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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 1598-1363(Print)
ISSN : 2465-8138(Online)
Han-Character and Classical written language Education No.48 pp.17-39
DOI : https://doi.org/10.15670/HACE.2020.48.2.17

A Study on Variant Forms of Chinese Character from a Humanistic Perspective

Kim Su-kyung*
* 본 논문은 2020년 1월 10일 공주대학교에서 개최된 한자한문교육학회 동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수정, 보완한 것임 을 밝힌다. 지면을 빌어, 발표의 토론을 맡아 소중한 조언을 해주신 이국진 선생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 Assistant Professor, Dept. of Sino-Korean Classics Education, Kongju National University
2020년 4월 19일 2020년 5월 08일 2020년 5월 21일

Abstract

Chinese characters are characters that have been located at the center of power for a long time in the Chinese character culture, and at the same time, various characters are mass-produced according to the times, regions, and users. If the phenomenon that Chinese characters are adjusted, enacted, or distributed for the strengthening of power or the efficiency of governance according to the times or regions shows the strong shaping and authority of Chinese characters, the occurrence of various characters in Chinese characters shows the cultural perception of the time or the cultural sphere and individuality of users’ thinking. If the former aims for unification, control, and standardization, it can be said that the latter captures the humanities of cultural diversity and individuality of perception.
This paper focuses on the cultural and individual aspects reflected in a variant form of Chinese Character, and examines its characteristics and what humanistic reference values it has to access and utilize Chinese character today. In a detailed discussion, it was noted that the concept, scope, and evaluation of variant forms of Chinese character are not only historically diverse, but are also changing with the times today. The variant form of Chinese character is a repository of cultural memory and knowledge that contains various thoughts and possibilities. It is used not only as an important database in determining standard characters for the times, but also in the historical understanding of traditional texts and humanities in Chinese character education today. It is worth noting that it has a value to enrich the humanistic approach and thinking.

異體字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

김수경*
* 본 논문은 2020년 1월 10일 공주대학교에서 개최된 한자한문교육학회 동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수정, 보완한 것임 을 밝힌다. 지면을 빌어, 발표의 토론을 맡아 소중한 조언을 해주신 이국진 선생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 공주대학교 한문교육과, 조교수

초록

한자는 한자문화권에서 오랫동안 권력의 중심에 위치한 문자인 동시에, 시대, 지역, 사용자에 따라 다양한 異體를 양산한 문자다. 한자가 시대나 지역에 따라 권력의 강화 내지 통치의 효율을 위해 조정되거나 제정, 반포된 현상이 한자의 강력한 정형성과 권위성을 보여준다면, 한자의 다양한 異體의 발생 현상은 당대의 문화 인식이나 筆寫者 자신의 사유라는 문화성과 개성을 보여준다. 전자가 통일, 제어, 표준화를 지향한다면 후자는 문화의 다양성과 인식의 개성이라는 인문학적인 요소를 담아낸다고 볼 수 있다.
본고는 漢字의 異體에 반영된 문화성과 개성적인 측면에 초점을 두어 그 특징을 고찰하고 오늘날 漢字를 접근, 운용하는 데에 어떠한 인문학적 참고가치를 지니는지 고찰하는데 주요 목적이 있다. 구체적인 논의에서는 異體字라는 개념과 범위, 평가는 역사적으로 다양할 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시대와 함께 변모하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異體字는 다양한 생각과 가능성을 담아내는 문화 기억과 지식의 저장소로 시대에 맞는 正字를 구상하는데 있어 중요한 資料庫로 활용될 뿐 아니라 전통적인 텍스트를 史的으로 이해하는 데 있어, 그리고 오늘날 한자교육에 있어서도 인문학적 접근과 사고를 풍부하게 하는 데 유용한 가치를 지님을 강조하였다.

