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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 1598-1363(Print)
ISSN : 2465-8138(Online)
Han-Character and Classical written language Education No.45 pp.1-26
DOI : https://doi.org/10.15670/HACE.2018.45.1.1

A Study on New Teaching-learning Methods about the Sino-Korean Novels in High School Chinese Classics Textbooks in the 2015 Revised National Curriculum Period

Ryu Jun Kyung*
*Sungshin Women's Univ
2018년 10월 11일 2018년 11월 03일 2018년 11월 03일

Abstract

This paper was written to examine the aspects of the teaching-learning method implemented in the novel section of Chinese Classics textbooks that were applied with the revised national curriculum of 2015, and to explore new methods of teaching Sino-Korean novel. In this paper, I first reviewed the characteristics of the revised national curriculum of 2015. As a result of the review, it can be seen that various achievement standards about the prose of the previous period were integrated and skewed in the revised national curriculum of 2015, and the achievement standards for the Sino-Korean novels disappeared in the integration process of the achievement standards. Then, I reviewed thirteen high school textbooks that were applied with the revised national curriculum of 2015, The volumes of the textbooks were decreased by about one third compared with the previous ones, and many textbooks did not include Sino-Korean novels. The new teaching-learning method has been implemented in only one of the textbooks, including the Sino-Korean novels, and the role-play teaching-learning method has been applied to one scene of . Applying role-play teaching-learning method to , which has a variety of variations depending on version, is a very effective method, but there is a possibility that the work may be described too arbitrarily. Thus, the degree of openness in interpretation and the procedure for the progress of role-play were also presented. In a situation where the volume of textbooks and the hours of class are decreased, I have looked into new ways to find new ideas in the Sino-Korean novel education. On the other hand, we should find ways to include learning elements such as Chinese characters, vocabulary, and short sentences into the learning process of novel works, while on the other hand, we should seek to get more class-time through interdisciplinary courses. In addition, we should try to share and integrate the achievements of applying various teaching-learning methods inthe revised national curriculum of 2015 to the Sino-Korean novel in current textbooks.

2015 개정 교육과정 한문 교과서의 소설 관련 교수-학습방법 구현양상 및 새로운 교수-학습방법의 모색

류준경**
**성신여자대학교 한문교육과 교수

초록

본 논문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된 고등학교 한문 교과서의 소설 부분에서 교수-학습방 법이 구현된 양상을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한문소설 교수-학습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작성되었다. 본고에서는 먼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특징을 검토하였다. 검토 결과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이전 시기 한문 산문에 대한 다양한 성취기준이 통합되어 소략해졌고, 성취기준의 통합과정에서 한문소설에 대한 성취기준이 사라진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 2015 개정 교육 과정이 적용된 13종의 고등학교 한문 교과서를 검토하였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한문 교과서는 이전 교과서에 비해 분량이 약 1/3이 감소하였는데, 그에 따라 한문소설을 수록하지 않은 교과서가 증가하였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거의 모든 교과서에 한문소설이 수록되었는데(10 종 중 9종),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약 31%(13종 중 4종)의 교과서에서만 한문소설이 수록 되었다. 한문소설 수록 교과서 가운데 새로운 교수-학습방법을 구현한 것은 단 1종으로, <춘향 전>의 한 장면에 역할놀이 교수-학습법을 적용하였다. 이본에 따라 다양한 변주가 일어나는 <춘향전>에 역할놀이 교수-학습법을 적용한 것은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자칫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작품이 해석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교과서 해당 장면에 대한 해석의 개방성 정도와 역할놀이의 진행의 절차 등을 아울러 제시하였다. 이어 교과서의 분량과 수업 시수가 주는 현상황 에서 새롭게 한문소설 교육이 모색할 수 방안을 검토하였다. 교과 내적으로는 한자, 어휘, 단문 등의 학습요소를 소설 작품의 학습 과정에 포함하여 진행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고, 교과 외적으로는 교과 융합 수업을 통하여 수업 시수를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현행 교과서에 수록된 한문소설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에 소개된 다양한 교수-학습방법을 적용한 성과 를 공유・집적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Ⅰ. 들어가며

2015년 개정된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올해(2018년)부터 고등학교에서 적용되기 시작하였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주요 개정 방향이 학습 내용의 적정화 및 교수학습 및 평가방법의 구체화였기에,1) 개별 교과의 교육과정에서 성취기준이 간략해졌고, 다양한 교수학습 및 평가방법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학습 내용의 간략화, 교수-학습방법의 강조 등으로 대표되는 최근 교육 경향을 반영한 것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기 시작한 현시점에서, 개정 교육과정의 새로운 교수-학습방법이 교과서에 구현된 양상을 검토하는 이번 한자한문교육학회의 기획은 시기적으로 의미가 있다. 교수-학습방법의 측면에서 교과서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고, 한문 교육계에서 실험・모색하고 있는 새로운 교수-학습방법에 대한 점검과 새로운 모색의 밑거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문소설의 경우, 교과서에서 새로운 교수-학습방법을 적용하기에 몇 가지 난점이 있다.2) 기본적으로 한문소설은 하나의 장면이나 사건만을 수록하더라도 많은 분량을 차지하기 쉽다. 따라서 소설의 경우, 새로운 교수-학습방법 적용에 앞서 교과서에 작품 수록 여부 및 방법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 게다가 현재 한문과의 수업시수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상대적으로 분량이 많은 한문소설에 한문소설의 특성을 반영하는 새로운 교수-학습방법을 적용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뿐 아니다. 한문소설 교육에서 그 교육목표를 어구분석 및 원문해석에 둘 것인지, 아니면 간략한 내용 이해 수준에 둘 것인지, 좀 더 나아가 주체적이고 비판적인 이해와 감상 수준에 둘 것인지 등등에 대한 합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교육목표가 분명해야 그에 걸맞은 교수-학습방법이 설계될 수 있을 터인데, 작품의 부분, 그것도 아주 짧은 부분만 교과서에 수록되고, 게다가 수업시간마저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 현실에서 교육목표의 설정마저 쉽게 합의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길이 멀다고 가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어려운 조건이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가야 한다. 현실적 조건을 감안하면서 새로운 한문소설 교육의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본 연구에서는 먼저 2015년에 개정된 교육과정에서 한문소설과 관련된 교수법의 변화양상을 검토하도록 한다. 그리고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반영된 새로운 교과서에서 한문소설 관련 제재, 학습목표 및 교수-학습방법 구현 등이 이전 교과서에 비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살펴볼 것이다. 그 과정에서 교육과정과 교과서에서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교수-학습방법의 특징적인 면모를 확인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새롭게 한문소설 교수-학습방법에서 주목해야 할 몇 가지 지점을 검토하도록 한다. 이러한 검토가 한문소설 교수-학습방법의 새로운 모색에 작은 기여라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1) 교육부(2015a:1~4)
2) 본연구에서는 고등학교 『한문Ⅰ』을 중심으로 한문소설 영역을 검토할 것이다. 한문소설은 중학교 과정보다는 고등학교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어지기 때문이다. 『한문Ⅱ』의 경우는 교과서도 1종뿐이며 실제 교육현장에서 거의 개설되지 않기에 일반적인 상황을 드러내기 위하여 제외하도록 한다.

