건전한 가치관과 바람직한 인성을 함양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효과적인 글감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漢文Ⅰ』 교과서 10종 전체를 대상으로 ‘逸話’라 할 수 있는 대단원과 소단원을 분류해보면 다음과 같다.

2) 이강옥(1998), 42~44면.

 

 


‘일화라 할 수 있는’ 대단원과 소단원이라고 한정한 이유는 고등학교 『漢文Ⅰ』 교과서마다 ‘일화’에 대한 기준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일화라 하기 어려운 텍스트를 일화로 제시한 교과서도 있고, 같은 텍스트를 어떤 교과서에서는 일화로 또 다른 교과서에서는 史傳文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고는 위 표에 제시한 것 중 E교과서의 5. 먹지 않는 지혜_野鵝7. 갈매기와 노닐다_漚鳥를 제외하고 나머지 텍스트는 모두 일화의 범주에 포함시켜 논의하고자 한다. 5. 먹지 않는 지혜_野鵝 7. 매기와 노닐다_漚鳥를 일화의 범주에서 제외시키는 이유는 일화에서 가장 중시되는 실재성(實在性)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두 이야기 모두 주인공이 거위와 갈매기라는 점에서 일화의 기본 요건인 ‘실존하는 인물의 이야기’라는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일화의 범주를 정하는 데 있어 가장 쟁점이 되는 문제는 일화를 雜記文에 한정시킬 것인가, 아니면 史傳文까지 확대할 것인가이다. 2009개정 교육과정은 한문 산문의 문체를 글의 내용과 형식에 따라 說理文, 史傳文, 雜記文, 實用文의 4가지로 나누었다.3) 일화는 雜記文의 일종인 筆記에 속하는데 필기 중에서도 說話와 함께 稗說類로 분류된다.4) 史傳文은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의 행적을 서술하는 글이기 때문에 대상 인물에 관한 여러 이야기가 서술되어 있다. 2009개정 교육과정에 의한 고등학교 『漢文Ⅰ』 교과서교과서를 살펴보면 일화의 범주가 다르게 설정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각 유형을 분류해보면 다음과 같다.

 

(가) 잡기문에 해당하는 일화만 수록한 경우: A, B

(나) 잡기문과 사전문의 이야기를 모두 일화로 제시한 경우: C, D, E, F, G

(다) 잡기문의 일화와 사전문을 구분하여 제시한 경우: H, I, J

 

위의 세 유형 중에서 잡기문과 사전문을 모두 일화로 본 (나)의 경우에 해당하는 교과서가 가장 많다. 다수의 한문 교과서에서 사전문에 수록된 이야기도 일화로 규정하고 있는데 일화의 범주를 잡기문에 수록된 것으로만 한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逸話와 史話의 경계가 선명하지 않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일찍이 이래종(1997)도 이 문제점을 언급하며, 불가피하게 史話와 逸話 구분해야 한다면 그 원칙으로 “일화는 한 인물의 품성이나 언행 등을 기록한 것으로써 그 기록의 직접적인 동기는 주로 이야기 자체가 지닌 흥미에 있다. 반면에 사화는 역사적 사건을 둘러싼 이야기를 기술한 것으로써 그 기술의 동기는 후세에 교훈을 남기려는 데 있다.”5)고 한 바 있다.

그런데 같은 ‘안중근’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G교과서는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전과 후의 상황 설명과 안중근의 최후에 대한 다른 사람의 평가를 싣고 있고, J 교과서는 죽음에 이르러 안중근이 남긴 말을 직접 인용하고 있다. 이래종이 제안한 원칙을 가지고 구분한다고 해도 둘 중 어떤 것이 일화이고 어떤 것은 사화라고 명확히 구분할 수 없다. 안중근의 경우처럼 역사적인 사건과 인물의 언행을 분리할 수 없는 상황이 많기 때문에 일화와 사화를 엄밀히 구분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2009 개정 고등학교 『漢文Ⅰ』에 수록된 일화의 범주는 史傳文까지 확대하여 보는 것이 온당하다. 따라서 雜記文에 속하는 逸話와 史傳文을 구분하여 제시한 H, I, J 교과서에 수록된 史傳文이라 하더라도 逸話의 범주에 포함시켜 논의대상으로 삼았음을 밝히는 바이다. 

3) 교육과학기술부(2011), 24~27면.
4) 이래종(1997), 48면. 한편 이래종은 筆記의 하위갈래를 다음과 같이 분류하였다.
敍事的인 것- 稗說類(逸話 ․ 說話)
敎述的인 것- 野史類(史話 ․ 典故)
詩話類(詩論 ․ 詩評 ․ 作詩逸話)
辨證類(經史 ․ 名物)
5) 이래종(1997), 50면.
 

Ⅲ. 고등학교 『漢文Ⅰ』 교과서에 수록된 일화 속 가치관의 양상

2009 개정 교육과정에 의한 고등학교 『漢文Ⅰ』 교과서에 수록된 일화 속 가치관의 양상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어떤 일화가 여러 교과서에 중복 수록되었는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고등학교 『漢文Ⅰ』 교과서 집필 과정에서 일화라는 텍스트를 선정할 때 특정 일화가 여러 번 선택되었다는 것은 교과서 집필진이 그 일화 속 가치관을 학습자에게 가르쳐야 할 것으로 인식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 의한 고등학교 『漢文Ⅰ』 교과서 10종에 가장 많이 중복 수록된 일화는 ‘金萬德’일화와 ‘借鷄騎還’일화이다. ‘金萬德’일화는 C, G, H, I 교과서에 ‘借鷄騎還’은 A, B, F, J 교과서에 실려 있다. 김만덕 일화는 기녀였던 김만덕이 巨商으로 성공한 후 가뭄이 들었을 때 자신의 전 재산을 내놓아 제주도 백성을 구한 이야기이다. 김만덕 일화의 내용에서는 ‘나눔’, ‘배려’, ‘도전’, ‘진취적인 기상’ 등 다양한 가치를 찾을 수 있다. ‘借鷄騎還’일화는 金先生이라는 사람이 친구 집을 방문했을 때 자신에서 대접이 소홀한 친구에게 ‘닭을 빌려 타고 가겠다’라는 재치있는 농담을 한 내용이다. 어떤 가치관을 담고 있다고 하기 보다는 선인들의 재치와 풍자를 느낄 수 있는 내용이다.

두 번째로 많이 수록된 일화는 C, D, H 교과서의 ‘홍서봉 어머니’ 일화, A, C, G 교과서의 ‘黃喜’ 일화와, F, H, J 교과서에 수록된 ‘崔北’, B, H, I 교과서에 수록된 ‘崔興孝’ 일화이다. ‘홍서봉 어머니 일화’에는 ‘배려’가, ‘黃喜’ 정승 일화에는 ‘언행의 신중함’이라는 가치관이 담겨 있다. ‘최북’과 ‘최흥효’ 일화는 ‘예술에 대한 열정’에 관한 내용이다.

세 번째로 많이 수록된 일화는 E와 F 교과서에 수록된 ‘趙光一’ 일화, G, J 교과서에 수록된 ‘安重根’ 일화, D, H 교과서에 수록된 ‘金聖器’ 일화, A, J 교과서에 수록된 ‘一士, 一士妻’에 관한 일화가 각기 2번씩 수록되었다. 침술이 뛰어난 의원이었으나 부귀한 사람들의 아닌 가난한 백성을 헌신적으로 돌보았던 ‘조광일’ 일화에서는 이익을 구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가치관이 담겨있다. ‘안중근’ 일화에서는 ‘애국심’과 죽음 앞에서도 의연했던 ‘기개’를 볼 수 있고, ‘김성기’ 일화는 예술가의 ‘열정’에 관한 내용이다. ‘一士, 一士妻’ 일화는 선비가 책만 보면 잠이 들어 우는 아이를 재우기 위해 책을 보여준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일화 중에서도 笑話에 해당한다.