 

Ⅱ.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특징 - 한문소설 관련 부분을 중심으로

1. 성취기준의 간략화

2015 개정 한문과 교육과정의 대표적인 특징은 이전 교육과정에 비해 성취기준이 간략해지고, 교수-학습방법이 풍부해진 것이다. 이는 한문과만이 아니라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전반적 특징인데, 교육과정 개정의 방향에서 강조한 “학습량 적정화”가 성취기준의 간략화로 나타난 것이다.

한문과 경우, 고등학교 한문Ⅰ을 기준으로 할 때, 성취기준이 약 20%나 줄었다.(26개→21개) 영역별로 볼 때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난 곳은 ‘한문의 독해’ 영역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한문의 독해’ 영역은 2009 개정 시기 ‘독해’ 영역의 ‘읽기’와 ‘이해’ 및 ‘한문지식’ 영역의 ‘문장’ 부분이 수렴된 영역인데, 아래의 <표 1>과 <표 2>에서 확인되듯 2009 개정 시기 14개였던 이 영역의 성취기준의 개수가 2015 개정 시기에는 8개로, 43%나 감소하였다. 이러한 감소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이해’ 영역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났는데, 2009 개정 교육과정 ‘이해’ 영역에 제시된 9개의 성취기준이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한문의 독해’의 06에서 08까지의 세 가지 성취기준으로 대체되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한문 산문의 종류에 따른 성취기준이 사라진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儒家經傳, 議論散文, 歷史散文, 記事文, 實用文, 敍事文(小說) 등 문체별로 제시된 성취기준이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한문 산문의 다양한 서술방식을 통해 글의 내용을 이해하고 감상한다”라고 하여 산문 문체별 성취기준이 하나로 통합된 것이다.

이러한 성취기준의 변경으로 儒家經傳, 議論散文, 歷史散文, 記事文, 實用文, 敍事文 등을 반드시 교육해야 할 필요성이 없어지게 되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제시된 성취기준에 의하면 “한문 산문의 다양한 서술방식”에서 다양성을 확인하고 이해하는 수준에서 학습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제 한문 산문의 여러 양식은 교육적 목적에 따라 선별적으로 교육하면 되게 되었다. 한문소설로 대표되는 敍事文의 경우도 반드시 학습할 필요는 없어지게 된 것이다. 여타 산문 양식들처럼 한문소설 역시 교육해도 되고, 교육하지 않아도 되는 영역으로 변경된 것이다. 이는 교과서 편찬에서 설화와 소설과 같은 서사문을 수록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된 것이기도 하다.

 

 

<표 1> 2009 개정 교육과정 ‘읽기’, ‘이해’, ‘문장’ 부분의 성취기준

 

 

<표 2> 2015 개정 교육과정 ‘한문의 독해’ 부분 성취기준

 

 

2. 교수-학습방법의 다양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다양한 교수-학습방법이 소개되고, 그 설명도 매우 구체적이고 상세하다는 점이다. 일단 한문소설 교육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한문의 독해, 한문과 인성 및 한문과 문화 영역에 제시된 교수-학습방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표 3> 2015 개정 교육과정 한문소설 관련 영역의 교수-학습방법

 

 

위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교수-학습방법이 매우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다. 새롭게 추가된 교수-학습방법이 무엇인가 확인하기 위해 먼저 2009 개정 교육과정에 소개된 영역별 교수-학습방법을 살펴보도록 하자. 아래는 2009 개정 교육과정 한문소설 관련 영역의 교수-학습방법이다.

 

 

<표 4> 2009 개정 교육과정 한문소설 관련 영역의 교수-학습방법

 

 

일견하기에도 2009 개정 교육과정의 교수-학습방법은 소략하다. “만화 활용하기”, “연극・방송 대본 만들기”, “역사신문 만들기”, “가상 인터뷰하기”, “다른 창작물과 비교하기”, “감상문 쓰기” 등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시된 교수-학습방법이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들은 한문소설의 교수-학습에서 새롭게 적용해 볼 수 있는 사례들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앞서 살펴보았듯이 성취기준의 생략으로 한문소설을 필수적으로 교수해야 할 근거는 사라졌다. 하지만 한문소설을 교수할 수 있는 다양한 교수-학습방법이 제시되고 있기도 하다. 이 점을 아울러 고려한다면 비록 필수적으로 한문소설을 교육할 필요는 없지만, 한문 산문의 한 양식으로 한문소설을 교육한다면 보다 다양하고 풍성한 방법으로 교수-학습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하겠다. 바로 이 점이 2015 교육과정의 주요한 특징이라고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사항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한문과 인성” 및 “한문과 문화” 영역이 강화되고 있는 사실이다. 이를 한문소설 교육과 연관지어 생각한다면, 한문소설의 교수-학습 과정에서 이들 영역의 핵심 개념인 “선인들의 지혜와 사상”, “전통문화의 계승과 발전”, “한자문화권의 언어와 문화” 등을 보다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한문소설 교수 과정에서 글의 내용과 관련하여 “선인들의 지혜와 사상”, “전통문화의 계승과 발전”, “한자문화권의 언어와 문화” 등을 중요한 학습 내용으로 설정하고, 그와 관련하여 <표 3>에 제시된 “영상매체를 활용한 토의토론 하기” 등과 같은 새로운 교수-학습방법을 활용하여 교수-학습 활동을 진행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하나의 제재를 통하여 다양한 영역의 성취기준을 동시적으로 실현할 수 있기에, 한문과의 수업 시수가 감소하고 있는 현상황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지점이라고 할 것이다.

 

Ⅲ. 2015 개정 교육과정 한문 교과서 한문소설 영역의 특징

1. 한문소설 미수록 교과서의 증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새로운 교과서는 2018년부터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새로운 한문 교과서는 2009 개정 시기 교과서보다 전체 분량이 확연하게 줄었다. 이전 시기 300페이지 내외였던 고등학교 한문Ⅰ교과서가 현재는 200페이지 내외로 약 1/3이 감소한 것이다. 그에 따라 소단원의 수도 30개 내외에서 20개 내외로 크게 줄었고, 각 단원에 수록된 원문의 분량마저 줄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한문소설의 수록도 줄어들게 되었다. 13종의 고등학교 한문Ⅰ 교과서에 한문소설이 수록된 양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표 5> 2015개정 교육과정 한문 교과서 한문소설 수록 양상

 

 

위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개정된 한문 교과서에서 한문소설의 비중은 미미하다. 13개 교과서 중 4개, 총 5개 소단원에서 한문소설이 수록되었고, 수록 작품은 <許生傳>, <懸吐漢文春香傳>, <虎叱>, <三國志演義> 등 총 네 작품뿐이다. 이는 2009 개정 교육과정 한문 교과서와 다른 면모이다.3) 2009 개정 시기에는 총 10종의 고등학교 한문 교과서 중 9종의 교과서에서 한문소설이 수록되었고, 한문소설이 수록된 단원수도 총 12개나 되었으며, 수록 작품도 <薛氏>, <金現感虎>, <萬福寺樗蒲記>, <李生窺墻傳>, <崔陟傳>, <許生傳>, <虎叱>, <三國志演義> 등 총 8 작품으로 훨씬 다양하였다.

2015 개정 교육과정 시기 교과서에서 이처럼 한문소설 수록 단원이 크게 줄어든 것은 무엇보다도 교과서의 분량 축소가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전체 분량을 축소하기 위해 분량이 많은 데다 상대적으로 축약이나 생략이 힘든 한문소설이 배제된 것이다. 그런데 한문소설 수록 단원의 학습목표는 2009 개정 교육과정 시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15 개정 교육과정 시기의 교과서의 <許生傳> 관련 학습목표는 “작품 속에 나타난 인물, 사건, 배경을 파악하고 주제를 이해한다”(금성출판사)와 “<許生傳>의 중심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YBM) 등이었고, <三國志演義>의 경우는 “소설의 서술 방식”과 “『삼국지』를 통한 한자문화권의 상호 이해”였고, <虎叱>의 경우는 “글의 내용과 주제”, “선인들의 지혜와 사상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며, <春香傳>의 경우는 “한문 기록에 담긴 전통문화 바르게 이해하기”, “한문 산문의 서술방식을 통해 글의 내용 이해하고 감상하기” 및 “미래 지향적인 새로운 문화 창조의 원동력으로 삼는 태도 갖기” 등이었다. 이러한 진술은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을 적절히 변형한 것으로 개별 작품의 특징적인 주제나 표현 등을 반영하여 구체적으로 제시된 것은 아니다. 이러한 점은 2009 개정 교육과정 시기의 교과서와 전반적으로는 비슷하다. 예컨대, 2009 개정 교육과정 교과서에 가장 많이 수록된 <許生傳> 수록 단원의 학습목표의 경우, “읽고 풀이하기”(다락원, YBM), “인물, 사건, 배경 파악하기”(두산동아, 다락원, 천재교육, 금성출판사), “내용과 주제 이해하기”(다락원, 대학서림), “한문소설의 서술 구조 알기”(대학서림), “전통 문화의 가치를 이해하여 창조적으로 계승 발전시키려는 태도 지니기”(두산동아), “선인들의 사상과 정서를 이해하여 건전한 가치관과 바람직한 인성 함양하기”(금성출판사) 등인데, 전반적인 내용은 2009 개정 교육과정 시기 교과서에 제시된 한문소설 부분의 학습목표와 동일하며, <허생전>의 특징적인 면모가 반영된 교육목표가 별도로 제시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3)

 

 

그런데 2009 개정 교육과정 시기 몇몇 교과서에서는 개별 작품의 주제나 장르적 특징에 대한 이해를 학습목표에 담기도 하였다. 예컨대, <萬福寺樗蒲記> 수록 교과서에서 “선인들의 사랑에 대한 의식의 단면을 이해할 수 있다”라는 학습목표를 제시하여, 애정전기소설에 나타나는 애정에 대한 학습을 유도하였고, <金現感虎> 및 <李生窺墻傳>에 대해 각각 “나말여초에 나타난 전기소설을 읽어 보고 그 특징을 이해해 본다”, “조선 전기의 소설 『金鰲新話』의 특징과 문학적 성과를 알아본다”라는 학습목표를 제시하여, 소설사의 전개와 관련하여 작품을 이해하도록 유도하였다. 이는 개별 소설 작품의 장르적 특징이나 소설사적 의미의 맥락에서 작품을 이해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그런데 2015 개정 교육과정 시기 한문 교과서에서는 이러한 소설 작품의 장르적 특징이나 소설사적 맥락에서의 작품 이해를 학습목표로 제시하지 않았다. 교과서의 분량이 축소되고 대부분 한문소설을 수록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문소설의 장르적 특성이나, 작품 전체의 주제의식, 소설사적 의미 등은 소설의 학습 내용에서 배제된 것이다.

2. 새로운 교수-학습방법의 구현

앞서 검토하였듯이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이전 교육과정에서 필수적으로 학습해야 했던 서사문이, 한문 산문의 다양한 형태의 하나로 선택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그럼에도 서사문 교육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교수-학습방법은 훨씬 다양하고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그런데 한문소설을 수록하고 있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교과서에서, 교육과정에서 소개된 교수-학습방법을 적용하고 있는 경우는 단 하나에 불과하였다. 몇몇 교과서에서 학습 활동이 제시되고 있기는 하지만 한문소설 작품에 대한 교수-학습방법이라기보다는 단원 도입에 제시된 활동으로, 주의 환기 혹은 본문 학습을 위한 선행 이해 정도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4)

 

4) 『삼국지』 도원결의 부분이 제시되는 지학사 22단원에서는 삼국지의 내용과 관련된 한자성어 찾기 활동이 제시되고 있고, <호질>이 제시되는 지학사 23단원에서는 그림으로 간략한 줄거리를 소개한 뒤, 등장인물의 특징을 찾는 활동이 제시되고 있다.(안재철 외, 2018:153, 159)

 

이제 교수-학습방법이 강조되고 있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검토해보자. 동아출판에서 발행한 고등학교 『한문Ⅰ』 15-1 단원은 <춘향전>을 수록하고 있는데, 그 본문은 다음과 같다.

 

① 李御史, 坐於堂上, 故戱言之曰: “我欲以汝爲房守, 汝雖不從府使之令, 何敢不聽御史之命?”

② 香娘避席而詭曰: “幸望御史之神明, 欲伸小妾之抑冤, 不意今者, 反有此分付. 此所謂雪上加霜, 且御史之命, 雖曰不同府使之威, 小妾之節, 其不變一也.”

③ 李御史笑曰 : “吾言, 固戱之耳. 詩云: ‘善戱謔兮, 不爲虐兮!’ 戱之何妨? 香娘! 香娘! 爾不知我乎? 今日李御史, 卽前日李道令也.”5)

 

본문의 주내용은 이도령과 춘향과의 대화이다. ①과 ③은 이도령의 발화이고,6) ②는 춘향의 발화이다. 이처럼 본문 내용의 대부분인 등장인물의 대화로 이루어지고 있기에 이 교과서에서는 본문 학습방법의 하나로 이도령과 춘향의 ‘역할놀이’ 활동을 아래와 같이 제시하고 있다.

 

 

 

 

5) 번역을 별도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李御史가 堂上에 앉아 짐짓 농담으로 말하였다. “내가 너를 房守로 삼을 것이야. 네가 비록 府使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더라도 어찌 감히 어사의 명령을 듣지 않겠느냐?” 향랑이 자리에서 물러나 꿇어앉아 말하였다. “어사의 神明 덕분에 소첩의 억울하고 원통을 풀 수 있기를 바랐건만 생각지도 않게 이제 도리어 이런 분부를 내리시니 이는 이른바 雪上加霜이라 할 것이옵니다. 또 어사의 명령이 비록 부사의 위엄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하겠지만, 소첩의 절개는 한결같이 변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이어사가 웃으며 말했다. “내 말은 정말 농담일 뿐이야. 『詩經』에 ‘농담을 잘하지만 지나치지는 않는다’라고 하였으니 농담한 것이 무슨 해가 되겠니? 향랑아! 향랑아! 너는 나를 모르겠느냐? 지금 여기의 이어사는 바로 지난날의 이도령이란다.”
6) ③의 마지막 “今日李御史, 卽前日李道令也.”을 교과서에서는 서술자의 발언으로 이해하여 “오늘의 이어사는 곧 전날의 이도령이었던 것이다”라고 번역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서술자가 아니라 이도령의 발언으로 “今日[지금 여기]의 이어사가 바로 前日[지난 날]의 이도령이란다.”라고 말한 것이다. 따라서 교과서에서 원문의 마지막에 “∼러라.”라고 단 현토는 “~(니)라.” 정도로 바뀌어야 한다.