그 외 교과서에 한 번 씩만 나오는 일화는 유학자의 고결한 인품과 관련된 李滉, 許魯齋, 李珥의 일화, 예술가의 열정에 대한 李澄, 鶴山守의 일화, 학문에 대한 열정과 끈기에 관한 金得臣 일화, 우정을 지킨 鮑叔의 일화, 약속을 지키는 季札과 尾生, 목숨을 걸고 ‘忠’을 실천한 惟政, 階伯, 朴堤上 및 여종, 마지막으로 ‘孝’를 실천한 伯兪와 向得의 일화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 의한 고등학교 『漢文Ⅰ』 교과서에 어떤 일화가 여러 교과서에 중복 수록되었는가를 순서대로 살펴본 결과 다음 몇 가지 양상을 파악할 수 있다.

첫째, ‘효’라는 가치를 권면하는 일화가 대폭 축소되었다는 점이다. 고등학교 『漢文Ⅰ』 10종 중 2종의 한문 교과서에 ‘伯兪’와 ‘向得’ 일화가 실려 있기는 하지만 그것조차도 하나의 소단원에 단독으로 수록된 것이 아니라 다른 일화나 단문 중의 하나로 제시되어 있다.

반면 제6차 교육과정에 의한 고등학교 『漢文』 교과서를 살펴보면 11종 교과서에 모두 ‘효’라는 가치가 담긴 제재가 수록되어 있었다.6) 제7차 때는 10종 중 8종에, 그리고 2007 개정 때는 5종의 교과서 중 3종에 수록되어 있었던 것7)을 보면 교육과정이 바뀌어 새로운 『漢文』 교과서를 만들 때마다 지속적으로 축소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추세와 정반대로 창의・인성 교육을 하기 위해서 오히려 교과서에 효에 관한 내용과 분량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였다.8) 하지만 한문 교과서에 ‘효’에 관한 내용과 분량을 늘이는 것과 ‘효’라는 가치를 학습자가 공감하고 내면화하는 것과는 상당한 간극이 있을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으므로 보다 면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6) 정미정(1998), 23면.
7) 엄선용(2014), 454~455면.
8) 엄선용(2014) 464면.

둘째, 나라를 구한 영웅적 인물의 애국심, ‘忠’이라는 가치를 담은 일화 역시 축소되었다. 지금까지 『漢文』 교과서에 수록된 일화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물은 역사적으로 자신을 희생하여 나라를 구한 영웅들이었다. 제6차 교육과정에 의한 『漢文』 교과서에는 11종 중 9종에 忠과 관련된 제재가 수록되어 있다.9) 하지만 2009 교육과정에 의한 『漢文』 교과서에는 10종 중 D, G, J 3종에만 실려 있으며, 安重根의 일화만이 G와 J교과서에 중복 수록되어 있을 뿐이다. 자신을 희생하여 나라를 구하는 ‘忠’이라는 가치는 ‘孝’보다도 훨씬 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학습자가 공감하기 어렵고 가르치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점차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일화 주인공의 성별, 신분, 직업이 이전 교과서와 비교했을 때 훨씬 다양해졌다. 제6차 교육과정에 의한 고등학교 한문교과서에서 바람직한 가치로 선택한 것은 孝, 忠, 友愛, 勤儉, 修養, 자기희생이다. 그 가치를 실현한 인물로 안중근, 이순신, 민영환, 을지문덕, 강감찬, 김유신, 정약용, 김정호, 조광일, 김구, 곽재우, 김시습 등 거의 대부분이 남성이고 여성은 논개 단 한 명뿐이었다.10) 남성 위주의 전근대 사회에서 여성과 관련된 일화가 절대적으로 적다는 것을 감안해도 남성과 지배 계층에만 편중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2009 개정 교육과정에 의한 고등학교 『漢文Ⅰ』 교과서에서는 기녀 출신의 巨商 김만덕 일화와 홍서봉 어머니의 일화가 중복 수록된 횟수가 많은 일화 1, 2위를 차지하였다. 둘 다 일화의 주인공이 여성이다. 게다가 김만덕은 양반가 여인도 아니며 기녀였다가 나중에야 평민의 신분을 회복한 인물이다.

한편 일화 주인공의 신분과 직업에서도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전근대사회에서는 천대를 받았던 화공과 의원, 상인과 여종에 대한 일화들도 수록되어 있다. 영웅적인 업적을 남기거나 양반가 남성에 집중되었던 것에서 탈피하여 일화 주인공의 신분과 직업에서 다양성을 꾀하고자 한 집필진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그에 따라 일화를 통해 학습자가 배우게 될 가치 역시 배려, 나눔, 예술에 대한 열정, 신념, 용기 등 현대 사회의 삶에서 요구되고 중시되는 가치로 변화되었다.

9) 정미정(1998), 23면.
10) 정미정(1998), 23~25면.

넷째, 우스운 이야기, 즉 笑話에 속하는 일화가 여러 교과서에 수록되었다는 점이다. ‘借鷄騎還’이 4종, 勸睡之物이 2종의 『漢文Ⅰ』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는데 두 편 모두 출전이 서거정이 편찬한 소화집 『태평한화골계전』이다. 笑話에 속하는 일화는 선인들의 지혜와 가치관을 가르치기 위해 선정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전통 사회의 가치관을 전수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학습자들이 쉽고 재미있게 느낄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 때문에 여러 교과서에 중복 수록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2009 개정 교육과정에 의한 고등학교 『漢文Ⅰ』교과서에 중복 수록된 일화가 무엇이며 그것을 통해 무엇을 알 수 있는지를 분석해보았다. 이전 교육과정에 의한 한문 교과서와 비교해본 결과 일화의 주인공과 일화 속 가치관이 상당히 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떤 가치를 담고 있는 일화를 교과서에 수록하는가도 중요하지만 같은 가치를 담고 있다고 해도 어떤 내용의 일화이냐에 따라 학습자가 그 가치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관해서는 다음 장에서 논의해 보기로 한다.

 

Ⅳ. 일화 내용에 따라 달라지는 感受와 價値化의 가능성

일화 속에 어떠한 가치관이 구현되어 있는가도 중요한 문제지만 사실 그 가치관이 어떤 내용 속에 담겨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같은 가치관이라 하더라도 어떤 내용에 담겨져 있느냐에 따라 학습자가 인지적으로 이해하고 정서적으로 공감하여 나아가 내면적으로 가치화하는 단계에까지 나아갈 수도 있고 나아가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치’와 ‘태도’와 같은 정의적 특성은 지적 특성과는 달리 인지적 수준에서 학습되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내면화(內面化, interanalization)의 과정을 통해서 학습된다. 그렇다고 인지적 영역과 독립적으로 습득되는 것도 아니다. 내면화의 진행과정에서 정의적 영역과 인지적 영역은 상호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다. 정의적 특성이 내면화 되는 과정에 대해서 Bloom은 다섯 단계로 나누었다. 각 단계는 다음과 같다.

 

감수(感受): 정의적 특성이 학습되는 과정으로서의 첫 단계는 감수이다. 이 수준에서 학습자가 어떤 현상이나 자극의 존재를 의식하고 그것을 인지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학습자가 현상과 자극을 받아들인다고 한다거나, 또는 그것에 주의를 기울이려고 하는 것에 대한 관심을 두는 것이다. 내면화의 출발이다.

 

반응(反應): 이 수준에서는 현상에 대해 단순히 주의를 기울이는 정도를 넘어서는 반응을 다룬다. 학습자는 반응을 일으킴으로써 내면화의 과정에서 좀 더 깊은 단계로의 진전이 있게 된다. 이 때에 반응에 대한 자기 만족을 얻은 것은 내면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치화(價値化): 이 단계는 학습자가 감수하고 반응을 통해서 얻은 결과를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이 수준에서의 행동은 일관성과 안전성이 충분하여, 하나의 신념 또는 태도로서의 특징을 띄게 된다. 한 특성이 개인에게 있어서 가치화가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그것은 개인의 특성으로 될 수 있다.

조직화(組織化): 학습자는 여러 가치를 내면화해감에 따라서 그는 하나 이상의 가치가 관련되는 사태에 당면하게 된다. 따라서 학습자는 여러 가치를 하나의 체계로 조직하고 그들 상호간의 관계를 결정하며, 또한 하나의 계급적인 조직을 형성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이 조직화의 과정이다.

 

성격화(性格化): 내면화가 이 수준에 도달하면 가치는 이미 개인의 가치 위계에서 한 지위를 차지하며, 오랫동안 개인의 행동을 통제하여 이 방법으로 행동하도록 적응하게 하는 것이다.11)

11) 박아청(2003), 260~262면 참조.

 

한문과 수업에서 일화를 통한 가치관 교육은 Bloom의 5단계 중 3단계, 즉 감수(感受) ⇒ 반응(反應) ⇒ 가치화(價値化) 단계까지 가능하다. ‘조직화’와 ‘성격화’의 단계는 학교 수업에서는 불가능하고 학습자 개인의 전 생애를 거쳐 이루어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일단 학습자가 『漢文』 교과서에 수록된 일화의 내용을 인지적으로 받아들여 감수(感受)할 수 있어야 내면화 과정의 출발선에 서는 것이다. 즉 일화의 내용을 인지적으로 이해하고 정서적인 자극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감수(感受)’의 정도는 그 일화의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일화의 어떤 내용은 인지적으로 이해가 잘 되고 정서적으로도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받아들여진다. 반면 어떤 일화의 내용은 학습자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며 정서적으로도 순순히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다.

내면화의 첫 단계인 ‘감수’가 이루어졌다고 해서 다음 단계인 반응(反應)으로 무조건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감수’의 단계, 즉 ‘받아들임’의 단계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않고 그대로 멈춰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감수’의 정도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반응’과 ‘가치화’의 단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도 아니다. 학습자의 ‘반응’을 이끌어 내고 ‘가치화’의 단계에까지 나아가기 위해서는 일화의 내용에 대한 깊은 공감과 비판적 사고 과정이 수반되어야 한다. 결국 감수(感受) ⇒ 반응(反應) ⇒ 가치화(價値化) 단계로 나아가게 하려면 일화의 내용 자체가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교수자의 교수・학습 전략에 따라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일화 내용을 대상으로 ‘감수’와 ‘가치화’의 정도가 ‘높다’, ‘낮다’로 평가하는 기준을 엄밀하게 설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화를 읽은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수많은 변수와 예외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런 분류를 시도하고자 하는 이유는 같은 가치라 하더라도 어떤 내용의 일화냐에 따라 그 가치에 대한 이해, 공감도,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 어떤 내용의 일화가 학습자가 일화 속 가치를 내면화할 가능성을 높이는지 대략적이나마 파악할 수 있어야, 나아가 ‘어떤 일화를 교과서에 수록하고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는데 작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 의한 고등학교 『漢文Ⅰ』 교과서에 수록된 일화를 대상으로 ‘감수’와 ‘가치화’의 가능성에 따라 4가지로 분류해보았다.

첫째, 감수(感受) 가능성이 낮고(↓) 가치화 가능성도 낮은(↓) 경우이다. 尾生, 向得, 階伯 일화가 여기에 속한다. 이때 ‘감수’가능성이 낮다는 것은 학습자가 일화 속 내용에 어떤 배울 만하다는 가치가 있다고 인지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미다. 尾生과 向得의 일화는 일단 일화의 내용이 매우 짧아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 게다가 일화 주인공의 행위는 현대를 살아가는 학습자의 입장에서는 공감은 물론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尾生이 與女子로 期於梁下한대 女子不來러니 水至不去하고 抱梁柱而死하니라.

[미생이 여자와 다리 아래서 만나기로 약속하였는데, 여자가 오지 않자 물이 불어도 떠나지 않고 다리의 기둥을 껴안고 죽었다.]12)

 

[감상의 길잡이]에서 “목숨을 걸고 우직하게 약속을 지킨 미생의 信義가 물질 만능주의로 팽배한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를 돌아보게 한다.”13)고 하였다. 하지만 이 짧은 일화 내용에서 목숨을 걸만한 약속이었는지, 미생이 저런 행동을 한 절박한 이유가 있었는지는 알 방법은 없다. 더구나 ‘尾生之信’이라는 성어가 현대에서는 이미 “미련하도록 약속을 지키는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음”을 가리키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따라서 ‘감수’의 가능성도 낮으며 ‘가치화’할 가능성 역시 매우 낮은 경우라 할 수 있다.

12) 임완혁 외(2015), 77면.
13) 임완혁 외(2015), 78면.

그 외 흉년이 나서 아버지가 굶주려 죽을 지경에 이르자 넓적다리 살을 베어서 공양한 向得의 일화14), 황산벌 전투에 나가기 전 아내와 자신들이 노비가 될까 걱정되어 모두 죽인 階伯의 일화15) 역시 마찬가지이다. 역사 속 인물의 이야기이지만 향득과 계백의 행동이 옳다거나 훌륭하다고 여기기 어려울 만큼 극단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일화를 통해서는 전통적 가치관이나 선인들의 지혜를 전수하고자 하는 목표를 실현시키는 것은 매우 힘들다고 할 수 있다.

 

둘째, 감수(感受)의 정도는 낮은데(↓) 가치화 할 가능성은 오히려 높은(↑) 경우이다. 崔北, 홍서봉의 어머니, 여종, 管仲과 鮑叔에 관한 일화가 여기에 해당한다. 일단 내면화의 첫 단계인 ‘감수’의 정도가 낮다면 ‘반응’의 단계를 거쳐 ‘가치화’ 단계에까지 나아가기란 매우 어렵다. 그런데 崔北, 홍서봉의 어머니, 여종, 管仲과 鮑叔의 일화의 내용은 단순하지 않아 여러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교수·학습 전략에 따라 학습자의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런 경우는 학습자가 일화 내용을 처음 접했을 때는 인지적인 측면이나 정서적인 측면에서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딱히 배울만한 가치라 할 수 있는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하고 여길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떄문이다. 그런데 오히려 바로 그 지점을 놓치지 말고 교사가 적절한 발문을 하게되면 학습자의 비판적 사고를 유도해낼 수 있고 가치화 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대화와 토론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상황적 맥락의 차이를 파악하고 행간 속 숨은 의도와 의미를 찾으며 일화 내용에 대해 깊이 숙고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과 예시는 다음 장인 ‘Ⅳ. 일화 속 가치의 내면화 방안’에서 자세히 서술할 것이다.

 

셋째, 감수(感受) 가능성은 높은데(↑) 가치화할 가능성은 오히려 낮은(↓) 경우이다. 고등학교 『漢文Ⅰ』 교과서에 수록된 일화 중 절반 넘게 여기에 해당한다. 감수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일화의 내용이 훌륭한 인격을 지니고 있거나 타고난 재능을 가진 인물들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학습자는 일화의 내용에 별다른 이견 없이 인지적으로는 수월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14) 진재교 외(2015), 116~117면 참조.
15) 신태영 외(2015), 112~114면 참조.
 

그런데 인지적으로 이해는 했지만 정서적으로 공감하고 인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반응’ 단계로 넘어가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이다. 일화의 내용이 특별하지도 않고 평범하게 느껴져 별 감동을 느끼기 어렵거나, 일화의 주인공이 예술가, 나라를 구한 영웅, 조선을 대표할 만한 유학자들처럼 보통 사람과 구분되는 매우 뛰어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언행이 훌륭하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특별한 사람들의 일로 치부해 버리기 쉽고 마음 속 깊이 공감하거나 감동을 느끼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李滉과 崔興孝 일화를 예로 들어보기로 한다.