 

본문의 활동에 역할놀이(역할극)를 적용한 것은 매우 유용한 교수-학습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역할놀이는 텍스트의 의미를 체험으로 실현하기에 한편으로 직접 체험하는 즐거움으로 학습 흥미가 제고되고, 동시에 학습자의 체험을 통해 의미가 구현됨으로써 텍스트의 이해가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춘향전>은 적층문학인 판소리계 소설이기에 이본에 따라 인물형상과 주제의식에서 조금씩 차이를 보이며 다양한 의미를 실현한다. 따라서 동일한 내용이라도 캐릭터의 구현에 따라 의미의 차이를 보일 수 있는 역할놀이는 제재에 적합한, 매우 효과적인 교수-학습방법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본 교과서에는 역할놀이의 구체적인 절차나 방법, 유의사항 등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 교과서에 제시된 내용은 역할놀이 수행에 앞서 본문을 “의역”해 보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위의 그림에서 드러나듯이 교과서에서 실제 수행하는 것은 춘향과 이도령의 대사를 써보는 것이고, 대사의 보기로 제시된 것은 원문 “香娘! 香娘! 爾不知我乎?”의 번역으로, 직역이 아니라 대사에 걸맞게 의역으로 제시되어 있다. 직역이라면 “향랑아![香娘]”, “네가 나를 모르겠느냐[爾不知我乎]?” 정도로 번역할 것을 “춘향아!”, “나를 못 알아보는 게냐?”로 의역한 것이다. 따라서 본 교과서의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지시한 것은 역할놀이의 맥락에서 텍스트를 의역해 보는 것이다. 한문소설이 수록된 본문 텍스트에 적용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교수-학습방법을 제시하였지만 아쉽게도 그 교수-학습방법이 실행되기 위한 구체적인 방향 제시까지는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물론 지도서가 아니라 교과서이기에, 교실 수업 과정에서 교사가 교실 상황에 적합한 교수-학습방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교수-학습의 구체적인 절차나 유의사항이 제시되기 어려운 상황도 충분히 이해된다. 교과서에서 교수-학습방법을 지나치게 제한하면 교사의 자율성이 침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는 무엇보다도 교과서를 바탕으로 진행된 구체적인 교육실천, 여기서는 역할놀이 교수-학습방법의 다양한 시험과 그 경험의 공유가 더욱 요청된다고 하겠다.

다만 구체적인 실천 경험들의 공유에 앞서 본문의 내용에 역할놀이 교수-학습방법을 적용할 때 유의할 점은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역할놀이는 학습자의 자발적인 체험을 유도하는 교수-학습방법이기에 ‘놀이’의 과정에서 텍스트 본래의 의미를 지나치게 확장하거나 왜곡할 수도 있다. 따라서 역할놀이 교수-학습 과정에서는 무엇보다 텍스트의 자의적인 해석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자의적 해석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절차적으로 교수-학습 과정에 객관적인 해석이 유도되기 위한 과정을 마련해야 하며, 동시에 텍스트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교수자가 교수-학습 과정을 적절하게 지도해야 한다. 텍스트 이해를 바탕으로 적절하게 교수-학습 과정을 설계하고 지도할 교사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먼저 해석의 객관성을 강화하기 위한 절차적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자. 여기서는 무엇보다 학습자 개개인의 적극적이고 자율적인 해석이 학습자들 사이 혹은 학습공동체에 의해 정당화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습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그들 사이의 소통 유도를 통해 해석의 정당성을 확보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의 해당 부분은 모둠 학습이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인 원문 학습을 진행한 후, 짝과 함께 역할놀이를 진행하고, 이어서 6명 정도의 모둠을 만들어 모둠 내에서 역할놀이 결과를 공유하여 모둠별로 역할놀이에 따른 최종 결과를 확정하여 발표하게 하는 것이다. 이때 모둠별 발표에 앞서 모둠 내에 연출자를 설정하도록 하여, 연출자가 모둠별 발표의 연출이나 연기의 배경을 설명하도록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텍스트에 대한 다양한 해석 및 해석자들 사이와 해석공동체에 의한 해석의 정당화가 유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별적인 역할놀이에서 텍스트에 대해 학생들은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해석을 하게 된다. 춘향과 이도령의 역할을 직접 시연함으로써 인물을 자율적이고 능동적으로 해석하게 되는 것이다. 이어 모둠 활동에서 각자가 시연한 역할을 서로 설명하고 평가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 과정에서 학생 개개인은 한편으로 자신의 해석을 명료화하게 된다. 자신이 구현한 역할에 대한 질문 및 설명과정에서 자신의 해석을 보다 명확하게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다른 학생들의 역할에 대한 비교과정에서 인물에 대한 해석이 보다 심화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몇몇 해석자들 사이의 의견 교환이므로 해석이 자의적일 가능성이 있다. 더 큰 범위인 해석공동체에서의 소통을 통해 좀 더 ‘객관’적인 해석이 추구될 필요가 있다. 모둠별 비교 작업은 이 때문에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역할의 시연은 역할 시연자의 연기능력(캐릭터 구현 능력)에 따라 좌우될 수도 있으며, 개별 모둠이 해석한 텍스트의 의미가 연기 가운데 제대로 구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개별 모둠이 역할놀이 과정에서 이해한 텍스트의 의미를 언어적으로 전달하는 장치도 마련되어야 한다. 모둠별 해석을 연기만이 아니라 언어로도 비교해야 더욱 명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각 모둠 내에 연출자를 설정하도록 한 것이다.

이상의 과정은 학습자의 작품 해석이 보다 객관적이고 타당할 수 있도록 돕는 절차이다. 그런데 아무리 이러한 절차가 잘 마련되었다 하더라도 학습공동체의 텍스트에 대한 해석이 반드시 타당한 것일 수는 없다. 텍스트에 대한 객관적인 지식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사는 텍스트에 대한 객관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교수-학습의 과정을 지도해야 한다. 위의 춘향과 이도령의 대화에서 이 점을 점검해 보자.