退溪先生이 僑居漢城할새 隣家에 栗樹數枝가 過牆한데 子熟落庭이어늘 恐兒童取食하여 拾而投之牆外러라

퇴계선생이 한양에 머무를 때에 이웃집 밤나무 가지 몇 개가 담을 넘었는데 열매가 익어 뜰에 떨어지니 아이가 집어 먹을까 염려하여 주워서 담장 밖으로 그것을 던졌다.16)

 

崔興孝는 通國之善書者也。甞赴擧書卷。得一字。類王羲之坐視。終日忍不能捨。懷卷而歸。

최흥효는 나라에서 글씨를 가장 잘 쓰는 사람이었다. 과거를 보러 갔다가 답안지 가운데 왕희지의 글씨체를 닮은 한 글자를 얻었다. 앉아서 종일 바라보다가 차마 버리지 못하고 답안지를 품에 안고 돌아왔다.17)

 

먼저 李滉의 일화가 “자신의 신념과 지조를 굳게 지키고, 세속적인 물욕을 멀리하는 옛 선인들의 고결한 삶”18)을 보여준다고 하기에는 그 내용이 매우 평범하게 보인다. 물론 평상시 일상적인 삶 속에서 실천하다는 것이 훨씬 더 어렵고 의미 있는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밤을 주워 이웃집에 던지는 이황의 행동에 현대의 학습자가 정서적으로 깊이 공감하고 감동하기란 쉽지 않다.

崔興孝의 일화에서도 그의 행동은 예술가가 아닌 보통 사람에게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소단원 학습목표가 “선인들의 예술 정신을 이해하고 본받을 수 있다.”19)인데 최흥효의 행동을 예술가니까 그런 것이지 하고 이해할 수는 있지만 본받고자 한다고 해서 본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설령 ‘훌륭한 예술가니까 영욕을 초월한 저런 행동을 했구나’하고 이해할 수는 있어도 나와는 전혀 다른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라고 여겨질 뿐 공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과거 시험장에서 자신이 쓴 답안지의 글씨가 마음에 들었다고 답안지를 제출하지 않고 가지고 나온 행위를 입시 위주의 교육 현실 속에서 살고 있는 학습자들에게 납득시키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16) 안대회 외(2015), 96면.
17) 이상진 외(2015), 147면.
18) 안대회 외(2015), 97면.
19) 이상진 외(2015), 147면.

 

따라서 여기에 속하는 일화들은 일화 속에 담겨 있는 가치를 학습자에게 내면화시키고자 시도하기 보다는 일화가 생겨난 당시 상황 속에서 인물의 언행이 어떤 의미가 있었고 어떤 가치를 실현시키고자 한 것인지를 파악하는 수준에서 다루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학습자에게 배우고 본받아야 하는 가치라고 하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과거 선인들의 삶의 다양한 지향과 신념을 지키고자 했던 사례로 보여주기에는 적합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네 번째, 감수(感受)할 가능성도 높고(↑) 가치화할 가능성도 높은(↑) 경우로 金萬德과 趙光一의 일화를 들 수 있다. 두 일화 모두 인물의 언행을 통해 드러나는 가치가 현대를 살아가는 학습자도 공감하고 본받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金萬德은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기녀의 손에 자랐으나 성인이 되어 스스로 관아를 찾아가 양인의 신분을 회복하였다. 이후 객주를 차려 큰 돈을 벌었는데 어느 해 제주도에 심한 기근이 들었을 때 자신의 전 재산을 관청에 기부하여 굶주린 사람들을 살렸다. 이 소식을 들은 正祖는 그녀의 소원인 궁궐 구경과 금강산 구경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당시 제주도 여자가 육지로 나갈 수 없었으며 평민 여자가 임금을 뵙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禁忌를 모두 깬 진취적인 여성이다.

김만덕의 일화에서는 ‘나눔’의 가치뿐만 아니라 여러 가치들을 발견할 수 있다. 당시 사회적 금기와 통념에 매몰되지 않은 ‘용기’, 자신을 거두지 않았던 친척을 먼저 도와주었던 ‘포용심’, 자신이 직접 나누어 주는 것이 아니라 관청에 맡겨 백성들의 형편에 맞게 나눠줄 수 있도록 한 ‘배려’와 ‘합리적 사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분명히 알았던 ‘주체성’ 등 모두 지금 현재 중요한 가치로 인정되고 요구되는 가치들이다. 그런 가치들이 김만덕 일화의 내용 속에 적절하게 담겨 있어 일화 내용 자체가 감수→반응→가치화의 단계를 거쳐 일화 속 가치를 내면화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조광일의 일화를 통해서는 名利를 추구하지 않고 가난한 백성에게 진정한 仁術을 베풀었던 의원을 만나게 된다. 조선 시대 의원들은 대부분 부귀하고 세력 있는 집에만 왕진을 갔는데 남들과 달리 “吾爲是術은 非要其利요 行吾志而已라.”고 했던 그의 신념과, “活人至萬人면 吾事畢矣리라.”는 그의 숭고한 포부는 진로 문제로 고민하는 학습자에게 긍정적인 가치를 심어줄 수 있다. 이 일화를 토대로 학습자의 평소 직업관과 의미 있는 삶의 요건이 무엇이었는지를 되돌아보게 할 수 있으며 경제적 안정과 성공을 위해 끝없는 경쟁으로 내모는 현대 사회의 가치관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게 해준다.

 

 

Ⅴ. 일화 속 가치의 내면화 방안

앞 장에서 일화 내용에 따라 ‘감수’의 정도와 ‘가치화’의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음을 네 가지 경우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감수’와 ‘가치화’ 가능성 정도가 모두 높은 ‘金萬德’과 ‘趙光一’ 일화와 같은 경우는 교수・학습 과정에서 일화 속에 담겨 있는 가치관을 확인하고 그 가치관에 대한 학습자의 ‘반응’을 이끌어내면 ‘가치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교수・학습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별로 없다.

하지만 그 외 세 가지 경우에 해당하는 일화들은 학습자가 일화 속 가치를 ‘가치화’ 단계에 이르도록 하려면 일화 내용을 해석을 통해 알게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먼저 교수자의 가치관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일화 내용의 이해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교수・학습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가치관 교육에 관한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란 일화 속에 담긴 전통적 가치관은 무조건 계승해야만 하는 당위에서 벗어나 일방적인 수용을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 즉 교사가 ‘효도해야 한다.’ ‘나라에 충성해야 한다.’와 같은 가치를 계승해야 한다고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 가르친다고 해서 학습자가 그 가치를 내면화하는 것은 아님을 인식하고 인정하는 것이다.

전통적 가치관은 현재의 상황에 대한 비판과 미래의 새로움을 창조할 수 있도록 하는 촉매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의미가 있다. 그러므로 교사는 학습자가 스스로 가치와 그 가치의 의미를 찾아낼 수 있도록 일화 텍스트를 꼼꼼히 읽고, 행간의 의미를 유추해보고, 당시 상황을 상상해보고,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과 경험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마치 숨겨 놓은 보물을 찾듯이 학습자가 일화 속에 담긴 가치를 스스로 찾아내어 현재를 비판하고, 나아가 자신만의 새로움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는 신념과 실천이 필요하다.

한문과 수업에서 전통적 가치관을 강요받는 것이 아니라 소개받는 것이며 무조건 수용하고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를 분석하고 비판할 수 있는 하나의 관점이라 인식하게 되면, 학습자는 그 경험 위에 미래에 필요한 가치를 새롭게 구성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게 된다.

학습자가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스스로 가치를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교수・학습 전략은 대화와 토론일 것이다. 학습자가 충분히 생각하고 자신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도록 충분한 대화와 토론의 시간을 허용해야만 가치의 내면화 과정이 제대로 완수될 수 있다.

사실 모든 일화를 대상으로 가치의 내면화를 실현시킬 수 있는 체계적이고 획기적인 단 하나의 방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화의 내용에 따라, 교수자와 학습자의 성향 및 특성에 따라, 수업 및 교육 환경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으며 또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설령 모든 일화에 적용할 수 있는 교수·학습 방법은 없을지라도 ‘가치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고 시도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내면화 과정에서 ‘감수’의 가능성은 낮지만 교수자의 노력 여하에 따라 ‘가치화’의 가능성은 높은 경우에 해당하는 ‘管仲과 鮑叔’일화와 ‘홍서봉의 어머니’ 일화를 대상으로 일화 속 가치의 내면화 방안을 제안해 보기로 한다.

 

1. 다양한 관점을 통해 비판적으로 수용하기

‘管鮑之交’의 유래가 된 管仲과 鮑叔의 일화는 어떤 상황에서도 친구를 신뢰하고 위해주는 두터운 우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I 교과서 ‘15. 관중과 포숙’에서는 관중이 포숙과의 우정에 관한 네 가지 일화를 말하며 ‘나를 낳아준 것은 부모요, 나를 알아준 사람은 포숙이다’20)라고 말한 부분이 본문 텍스트로 수록되어 있다.

관중의 입장에서는 어떤 순간에도 한결같이 믿어주고, 목숨을 구해주고, 자신을 桓公에게 천거해준 포숙아가 고마울 수밖에 없다. 관중과 포숙의 일화를 읽고 나면 대부분 포숙의 우정이 ‘대단하다’거나, 포숙과 같은 친구를 둔 관중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관중과 포숙 사이의 우정이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가?’ 또는 ‘내가 포숙처럼 친구를 대할 수 있겠는가?’라고 질문하면 ‘그렇다’라는 대답을 하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일화를 통해서 포숙이 관중을 어떤 순간에도 이해하고 배려하고 믿어준 것은 알 수 있지만 관중이 포숙에게 어떤 친구였는지는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포숙의 일방적인 헌신으로 유지된 우정이라면 학습자는 공평하지도 않고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기가 쉽다.

20) 임완혁 외(2015), 129면.

바로 그 지점, 즉 ‘감수’는 했지만 ‘반응’의 단계에까지 나아가기 어려운 그 순간에 교사는 학습자에게 확산적 사고가 가능한 發問을 던져야 한다. 예를 들어 ‘포숙은 관중에게 왜 항상 관대했고 재상 자리도 양보했을까?’, ‘관중과 포숙의 행동과 사람됨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관중과 포숙과 같은 우정은 실현가능한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처럼 문면의 의미를 넘어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습자는 교사의 발문으로 인해 관중과 포숙의 행위와 ‘우정’이라는 가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갖게 된다. 바로 그 때 ‘管鮑之交’에 관한 다양한 관점의 자료를 제공한다면 학습자의 다양하고 풍부한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자료1: 貧交行杜甫

翻手作雲覆手雨, 紛紛輕薄何須數. 君不見管鮑貧時交, 此道今人棄如土.21) 

손을 제치면 구름 일고 손을 엎으면 비 오니, 분분히 경박한 자들 어찌 굳이 나무라겠는가.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관중과 포숙의 가난할 때 사귐을, 이 도리 지금 사람들은 흙처럼 버린다오.

 

자료2: 관포지교(管鮑之交)의 진면목

-前略- 관중을 용서하며 내세운 포숙아의 근거는 그저 사적이고 지극히 편파적이다. 한마디로 관중과 포숙아의 우정은 본받을 만하다고 하기엔 많이 민망하다. 물론 관중은 훗날 포숙아의 무한 신뢰에 멋지게 부응했다. 재상 자리에 나간 지 얼마 안 되어 조국을 중원 최고의 강대국으로 만들었고, 군주를 뭇 나라를 호령하는 반열에 오르게 했다. 그만큼 내치와 외교 모두에서 빼어났음이니 역사가 그를 ‘재상 중의 재상’으로 기억함은 절대 과언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렇게 불세출의 공적을 세운 후 이 모두가 포숙아 덕분이라며 그를 상찬했으니, 참으로 역사서에 실릴 만한 우정처럼 보인다.

하여 그들의 저 ‘아름다운’ 우정을 본받고자 젊어서부터 벗을 등치고 공적 의무를 팽개쳤다고 하자. 과연 누구나 다 관중 같은 위인이 되는 것일까? 단적으로, 젊은 시절 그들의 처사와 관중의 빛나는 업적 사이에는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 그 둘이 젊어서 보인 ‘우정 행각’도 결코 기념할 만하지 못하다. 그렇다면 ‘관포지교’는 대체 어떠한 우정을 기렸다는 말일까?

‘관포지교’가 가장 먼저 기록된 사서는 ‘춘추좌전’이었다. 이에 따르면 제나라는 양공이 즉위한 이래 국정이 몹시 문란해졌다. 그러자 포숙아는 “군주가 백성을 사악하게 만드니 변란이 일어날 것”이라면서, 차기 군주 감으로 소백을 모시고 도망쳐 나왔다. 관중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 규를 모시고 이웃 노나라로 도망쳐 나왔다. 그렇게 십 년 남짓 흐른 후, 급기야 양공은 살해당했고 포숙아의 예측대로 제나라는 혼란이 극에 달했다.

이때 포숙아가 재게 움직여 제나라를 장악해 모시던 소백, 곧 환공을 군주로 앉혔다. 그러곤 바로 노나라를 공격, 그들의 손으로 망명 중인 규를 죽이게 했고, 관중은 생포하여 제로 돌아왔다. 귀국 후 그는 관중을 재상으로 추천한 후 자신은 뒷전으로 물러났다.

21) 『古文眞寶大全』, vol.10, 「貧交行」, p.66.

이것이 ‘춘추좌전’에 실린 관포지교의 대강이다. 건조한 문체에 그 둘이 행한 사실을 담아냈을 따름이다. 비슷한 시기에 수행된 관련 기술도 대체로 이러했다. 가령 ‘한비자’에는 망국을 막기 위해 머리를 맞댄 관중과 포숙아가 미리 물색해둔 군주 감을 각자 섬기되, 먼저 성공한 사람이 서로를 구해주기로 약조하는 대목이 나온다. ‘춘추좌전’에서 포숙아가 관중을 산 채로 압송해 귀국 후 그를 풀어준 것은 그때부터 세워둔 치밀한 기획의 소산이었음이다. 또 다른 책은 관중을 재상으로 추천하고 자신은 물러난 것도 처음부터 기획된 것이라고 일러준다. 포숙아는 조국을 중원 최고 강국으로 만드는 데는 관중이 더 적합함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고, 때가 되자 이를 주저하지 않고 단호하게 실천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관포지교의 참 모습이다. 그들의 우정이 가치를 발한 차원은 그들끼리만 싸고도는 사적 영역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공적 영역이었다. 배신과 패륜을 일삼아도 사적 핑계를 대며 눈감아주는 것 따위가 참된 우정일 수 없다는 뜻이다. 공적 이익을 앞세울 줄 아는 이들이, 공공의 뜻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보여준 서로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목표의 공유에서 비롯된 견결한 상호신뢰, 이것이 관포지교의 핵심이자 기리는 바였던 것이다.22)

 

자료3: 管晏列傳司馬遷

-前略- 천하의 사람들은 管仲이 才智있음을 칭찬하기보다 사람을 알아보는 포숙을 칭찬하는 사람이 많았다. -中略- 태사공은 말한다...... 관중은 세상에서 현명한 신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공자는 그를 낮게 평가하였다. 周나라는 道가 쇠미하였고 齊 桓公은 이미 현명하였는데 어찌하여 그를 王道로 천하를 다스리는 임금이 되도록 힘써 독려하지 않고 드디어 覇道 정치를 한 군주로 일컫게 하였는가? 그러나 古語에 “그 사람의 좋은 점을 격려하여 따르고 그 사람의 나쁜 점을 바로잡으면 위아래가 서로 친밀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어찌 관중을 두고 한 말이 아니겠는가?23)

 

자료4: '위대한 우정' 관포지교, 중국 첫 패권국 만들었다.