교과서에 인용된 <춘향전>은 어사출도의 마지막 부분으로 이도령이 춘향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장면이다. 여기서의 핵심은 변학도로 대표되는 관권의 억압에도 불구하고 죽음으로써 항거하며 자신의 사랑을 끝까지 지킨 춘향이, 암행어사가 되어 나타난 이도령의 도움으로 결국 자신의 사랑을 이루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도령이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과정에서 해학적인 분위기가 드러나지만, 핵심적인 내용은 목숨까지 빼앗기게 되는 상황에서도 끝내 자신의 사랑과 신의를 지킨 춘향의 면모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위의 본문을 내용을 충실히 따르면서 역할놀이를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이도령과 춘향의 캐릭터가 다양하게 변주될 가능성이 있다. 이도령의 발화가 중심이 되는 본문 ①은 기본적으로 그의 장난스러운 면모가 핵심이다.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농담으로 말한 점에서 장난스런 그의 캐릭터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府使(변사또)의 명은 듣지 않았지만 暗行御史의 명은 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수청을 요구한 사실에서 한편으로 춘향의 절개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픈 욕망을 지닌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이도령의 수청 요구가 해학적인 상황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은근히 춘향의 절개를 시험하고픈 욕망이 투영된 것으로도 이해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③의 이도령의 발화와도 연결되는데, 이도령의 캐릭터에 장난스러움을 부각한다면 ③은 자신의 장난스러운 면모에 대한 변명이 되겠지만, 춘향의 절개를 시험하고픈 욕망이 반영되었다면 ③은 춘향이 절개를 지키겠다는 한결같은 대답에 대한 이도령의 변명이 된다. “나의 말은 정말로 농담으로 한 것일 뿐이야.”[吾言, 固戱之耳]라는 말이 깜짝 놀라게 하려는 의도적 농담으로 이해될 수도 있고, 부분적이지만 사랑을 의심한 자신의 마음을 숨기려는 변명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춘향 캐릭터 역시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춘향이 자리에 물러나 꿇어앉으며 대답을 한다는 점에서 예의 바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동시에 어사의 요구를 엎친 데 덮친 격[雪上加霜]이라고 대답하기에 매우 강단 있는 면모도 두드러진다. 그런데 그녀의 대답은 암행어사가 이도령임을 어느 정도는 인지한 상태에서 한 대답으로 이해할 수도 있고, 전혀 몰랐던 상태에서 한 대답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7) 춘향이 어쩌면 어사가 이도령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추측하였다면 춘향은 상당히 상황 파악이 뛰어난 것이 된다. 수난에 항거하며 끝까지 고집스럽게 자신을 지킨 인물인 것은 분명하지만 한편으로 옥중 고난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을 지닌 인물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텍스트 내에서도 이도령과 춘향의 캐릭터의 다양한 변주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유의할 것은 이상의 변주는 텍스트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의 변주라는 사실이다. <춘향전>이 <춘향전>인 한, 인물과 주제가 <춘향전>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텍스트가 허용하는 범위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텍스트의 명확한 이해를 위한 학습 과정에서는 장면의 기본적인 의미에 벗어나지 않으며, 동시에 캐릭터의 내적 일관성이 유지되어야 하며, 교수자는 여기서 벗어나지 않도록 교수-학습 과정을 지도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아울러 이도령, 춘향의 캐릭터 구현이 각 캐릭터에 대한 비평적인 이해에까지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작품 이해가 인지적 수준에 머물지 않고 태도의 측면에까지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이도령을 살펴보자. 앞서 언급했듯이 위의 장면에서 이도령은 은근히 춘향의 절개를 확인하고 싶은 욕망이 투영된 인물로 구현될 수도 있다. 이 경우라면 상대적으로 춘향의 애정과 도덕성이 더욱 부각된다. 춘향은 온갖 고초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사랑을 지킨 인물이지만 이도령의 경우는 부분적이라도 춘향의 사랑을 의심한 인물이 되기 때문이다. 이때 작품에서 강조되는 것은 기생이라는 열악한 위치에도 불구하고 온갖 고난과 고초를 견디며 자신이 선택한 사랑과 신의를 끝까지 지켜나간 춘향의 면모이다.

이도령이 춘향의 절개를 확인하고픈 마음이 전혀 없는 경우에도 이도령은 비판적으로 이해된다. 이 경우, 이도령의 춘향에 대한 수청 요구는 전혀 예상하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 춘향에게 극적인 기쁨을 선사하기 위한 것이 된다. 일종의 깜짝 이벤트를 선사한 것이다. 그런데 이는 자신을 위해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른 춘향에게 적절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고난 가운데도 사랑을 지킨 춘향의 성숙한 면모에 대비되는 이도령의 유아적인 면모라고 할 것이다. 게다가 이도령은 장난스런 자신의 면모를 『詩經』의 구절을 인용하면서 정당화한다. 기존의 전통에 기대어, 그리고 그 전통을 외우고 활용할 수 있는 배타적인 지식을 통해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한 것이다. 물론 춘향과의 사랑의 맹세를 실천한 이도령의 행위는 춘향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신분적인 장벽을 넘어선 것이기에 그 의의를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여전히 신분적인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는 기생 춘향을 부분적으로 기생처럼 대우하고 있으며 동시에 그러한 자신의 행위를 여전히 봉건적인 권위에 기대어 정당화하고 있는 면모도 동시에 확인되는 것이다.

 

7) <懸吐漢文春香傳>에는 위 춘향의 말에 협주로 “어떤 이는 춘향이 이도령이 어사가 된 것을 알았기에 곧바로 이렇게 대답한 것이라고들 하는데 이는 춘향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世人或謂香娘知李郞之爲御史, 故直以此言對云, 此不知香娘者之言也).”라는 논평이 달려있다. 이것으로 보아도 춘향이 이도령이 암행어사인 것을 미리 인지한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춘향이 암행어사가 이도령임을 알아서 단호하게 수청을 거부한 것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춘향이 암행어사가 이도령일 가능성을 조금은 염두에 둔 것으로 이해할 수는 있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이해와 달리 춘향이 이도령이 어사임을 어느 정도 예상한 것으로 구현하는 춘향의 캐릭터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일단 이 경우라도 춘향이 이도령이 어사임을 분명하게 인지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사랑을 굳건하게 주장한 점은 인정되어야 한다. 다만 당시 남원의 상황(어사 출도 소문, 수행원들의 집결 등)이나 이도령과의 옥중 만남 과정에서 어렴풋이 이도령이 어사일 수도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춘향은 한편으로 진실한 사랑을 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 현실 판단이 뛰어나, 상황을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는 인물로 이해된다. 아울러 이러한 현실 파악 능력이 뛰어난 면모는 한편으로 기생이라는 신분의 전형-보다 세상을 잘 읽어낼 수 있는 인물-과도 연결되는 것이다.8)

인물의 캐릭터에 대한 비평적 이해는 동시에 <춘향전>의 주제에 대한 심화된 이해도 가능하게 한다. 기본적으로 <춘향전>은 이도령과 춘향의 사랑 이야기이고, 동시에 신분적인 한계를 지닌 춘향이 모든 고난을 극복하고 신분의 한계를 넘어선, 인간으로서 보편적인 사랑을 획득하는 이야기이다. 이때 춘향의 모든 문제 극복은 이도령의 사랑, 이도령의 구원 덕분이었다. 양반이면서도 기생이 아니라 한 여성으로 춘향을 대우하고, 나아가 기생이기에 겪어야 했던 고난을 해결해 준 것이다. 전체적인 줄거리로 볼 때, 이도령은 춘향에게 분명 구원자의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런데 구체적인 장면을 통해 인물의 캐릭터를 구현하고, 이를 비평적으로 판단할 경우 다른 면모도 나타난다. 앞서 보았듯이 이도령은 구원자이지만 여전히 한계를 지닌 인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별 작품마다 구원자의 면모가 뚜렷한 경우도 있고, (계급적인) 한계가 좀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이도령의 캐릭터 구현과정에서 춘향의 절개를 의심하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품은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비평적 이해 과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주 짧은 장면의 역할놀이이지만 이를 통해서 전체 <춘향전>에 대한 심화된 이해가 가능한 것이다.