-前略-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세계질서에는 부국강병이 생존의 열쇠임을 보여줬다. 국가 경제력과 국방력의 중요성은 이미 2천700년 전에 확인됐다. 수백 개 국가가 난립한 춘추시대(기원전 770~403년) 질서는 첫 패권을 장악한 제나라가 잡았다. 모든 제후국이 제나라 우산 밑으로 들어가 혼란이 자연스레 정리됐다.

약소국 제나라가 일약 강대국이 된 배경에는 재상 관중이 있었다. 최고 실세 관중은 농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확 뜯어고쳤다. 상업과 무역을 중시하는 경제정책을 도입했다. 과감한 중상주의 채택은 젊은 시절 '흙 수저 경험' 덕분이다.

몰락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 말을 기르며 자랐고, 청년이 돼서는 밑바닥 장사를 했다. 국가를 경영하려면 백성의 생활고 해결이 최우선이라는 신념이 이 시절에 생겼다. 백성이 가난하면 법질서가 무너진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관중은 세금을 대폭 줄여 백성의 부담을 덜어줬다

무역에도 힘써 각국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도록 관세 규제 등을 완화했다. 주요 도로에 역참을 세워 운송·숙박·음식을 지원했다. 도량형을 새로 만들고, 명도전은 공통 통화로 삼았다. 명도전은 춘추시대 기축통화로 활용했다. 그 덕분에 주변국 돈과 사람이 몰려들어 국부가 쑥쑥 늘어났다.

관중은 교역 장벽을 대폭 낮췄다는 점에서 자유무역협정(FTA) 창시자인 셈이다. 세금 인하로 줄어든 정부 곳간은 전매제로 메웠다. 소금과 철을 국가가 관리해 재정을 확보했다.

다른 나라를 길들이는데도 교역을 활용했다. 패권에 도전하는 노나라와 위나라 옷감을 비싸게 사들여 농사 포기를 유도한 뒤 흉년에 식량 수출을 차단함으로써 굴복하도록 한 것이다. 정부 주도 일자리와 수효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원조 케인스'라는 평가를 받는다.

춘추전국시대 최고 사상가라는 찬사도 나온다. 제나라 영웅이 된 데는 친구 포숙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작용했다. 관중은 한때 제나라에서 최고 원수였다. 적대 진영에서 싸우던 그가 쏜 화살에 환공이 맞아 죽을 뻔했기 때문이다.

환공이 천신만고 끝에 군주가 됐을 때 그의 스승인 포숙이 강력하게 천거한 덕에 재상에 발탁됐다. 두 사람의 사심 없는 우정과 헌신이 제나라를 춘추시대 첫 패권국으로 만든 셈이다. 관포지교는 관중과 포숙의 뜨거운 우정을 뜻하는 고사성어다.

공자는 그런 관중을 매우 혹독하게 평가했다. 정치를 잘하고 공적이 많아도 소인배라고 힐난했다. 매사에 논공행상하고 무례하며 사치를 누렸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도 관중의 부국강병론은 모든 시대를 꿰뚫는 통치 철학이다. 동북아 고래 싸움에서 새우 등을 방어하는 무기이기도 하다. 목숨을 노린 적장이라도 능력만 보고 발탁한 환공의 용인술은 편 가르기에 익숙한 우리나라가 본받아야 할 인사 모델이다.24)

22) 김월회(2015), 2017. 10. 25. Accessed.
23) 司馬遷(1986), 『史記列傳』 <管晏列傳」, 5~7면. “天下不多管仲之賢, 而多鮑叔能知人也. -中略- 管仲世所謂賢臣, 然孔子小之. 豈以爲周道衰微, 桓公旣賢而不勉之王, 乃稱覇哉. 語曰將順其美, 匡救其惡 故上下能相親也. 豈管仲之爲乎.”
24) 황대일(2017), 2017. 11. 14. Accessed.

 

<자료1>에서 두보는 가난할 때의 사귐을 잊지 않고 끝까지 우정을 지킨 ‘管鮑之交’의 우정 그 자체를 높이 평가하였다. 반면 <자료2>는 관중과 포숙의 일화에서 둘 사이의 사적인 ‘우정 행각’은 기릴만하지 못한 것이라고 하였다. 다만 제나라를 위한 것이었으며 공공의 이익을 위한 공적 우정이었기 때문에 역사책에 남아 칭송되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관중과 포숙의 우정이 사적 영역이었느냐 공적 영역이었느냐를 두고 상반되는 관점과 평가가 있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자료다.

관중이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 역시 다양하다. <자료3>에서 사마천은 당시 사람들이 관중보다 포숙의 사람 알아보는 능력을 칭찬했고, 공자가 관중을 낮게 평가했다는 점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관중의 장점과 단점을 교훈삼아야 한다며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였다. 반면 <자료4>는 똑같이 공자의 부정적인 평가를 인용했지만 그럼에도 “관중의 부국강병론은 모든 시대를 꿰뚫는 통치 철학”이라고 하면서 관중의 치적을 높이 평가하였다.

하지만 공자의 관중에 대한 평가 역시 일률적이지 않았다. 『論語』 「憲問」편에서 자로가 관중이 仁하지 못하다고 하자 공자는 “환공이 제후들을 규합하되 무력을 쓰지 않은 것은 관중의 힘이었다. 누가 그의 仁함과 같겠는가? 누가 그의 仁함과 같겠는가?”(子曰, 桓公九合諸侯, 不以兵車, 管仲之力也, 如其仁, 如其仁.)하였다. 한편 子貢도 桓公이 자신을 모시는 公子 糾를 죽였는데 管仲은 죽지 않고 오히려 桓公을 도왔으니 仁者가 아니라고 하자 다시 공자는 “관중이 환공을 도와 제후의 패자가 되어 천하를 바로잡아, 백성들이 지금까지 그 혜택을 받고 있다. 관중이 없었다면 우리는 그 머리를 풀고 옷깃을 왼편으로 하는 오랑캐가 되었을 것이다. 어찌 보통 사람들이 작은 信義를 위하여 스스로 도랑에서 목매어 죽은 뒤,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게 되는 것과 같겠는가.(子曰 管仲相桓公覇諸侯, 一匡天下, 民到于今, 受其賜, 微管仲, 吾其被髮左袵矣. 豈若匹夫匹婦之爲諒也, 自經於溝瀆而莫之知也.)”하며 관중의 공적을 칭찬한 바 있다.

이처럼 한 인물에 대한 평가는 시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평가자의 관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중등학교 학습자에게 포숙과 관중 사이의 우정이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일수도 있지만 당시 사람들이 무엇에 가치를 두는 가에 따라 지금과는 다른 기준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음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포숙과 관중의 사람됨과 행위에 대한 평가도 어떤 측면에 중점을 두는 가에 따라 사람마다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 다양한 관점 중에서 어떤 사람의 관점이나 평가가 가장 공감이 가는지,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에 관하여 학습자의 적극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야 한다. 조별 토론으로 진행해도 좋고 전체 토론으로 할 수 있다. 아울러 현재와 마찬가지로 관중과 포숙이 살던 시대에도 둘 사이의 우정은 평범하지 않은 특별한 경우였기 때문에 역사책에까지 기록된 것이며, 진정한 우정에 관하여 많은 사람들을 성찰하게 한 의미가 있다는 점도 상기시켜줄 필요가 있다.

학습자는 ‘관포지교’ 일화 속 인물이 처한 상황과 행동에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기게 된다. 자신의 친구 관계와 우정에 대해 성찰해볼 기회를 갖게 되며 현대 사회에서 우정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관포지교’에 관하여 자신만의 관점으로 생각해보고 표현해보는 ‘반응’의 과정을 거쳐 자신만의 결론에 도달했다고 느낄 때에 비로소 ‘가치화’의 단계까지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2. 역사적·문화적 맥락 속에서 재조명하기

한문 교과서에 수록된 일화 중에는 지금 현대인의 관점으로 보면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내용이 있다. 예를 들면 ‘홍서봉 어머니’에 관한 일화가 그러하다. ‘홍서봉 어머니’에 관한 일화는 고등학교 『漢文Ⅰ』 교과서 10종 중 C, D, H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다. 소단원명이 ‘8 母氏之心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 ‘14 타인을 위한 배려’, ‘19 배려의 아름다움’으로 ‘배려’라는 가치가 아예 단원명에 제시되어 있다. 홍서봉 어머니에 관한 일화를 통해 학습자가 선인들의 ‘배려’하는 마음을 이해하고 본받기를 바란 것이다. 그런데 D교과서는 소단원 제목 아래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있다.

 

이 글은 먹지도 못할 상한 고기를 사들여 담장 아래 묻어버리는 이야기이다. 자칫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글을 읽으며 대부인의 언행에 나타난 의도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자.25)

 

홍서봉의 어머니는 집이 가난하여 거친 밥과 나물국도 거를 때가 많을 정도인데 사온 고기가 상한 것을 보고 자신의 패물을 팔아 고기를 모두 사오게 하여 담장 아래에 묻게 하였다. D교과서의 집필진은 학습자들에게 홍서봉 어머니의 이러한 행위가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으로 보일 것임을 예상하였다. 이 점을 고려하여 본문 텍스트를 읽기 전에 대부인의 의도를 파악해보라고 제안한 것은 학습자의 사고를 촉진시킬 수 있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본문 이해하기]의 설명은 약간 오해의 소지가 있다.

 

[본문 이해하기]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일은 하지만 손해가 되는 일은 피하려고 든다. 홍서봉의 어머니는 자신의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것은 상한 고기를 사 먹고 병에 걸리게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상한 고기를 판 사람의 입장까지도 세심하게 배려했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26)

 

홍서봉의 어머니가 상한 고기를 사 먹을 사람뿐만이 아니라 상한 고기를 파는 사람의 입장까지도 세심하게 배려한 것이라는 해설은 학습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으므로 의미가 있다. 하지만 홍서봉의 어머니가 ‘자신의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다른 사람들을 배려’했기 때문에 훌륭하다는 문장은 학습자에게 ‘배려’의 개념을 오해하게 만들 수 있다. 배려는 누군가를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인데 자신의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배려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배려의 행위가 결코 배려의 높은 차원도 아니며, 바람직한 배려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런데 H교과서 역시 홍서봉 어머니의 일화를 수록한 소단원의 [이해와 감상]에서 비슷한 내용의 해설을 수록하고 있다.

25) 신태영 외(2015), 106면.
26) 같은 책, 108면. 

陰德이란 남이 모르게 덕을 베푸는 것을 말한다. 자신에게 이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이롭게 하는 이타적 행동이 진정한 배려라고 할 수 있다. 홍서봉의 어머니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신의 장신구를 팔아 상한 고기를 처분하여 다른 사람이 병에 걸리지 않게 하였다. 음덕을 실천한 진정한 배려의 아름다운 모습을 엿볼 수 있다.27)

27) 이상진 외(2015), 153면. 

이 해설은 아예 진정한 배려란 ‘자신에게 이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이롭게 하는 이타적 행동’이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 문제는 다음 문장에 홍서봉 어머니의 행동을 서술하여 마치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사람이 손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배려’라고 생각하게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자신의 손해를 무릅쓰고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은 엄밀히 말해 ‘배려’가 아니다. ‘배려’란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도와주고 보살펴주려는 마음이다. 자신의 능력과 처지를 돌보지 않고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남을 이롭게 하는 이타적 행동은 ‘희생’이며 ‘배려’의 범주를 넘어선 것이다.

학습자가 기존에 알고 있던 ‘배려’의 개념과는 다른 홍서봉 어머니의 행위를 ‘진정한 배려’라고 배우게 된다면, 오히려 ‘배려’란 아무나 하기 어려운 행위이며 더더욱 나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또 다른 문제는 홍서봉 어머니의 행동이 합리적인 사고방식에 익숙한 학습자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고기를 판 사람의 입장까지도 세심하게 배려’했다는 설명이 있어도 마찬가지다. 학습자가 생각하기에는 고기를 판 사람에게 고기가 상했으니 팔지 말라고 말해주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이다. 그런데 홍서봉의 어머니는 가난한 살림살이를 고려하지 않고 굳이 패물까지 팔아 상한 고기를 사고 또 그것을 파묻었으니 언뜻 보면 어리석어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교사는 학습자가 홍서봉 어머니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을 미리 예상하고 학습자에게 일화를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솔직하게 표현할 기회를 먼저 주어야 한다. 학습자의 다양한 견해를 경청한 다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정해주고 공감해 주어야 한다. 그 다음에 “왜 홍서봉의 어머니는 그런 행위를 했을까?” “만일 고기를 판 사람에게 고기가 상했다고 말해준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홍서봉 어머니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이었을까?” “이런 일화가 아동 윤리 교육서인 『해동속소학』에 수록된 이유는 무엇일까?”등처럼 학습자의 사고를 확장시킬 수 있는 다양한 發問을 해야 한다.

사실 홍서봉 어머니의 행동은 현대인의 합리적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또한 ‘배려’라는 현대적 가치로 규정하기에도 적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이 일화는 현대적 관점이 아닌 전통사회의 시대적·문화적 맥락 속에서 일화의 내용을 살펴보아야 한다.

전통사회에서는 “남몰래 德을 베푸는 사람은 반드시 좋은 보답이 있게 된다(有陰德者, 必有陽報, ≪淮南子≫ 「人間訓」)”와 “선한 일을 많이 한 집안에는 반드시 남는 경사가 있다(積善之家, 必有餘慶. 『周易』 「文言傳」)”, 즉 좋은 일을 많이 하면 후손들에게까지 복이 미친다는 것에 대한 믿음이 상당히 굳건하게 또 널리 퍼져 있었다. 이러한 시대적·문화적인 맥락을 전제로 해야 재물보다 선행을 베풀고 陰德을 쌓는 것을 더 중요한 가치로 여긴 홍서봉 어머니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아들인 洪瑞鳳은 조선 중기에 여러 관직을 두루 거치고 우의정, 좌의정에 영의정까지 지냈으며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받은 인물이었다. 가난한 집안에서 과부인 어머니가 삼정승을 두루 거친 인물을 키워냈기에 유독 홍서봉 어머니의 일화가 ‘積善之家, 必有餘慶’을 입증하는 사례로 널리 알려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선행과 음덕을 중요한 가치로 삼았던 시대였어도 홍서봉 어머니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점을 충분히 이해시킨 후에 학습자에게 다음과 같은 發問을 할 수 있다. “나는 어떤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재물을 포기할 수 있는가?” “현대적 관점으로 비합리적이라고 해서 홍서봉 어머니의 행위를 비판할 수 있을까?” “현대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陰德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실천한다면 지금과 어떻게 달라질까?”

그런데 홍서봉 어머니 일화에서 배워야 할 정말 중요한 가치는 ‘선행을 하면 자손이 복을 받는다.’가 아니다. 나 자신과 내 가족처럼 다른 사람의 건강과 안위를 걱정할 수 있었던 홍서봉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 그 자체이다. 그래서 고기를 파는 사람에게 가서 말하거나 그를 관가에 고발할 수도 있는데 그가 받을 손해나 수모까지 염려했기 때문에 하지 않은 것이다.