 

8) 위의 교과서는 활동으로 이루어진 15-2 단원에서 <춘향전>을 각색하여 연극을 위한 대본 작성 혹은 대본 작성의 취지에 대한 토론을 학습 활동으로 제안하고 있다. 가능하다면 앞 단원의 역할놀이에서 구현된 이도령과 춘향의 캐릭터 및 그 캐릭터가 구현하는 주제의식을 바탕으로 학습활동을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나친 개방성은 환수되지 않는 일회적 활동으로 끝나버릴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실제 교실 수업에서 역할놀이 교수-학습방법을 통한 학습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분명하지 않다. 구체적인 실천 경험이 집적되고 공유될 때 실제적인 학습 효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고등학교 한문Ⅰ에서 한문소설에 대한 교수-학습 활동이 제시된 경우는 이상의 사례에 불과하다. 그 사례 역시 활동만이 제시되고 있을 뿐, 그러한 교수-학습 활동이 선택된 이유, 활동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점, 도달해야 할 교육목표 등이 분명하지 않다. 교사가 알아야 할 텍스트에 관한 지식, 교수-학습의 절차, 유의사항 등이 제시되지 않기에 교수-학습 활동 과정에서 역할놀이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개별 텍스트의 성격에 걸맞은 새로운 교수-학습방법이 지속적으로 실천되고, 그 과정에서 교육 주체들이 겪은 성과와 문제점 등을 담은 다양한 사례들이 집적되고, 사례에 대한 이해가 심화된다면 보다 의미 있는 한문소설 교육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한문소설 작품이 다양하게 교과서에 수록되기 어려운 현재의 상황에서는 일단 교과서에 집중적으로 수록된 한문소설만이라도 보다 다양한 교수-학습방법의 개발과 그 경험의 공유가 시급하다고 할 것이다.9)

 

Ⅳ. 새로운 한문소설 교육의 모색

1. 다양한 학습요소 소화 및 교과 융합 교육의 모색

중등학교 한문소설 교육의 문제점은 선행연구에서 이미 여러 차례 논의되었다. 문제점은 대략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하나는 교재 구성의 한계, 곧 한문소설 작품의 아주 일부분만 수록되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문학교육의 부재 혹은 미흡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한문소설이 보다 많이 소개될 수 있어야 하고, 단순 번역이나 어구 풀이 수준에서 벗어나 한문소설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한문소설 장르의 특징이나 한문소설의 문예성을 주목하는 교재의 구성이나 교수학습방법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하였다.10)

 

9) 2015 교육과정의 실시에 맞춰 교육과정평가원에서 한문과 교수-학습 자료 개발 연구가 진행되어 70여 가지의 다양한 교수-학습 사례가 제시되었다. 하지만 이들 중 한문소설에 대한 교수-학습 사례는 없었다. 한문소설 교육 관련 학습자의 활동 위주의 다양한 교수-학습 사례가 집적되어야 할 것이다. (윤지훈 외, 2017)
10) 임완혁(2003), 송병렬(2004), 임완혁(2011)

 

그런데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현재의 상황을 고려하면 위의 두 문제점과 그 해결방안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교과서 분량이 축소되어 한문소설의 경우 일부분은커녕 아예 수록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분량이 많을 수밖에 없는 소설을, 작은 분량의 교과서에 반드시 수록하도록 요구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대안으로 요약문의 활용이 제안될 수도 있겠지만,11) 기본적으로 문학은 요약문으로 교육할 수 없다. 한문소설의 경우는 대부분 짧은 분량이기에 비록 번역본이라도 전문 학습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요약문으로 접근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에는 일부분이 수록되더라도 번역문은 전문을 읽도록 교육되어야 할 것이다.

한문소설 교육에서 문학교육의 성격을 강화하는 것 역시 문젯거리이다. 한문과에서 진행하는 문학교육으로서의 ‘소설교육’이 국어과의 소설교육과 어떤 차이를 지닐 수 있을까? 한문 교과서에 실린 한문소설은 모두 국어과 교과서에도 수록된 작품이다. 원문과 번역문이라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 ‘문학성’의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 문학교육을 지향한 한문과의 <허생전> 수업 모형 역시 국어과의 수업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12) 소설 작품의 경우, 국어과에서 훨씬 다양한 작품을 더욱 많은 수업시수로 교육한다. 따라서 국어과에서 한문과보다 문학교육이 더욱 다양하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문학교육으로서의 소설교육은 국어과에서 주도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漢詩敎育은 이와 다르다. 漢詩는 문학성의 핵심 내용이 문자적 특성으로 드러난다. 따라서 한시는 반드시 원문을 통해, 全文을 학습해야 한다. 한자와 그 특성을 바탕으로 하는 텍스트 자체의 미감이 작품의 핵심적 특성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문소설의 경우는 문자적 특성이 작품 전체를 이해하는 핵심적 구성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문자적 특징보다 이야기성이 보다 강조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급단계의 학습자의 경우 한문소설은 반드시 한문으로 전문을 학습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번역으로 환원되지 못하는 영역이 한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문과에서 한문의 언어적 특성과 관련이 깊은 한문소설의 장르적 특징을 도맡아 교육하기도 어렵다. 한 편도 온전히 실리기 어려운 한문소설에서 한문소설 관련 지식까지 이해하도록 하는 것은 지나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문과의 한문소설 교육은 여러 한문소설에 대한 지식보다는 교과서에 수록된 해당 작품을 부분적이나마 원문으로 학습하면서 작품 전반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도록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국어과의 경우, 다양한 소설 중의 하나로 번역된 한문소설을 검토하면서 앞으로 다양한 소설들을 향유할 수 있는 감상능력을 키우는 데 보다 노력을 기울인다면, 한문과의 경우는 대표적인 한문소설 작품 - 고등학교에서 충분히 감상 가능한 몇몇 고전 작품을 감상하고 의미를 확인하는 데 보다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교과서에 집중적으로 수록되고 있는 작품만이라도 학습자가 온전히 감상할 수 있도록 학습자 활동 중심의 다양한 교수-학습방법을 개발하고, 그 결과를 집적해야 한다. 다양한 방식의 교수-학습방법을 실행하고 그 경험을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현재의 열악한 조건을 돌파해야 할 것이다.

 

11) 송병렬(2004)
12) 노인숙(2003)

 