내가 아닌 타인의 입장과 안위까지 염려하는 마음이 있으면 타인을 도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마음으로 인해 자신의 삶도 따뜻해지고 풍요로워질 수 있다. 홍서봉 어머니의 자애로운 마음은 전근대사회에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과 그리 멀지 않은 시대에서도 당연하게 존재했었다. 다음 시에서 그랬던 시절의 삶과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그 겨울의 시

박노해

 

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

윗목 물그릇에 살얼음이 어는데

할머니는 이불 속에서

어린 나를 품어 안고

몇 번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네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소금창고 옆 문둥이는 얼어 죽지 않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네

 

찬바람아 잠들어라

해야 해야 어서 떠라

 

한겨울 얇은 이불에도 추운 줄 모르고

왠지 슬픈 노래 속에 눈물을 훔치다가

눈산의 새끼노루처럼 잠이 들곤 했었네28)

28) 박노해(2010), 210면.

 

한 겨울의 추위 속에서도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의 온기로 추운 줄도 모르고 잠이 들었던 ‘어린 나’는 그 겨울의 따뜻했던 기억을 한 편의 시처럼 가슴 속에 오래도록 간직하고 있다. 이 세상은 나 혼자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존재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임을 상기시켜주던 할머니의 목소리가 아직도 여운처럼 귓가를 맴돌고 있는 것이다. 추운 밤 타인의 안위를 걱정하는 할머니의 마음은 ‘어린 나’에게도 전해져 어서 찬바람이 잠들고 해가 떠서 장터의 거지와 문둥이와 뒷산의 노루 토끼가 무사히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하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이다. 문풍지가 떨리고 윗목에 얼음이 얼 정도인데도 얇은 이불밖에 없지만 자신의 처지를 넘어 더 어려운 타인의 고통을 생각하고 눈물 흘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가난해도 낙담하지 않고 오히려 더 처지가 힘든 사람들을 도와가며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다.

홍서봉의 어머니도 어려운 처지임에도 자신보다 더 힘들게 살아갈 타인을 걱정하며 그들을 돕고자 하는 넉넉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인물이다. 남편을 일찍 사별하고 어린 아들을 키우는 힘든 처지였지만 이런 일화를 남긴 것으로 볼 때 꿋꿋하게 어려움을 견디며 주변 사람들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며 살아갔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과 선행을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홍서봉 역시 위 시의 ‘어린 나’처럼 힘들고 가난했어도 어린 시절을 좋은 기억으로 간직할 수 있었을 것이며 타인의 안위를 걱정하고 고통에 눈물 흘릴 수 있는 어진 성품으로 성장했을 것이다.

이처럼 지금의 관점으로 일화 속 인물의 행동을 섣부르게 재단했을 때는 결코 알 수 없는 의미가 역사적 또는 문화적 맥락 속에서 그 내용을 재조명하고 상호텍스트성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 결국 일화의 문면에 나타난 내용을 표피적으로 이해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그 일화가 만들어졌던 시대의 맥락을 복원하여 그 속에서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그 과정에서 ‘감수’와 ‘가치화’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Ⅵ. 맺음말

지금까지 한문과에서 ‘선인들의 삶과 지혜를 이해하고 건전한 가치관과 바람직한 인성을 함양’시키는 교육 목표는 다른 목표에 비해 상대적으로 간과되어 온 측면이 있다. 한문 독해 능력 신장과 한문교육용 기초한자 1800자 습득이라는 두 교육 목표를 달성하기에도 만만치 않은 현실 탓이지만, 한편으로는 가치관을 과연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까하는 막막함 때문에 미뤄두고 외면해 온 것도 사실이다.

2015 개정 한문과 교육과정은 핵심역량의 하나로 ‘인성역량’을 설정하였고 건전한 가치관 형성을 통한 인성 교육을 강조하였다. 한문 텍스트에 담긴 전통적 가치관은 무엇이며 어떻게 가르쳐야 학습자의 건전한 가치관과 바람직한 인성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가하는 당면한 문제를 이제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따라서 본고는 다양한 한문 텍스트 중에서도 逸話를 대상으로 일화 내용 속에 담긴 가치관의 양상을 살펴보고, 그 가치를 학습자가 감수하고 가치화하여 내면화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보고자 하였다.

먼저 2009 개정 교육과정에 의한 고등학교 『漢文Ⅰ』교과서 10종에 수록된 일화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교과서마다 ‘일화’의 개념과 범주에 차이가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으며 史傳文도 일화의 범주에 포함시켜 논의해야 하는 이유를 밝힐 수 있었다.

10종 고등학교 『漢文Ⅰ』교과서에 중복 게재된 횟수가 많은 순서대로 나열하면 ‘金萬德’, ‘借鷄騎還’, ‘홍서봉 어머니’, ‘黃喜’, ‘崔北’, ‘崔興孝’ ‘趙光一’, ‘安重根’, ‘金聖基’의 일화 순이다. 교과서에 수록된 일화들의 내용을 분석한 결과 이전 교과서와 비교해서 ‘孝’와 ‘忠’과 같은 가치를 담은 일화는 대폭 축소된 반면, 笑話에 속하는 우스운 이야기를 담은 일화가 새롭게 수록되었다.

한편 일화 주인공의 성별, 신분, 직업 등이 남성 위주에서 여성으로, 사대부나 영웅적 인물에서 기녀 출신 평민, 화공, 여종 등으로 달라진 것은 주목해야 할 변화이다. 이러한 일화를 통해 학습자가 배울 수 있는 가치 역시 ‘孝’와 ‘忠’ ‘友愛’와 같은 것에서 배려. 나눔, 열정, 신념, 용기 등으로 변화되었다.

일화 속 가치관을 학습자에게 가르치기 위해서는 일화의 내용이 매우 중요하다. 일화의 내용이 학습자가 感受할 만한 것이어야 가치를 내면화할 수 있는 출발선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인지적으로 받아들이는 ‘감수’를 거친 후에는 학습자가 ‘反應’을 일으켜야 내면화의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그리고 그 반응을 통해 얻은 결과를 자기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價値化’의 단계에까지 도달해야 비로소 일화 속 가치관이 학습자의 가치관으로 내면화 될 수 있다.

일화 내용에 따라 내면화 과정에서 感受와 價値化의 가능성에 차이가 있다는 가정 하에 고등학교 『漢文』Ⅰ교과서에 수록된 일화에 대한 분류를 시도하였다. 그 중에서 학습자가 感受할 가능성은 비록 낮지만 교사의 發問과 교수·학습 전략에 따라 價値化할 가능성이 높은 작품, 즉 ‘管仲과 鮑叔’, ‘홍서봉 어머니’ 일화를 대상으로 일화 속 가치를 내면화시킬 수 있는 두 가지 방안을 제시하였다.

하나는 일화의 속 내용과 가치에 관해 다양한 관점이 드러난 자료를 제시하여 학습자가 비판적인 사고 과정을 거치면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안이다. 다른 하나는 일화 속 주인공의 행동이 현재를 사는 우리의 기준에서 이해하기 어려울 경우, 지금의 기준으로 재단하지 말고 그 일화가 생겼을 당시 역사적·문화적 맥락 속에서 재조명하는 방안이다. 상호텍스트성을 활용한 교수·학습 전략과 학습자의 확산적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發問’을 활용하여 일화 주인공의 의도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본고에서 일화 내용을 대상으로 感受와 價値化의 정도가 ‘높다’ ‘낮다’로 분류한 기준은 객관적으로 설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한계를 지닌다. 그럼에도 어떤 내용의 일화가 학습자로 하여금 잘 감수하게 하고 가치화할 수 있느냐가 밝혀져야 앞으로 어떤 일화를 교과서에 수록하고 학습자에게 가르칠 것인가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므로 시도한 것이다. 앞으로 이에 관한 보다 진전된 연구가 이어져 일화 속 가치관 교육에 있어 획기적인 轉機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Figure

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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