그렇다면 분량이 축소된 교과서에서 어떻게 한문소설을 교육할 것이며, 한문소설 교육에서 한문과만의 정체성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안을 두 가지 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대단원 하나 혹은 둘(소단원 6개 정도)을 합쳐 하나의 작품(소설 혹은 산문)으로 엮은 뒤, 그 작품의 학습 과정에 漢字, 語彙, 文法, 成語, 短文, 人性, 漢文 文化 등 제영역의 교육내용을 통합적으로 녹여 넣는 방법이다. 이는 한문 교과서 내의 여러 소단원을 통합하여 작품 수록 분량을 확보하고 그 작품 교수 과정에 여타 소단원의 학습내용을 소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하나는 교과 융합 수업을 통해 시수를 확보하는 동시에 교과별로 교과만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서로 협력하여 더 큰 교육적 효과를 얻도록 하는 방법이다. 교육과정의 내용이 부분적으로 겹치는 교과, 예컨대 국어, 윤리, 한국사 등과 융합 수업을 통해 시수를 확보하면서 동시에 융합 수업의 과정에서 서로의 역할을 분담하여 교과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심화학습이 가능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를 한문 교과서에 가장 많이 실린 한문소설 작품인 <허생전>을 통해 생각해 보도록 하자. 첫 번째 방안은 <허생전>을 원문으로 배우면서 한자, 어휘, 문법, 성어, 단문, 인성, 한문 문화 등 제영역의 성취기준을 함께 배우는 것이다. 기본적인 해석 과정에서 한자, 어휘, 문법 등 교육과정에 제시된 주요 학습요소를 소화하고 나아가 작품 내용과 관련된, 중요한 經傳의 구절 등을 학습하는 것이다. 해당 작품의 원문 학습 과정에서 한자, 어휘, 문법, 단문 등의 학습요소는 쉽게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成語, 經傳, 人性, 漢文文化 등의 학습요소 소화는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작품의 내용과 연결되는 성어, 단문 등을 추출하고, 그것을 인성, 한문 문화 영역에서 소화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허생전>의 경우, 許生의 삶은 유가의 전통적인 윤리관인 출처관에 비춰봐야 그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허생전>의 학습 과정에서 출처관에 대해 수업해야 하는데, 이때 출처관이 드러나는 대표적인 구절인 『논어』의 “天下有道則見, 無道則隱”을 아울러 학습하도록 한다.13) 이 경우 한문 문화의 핵심인 출처관을 경서 문장 및 한문 산문 작품을 통해 함께 소화하여 학습을 심화하는 효과를 지니면서 동시에 교육과정의 대영역인 “한문의 이해” 뿐 아니라 “한문의 활용”까지 두루 포괄하는 학습 효과를 이룰 수 있다.

두 번째 방안은 <허생전>의 주요 장면은 원문으로 학습하고, 국어과에서는 번역문 전문을 학습한 다음, 한문과 국어뿐 아니라 윤리와 한국사까지도 함께 참여하여 토의・토론 수업을 진행하는 방안이다.

<허생전>의 허생은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인물이다. 도둑에 시달리거나 도둑이 될 수밖에 없었던 백성들의 문제(변산 지역 群盜의 문제)를 해결하였고, 동아시아적 안목을 바탕으로 상업에도 뛰어나 수만금의 돈을 벌 수 있었으며, 北伐策 제시에서 드러나듯 외교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도 지녔다. 그는 정치, 경제, 외교 전반에 걸쳐 뛰어난 식견과 능력을 지닌 인물이었다. 하지만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현실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직접 나서지 않았다. 그를 등용하고자 했던 이완을 꾸짖으며 당대 사회의 문제점을 비판하였지만 끝내 당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뛰어들어 적극적으로 실천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적극적으로 실천하지 않은 허생의 면모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번역문을 통한 소설 전문에 대한 학습은 국어과에서 담당하고, 핵심적인 장면에 대한 원문 학습은 한문과에서 담당한 뒤, 허생의 행위에 대한 윤리적 평가를 윤리과와 함께 이 문제를 논의해 볼 수 있다. 윤리 교과의 <생활과 윤리>와 <윤리와 사상> 과목은 ‘윤리문제에 대한 다양한 접근’ 및 ‘의무론적 윤리설과 공리주의적 윤리설’이 주요 학습 내용인데14) 이와 관련하여 허생의 행위에 대한 윤리적 평가를 논의할 수 있다. 끝내 나아가지 않았던 허생의 선택은 儒家知識人의 出處觀의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하는데, 이는 한문과 문화 영역의 핵심적인 학습 내용이다. 동시에 이는 근대 윤리학의 맥락에서 재검토될 수 있다. 이완의 추천을 거부한 허생의 윤리적 선택은 의무론적 윤리설의 맥락에서 긍정될 수 있다. 유가적 윤리관의 도덕 준칙에 비추어 나아가지 않는 것이 올바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허생은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 실제로 그는 群盜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였다. 보다 많은 이익[功利]을 실현할 능력의 소유자인 것이 분명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공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실천했어야 한다. 하지만 그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실현할 방법을 모색하기는커녕 그냥 사라지고 만다. 이러한 행위는 공리주의적 윤리설의 맥락에서 보면 부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이러한 허생의 행위에 대한 평가는 윤리적 가치가 충돌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주제에 대한 진지한 토론의 과정은 “도덕적 탐구와 윤리적 성찰 및 실천능력을 기르”15)는 윤리과의 교과 목표와 부합한다. 윤리과에서 검토할 주요한 문제인 것이다. 동시에 <허생전>은 대표적인 北學派 文人인 朴趾源에 의해 창작된 작품으로, 상업을 중시한 그의 사상이 투영되어 있고 작품 내용에도 조선 후기 사회 경제의 변화상이 반영되어 있다. 이 점은 한국사의 조선 후기 역사의 핵심적 수업 내용이기도 하다. 따라서 한문소설 <허생전>은 교과 융합 수업의 좋은 제재가 될 수 있다. 주요 장면 원문 읽기(한문과)와 전체 작품의 분석과 해석(국어과)을 바탕으로 작품에 투영된 출처관 검토(한문과), 주인공 행위에 대한 윤리적 평가(도덕과), 작품의 배경 이해(한국사) 등을 토의・토론하기, 허생과 가상인터뷰 하기, 역사신문 만들기 등과 같이 교육과정에 제시된 교수-학습방법을 활용하여 융합 수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융합 수업은 공동수업을 통해 수업시수도 확보하면서 동시에 보다 한문소설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도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13) 이외에 “邦有道, 則仕, 邦無道, 則可卷而懷之”(『論語』), “可以仕則仕,可以止則止,可以久則久,可以速則速,孔子也”(『孟子』) “君臣義合, 不合則去”(『孟子集註』) 등도 가능하다.
14) 교육부(2015b)

 

2. 교수-학습방법의 다양한 적용과 경험 공유

한문 수업에서 한문소설 수업이 점점 위축되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우선 교과서에 집중적으로 수록되는 한문소설만이라도 2015 개정 교육과정에 소개된 다양한 교수-학습방법을 적용하고 그 경험을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 교과서에 집중적으로 수록되었던 작품만이라도 작품에 걸맞은 학습자의 흥미를 유발하면서도 학습효과가 교수-학습방법을 개발・확산해야 한문소설 교육의 설자리를 조금이라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문 교과서에 가장 많이 실린 부분은 <허생전>의 첫 장면이다. 여기에 적합한 교수-학습방법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자.16) 이 장면에서는 역할놀이나 연극 대본 쓰기 등이 적합할 수 있다. 첫 장면은 주로 허생과 허생의 처의 대화로 이루어진다. 2009 개정 교육과정 한문 교과서에서 학습목표로 “대화체를 이해할 수 있다”를 설정한 경우가 있는데, 여기서 문학지식 차원에서 ‘대화체’가 사용되었다고 교육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대화를 직접 인용하여 어떤 효과를 띠게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허생전>의 첫 장면에서 부부의 대화는 아주 선명하게 작품의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생계를 책임진 아내가 참다 참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화를 내는데, 그녀가 화를 내는 이유는 ‘책’만 읽을 뿐 과거도 보지 않고, 그렇다고 생산 활동도 하지 않는 허생 때문이다. 특히 허생의 처가 허생에게 “어쩌겠소(奈何)” 밖에 공부하지 못했다고 나무라는 장면은 당대 지식인의 무기력한 면모에 대한 일침으로 매우 인상적인 장면이다. 한문소설의 경우, 특히 古文의 문체를 지향하는 傳係小說의 경우, 등장인물 간의 짧은 발화가 개별 장면이나 작품 전체의 특징을 강조하는 효과를 나타낸다.17) 특히 <허생전>의 첫 장면은 인물의 성격과 이후에 드러나는 작품의 주제가 더욱 강화되는 효과를 보인다. 이 장면은 짧은 대화로 이루어지는데, 이 부분을 한문으로 읽을 경우 장면의 특징이 아주 인상적으로 구현된다. “不有工乎”, “不有商乎”, “奈何” “奈何” 등과 같이 동일한 문장 형식 혹은 구절이 반복되는데, 짧은 구절(구문)의 반복으로 단호하고 응결된 미감이 강조되는 것이다. 이 부분은 한문 원문 학습을 통해야만 얻을 수 있는 미감이다. 역할 놀이를 통해 구어로 해당 대화를 구현한 뒤에 원문과 비교하면 한문 원문으로만 이해할 수 있는 단호하고 응결된 미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5) 교육부(2015b:33)
16) 一日, 妻甚飢, 泣曰: “子平生, 不赴擧, 讀書何爲?” 許生笑曰: “吾讀書未熟.” 妻曰: “不有工乎?” 生曰: “工未素學, 奈何?” 妻曰: “不有商乎?” 生曰: “商無本錢, 奈何?” 其妻恚且罵曰: “晝夜讀書, 只學奈何! 不工不商, 何不盜賊?” 許生掩卷, 起曰: “惜乎! 吾讀書, 本期十年, 今七年矣” 出門而去, 無相識者. (이 부분은 2009 개정 교육과정 9종 교과서 중 YBM, 다락원, 두산동아, 대학서림 등 4종의 교과서에서 수록하였다.)

 

동시에 이 장면의 서사적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모둠별로 허생 연기자, 허생의 처 연기자, 그리고 연출자 등의 역할을 부여하여 연기를 수행하게 하고 이어 그 연기와 연출 의도를 설명하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이때 첫 장면의 허생은 무능력한 지식인의 전형인 듯한 면모가 잘 구현되고 있어야 한다. 동시에 이후의 서사 전개에서 확인되듯 그 캐릭터에는 비범함이 감춰져 있어야 하며, 아무것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당대의 문제 지점들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그 해결책까지 제시하는 능력을 숨긴 존재라는 점도 아울러 구현되어야 한다. 허생의 처는 오랜 시간 인내와 끈기로 남편을 봉양해왔으나 결국 참지 못하고 화를 낼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특히 허생이 집을 나간 뒤 남편이 죽은 줄 알고 남편의 제사를 계속 지내고 있기에 무작정 화를 내는 인물이 아니라 아내의 역할을 다하고자 한 인물이다. 그런 인물임에도 허생의 무능 때문에 작품 서두에서 분노를 참지 못하고 허생을 구박한 것이다. 따라서 허생의 처는 남편 봉양에 최선을 다하는 인물인 점과 그럼에도 허생의 무능 때문에 분노할 수밖에 없는 면모가 동시에 구현되어야 한다. 교사는 작품 전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학습자의 역할 수행 과정에서 허생과 허생의 처 형상에서 이상의 과정이 제대로 구현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캐릭터의 구현 여부는 개인의 연기력 차이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기에 조별로 연출자를 설정하여 연출의 의도를 설명하도록 하는 것은 좋다. 아울러 캐릭터의 구현과정을 언어를 통해 설명함으로써 모둠별 토론이 활성화되는 효과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문 교과서에 가장 많이 수록된 <허생전>의 경우 역할놀이, 연극 대본 쓰기 및 연극 시연하기 등은 작품 이해에 효과적인 교수-학습방법이 될 수 있다. 이외에도 교육과정에 소개된 다양한 교수-학습방법을 적용하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문교과서에 한문소설이 수록조차 거의 되지 않는 현실에서 무조건적으로 다양한 교수-학습방법의 적용을 주장하기는 힘들다. 현재로서는 최소한 한문 교과서에 가장 많이 수록되는 한문소설을 중심으로 다양한 교수-학습방법을 적용해보고 그 과정에서 얻는 유익한 경험들을 공유하여 보다 유익하고 다양한 한문소설의 교수-학습방법의 사례들을 집적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17)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작가가 주장하고 싶은 사상이나 사유를 주인공의 입을 통하여 길게 드러내기도 한다. <허생전>의 경우 작품 후반부에 허생이 자신의 행위를 변부자에게 설명하는 부분은 說理적인 성격이 많이 드러난다.

 

Ⅴ. 나가며

지금까지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된 고등학교 한문 교과서의 소설 부분에서 교수-학습방법이 구현된 양상을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한문소설 교수-학습방법을 모색해 보았다. 그 결과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이전 시기 한문 산문에 대한 다양한 성취기준이 통합되어 소략해졌고, 성취기준의 통합과정에서 한문소설에 대한 직접적인 성취기준 사라진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울러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한문 교과서는 이전 교과서에 비해 분량이 약 1/3이 감소하였으며, 그에 따라 한문소설을 수록하지 않은 교과서가 증가한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거의 모든 교과서에 한문소설이 수록되었는데(10종 중 9종),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13종 교과서 중 4종 곧 약 31%의 교과서만이 한문소설을 수록할 뿐이었다. 한문소설 수록 교과서 가운데 새로운 교수-학습방법을 구현한 것은 단 1종으로, <춘향전>의 한 장면에 역할놀이 교수-학습방법을 적용한 것이었다. 이본에 따라 다양한 변주가 일어나는 <춘향전>에 역할놀이 교수-학습방법 적용한 것은 매우 높은 교육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교수-학습 절차나 유의사항 등이 제시되지 않으면 객관적인 작품 이해의 범위를 벗어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이도령과 춘향의 역할을 짝과 함께 역할놀이를 하고, 모둠 활동을 통해 모둠원들의 역할놀이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모둠원들 가운데 연기자와 연출자를 지정하여 모둠 대표 활동을 시연한 뒤, 모둠별 토론과정을 거치면 학습자들의 정보교환과 해석검증 등의 절차를 통해 보다 객관적인 작품 이해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교사는 교과서 수록 부분에서 텍스트가 허용할 수 있는 캐릭터의 범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춘향전>의 경우 이본에 따라 조금씩 주제가 변주되어 나타나기에 이를 유의하면서 개별 역할놀이에서 구현될 수 있는 캐릭터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나아가 구체적인 시행과정에서 캐릭터의 비판적 이해를 바탕으로 <춘향전> 주제 이해를 심화시킬 수 있도록 교수-학습 과정을 설계해야 할 것이다.

한문과 교과서의 분량은 줄고 한문과 수업 시수 역시 지속적으로 감소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문소설 교육은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교과 내적으로는 한자, 어휘, 단문 등의 학습요소를 소설 작품의 학습 과정에 포함하여 진행하는 방법을 모색해 볼 수 있고, 교과 외적으로는 교과 융합 수업을 통하여 수업 시수를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한문소설 교육의 지속을 위해서 우선 현행 교과서에 수록된 한문소설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에 소개된 다양한 교수-학습방법을 적용하고, 그 성과를 공유・집적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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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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