Ⅰ. 들어가며

 

한자는 한자문화권에서 오랫동안 권력의 중심에 위치한 문자인 동시에, 시대, 지역, 사용자에 따라 다양한 異體를 양산한 문자다. 한자가 시대나 지역에 따라 권력의 강화 내지 통치의 효율을 위해 조정되거나 제정, 반포된 현상이 한자의 강력한 정형성과 권위성을 보여준다면, 한자의 다양한 異體의 발생 현상은 당대의 문화 인식이나 筆寫者 자신의 사유라는 문화성과 개성을 보여준다. 전자가 통일, 제어, 표준화를 지향한다면 후자는 문화의 다양성과 인식의 개성이라는 인문학적인 요소를 담아낸다고 볼 수 있다. 본고는 漢字의 異體에 반영된 문화성과 개성에 초점을 두어 그 특징을 고찰하고 오늘날 漢字를 접근, 운용하는 데에 어떠한 인문학적 참고가치를 지니는지 고찰하는데 주요 목적이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異體字 연구는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표준화 작업 및 유별화, 정리를 위한 연구가 중심을 이루며 이체자에 대한 인문학적 해석을 지향하는 접근은 상대적으로 드문 것으로 조사된다. 본고는 기존 연구자들의 작업을 통해 축적된 이체자 데이터베이스 자료와 이에 대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이체자가 지닌 문화성과 개성의 측면을 인문학적으로 고찰함으로써 역사에서의 인문학적 의의와 현대 한자한문교육에서의 인문학적 응용 가능성을 탐색하고자 한다.

 

Ⅱ. 인문학적 각도에서의 異體字의 성격과 범위

 

본고의 주요 목적이 異體字의 개념이나 유형의 타당성을 전문적으로 평가하는 데 있지 않은 까닭에 기존의 주요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인문학적 접근에 도움이 되는, 관련 개념 분석의 주요 양상을 파악하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이체자의 대한 기존의 다양한 정의 가운데, 異體字를 인문학적으로 고찰하는 데 참조될만한 정의와 범위를 선별하고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에서 오늘날 “일반적으로 正字와 異體字를 논할 때는 그 범위를 楷書라는 書寫體系에 국한”1)하지만, 본고는 이체자가 한자의 역사 변천 과정에서 甲骨文․金文․小篆․隸書․楷書 등 각 단계에서 논의될 수 있음과 俗字, 古今字, 通假字 등과 상당한 교집함이 존재하는 광의의 각도로 접근하고자 한다. 아울러 異體字라는 용어의 등장이 백 년이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俗字, 或字 등을 중심으로 언급한 논의라 하더라도 異體字의 범위에 속한 것으로 파악하고 異體字의 속성을 잘 표현하는 경우 異體字 논의에 포함시켰다. 다만 이러한 서술 범위가 설득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먼저 이러한 설정을 지지하는 논거가 필요할 것이다. 이에 대해 異體字의 ‘異’와 ‘體’로 나누어 관련 논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1) 이경원(1998), p.72. 

 

1. 異體字의 ‘異’

 

異體字라는 용어의 사용은 중국 간화자 제정 과정 중 작성된 〈擬廢除的400個異體字表草案〉(1954), 〈第一批異體字整理表〉(1955) 등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보급되었다.2) 1950년대 이래 2008년까지의 논문, 전문 논저, 교재 가운데 異體字의 개념 정의가 언급된 경우가 백여 종이 넘는다는 조사3)에 의거할 때, 인식의 차이가 정도에 따라 다르게 반영된 정의들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개념의 이해가 다양화되고 복잡해짐에 따라 이 정의들을 종합, 유별화한 연구도 등장했다. 가령 呂永進(2004:34-46)은 영향력 있는 16종의 개념 정의를 소개하고 이를 종합하여 여섯 가지 개념 요소를 추출하였으며 沙宗元(2008:362)은 네 가지로 유형화하였다. 그 가운데 한자의 形‧音‧義 관계에서 異體字의 개념을 이해할 경우, 丁西林, 周祖謨 등의 “音同義同而形不同”한 글자라는 관점이 기본적으로 수용되고 있다.4)

이때 “音同義同”이 비록 이체자를 이해하는 데 있어 기본적으로 수용되는 부분이라 할지라도,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적지 않다. 이를 全體相同의 경우와 部分相同의 경우로 나누어 이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가령 郭錫良(1981/2016:38-39)5)의 경우는 전자만을 이체자로 인정하는 데 반해, 裘錫圭(1988:205)는 전자를 ‘狹義의 異體字’, 후자를 ‘部分異體字’로 보아 廣義의 異體字를 인정하는6) 차이를 보인다. 李運富(2006:73)는 音義가 ‘完全相同’하다는 것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음을 언급했다. “개인의 문화 정도 및 문자사용 습관, 사회의 문자사용 분위기 및 규범의식, 문자사용의 특수 환경 및 목적 등의 다양한 요소로 인해, 전형적인 異體字의 사용이라 하더라도 音義가 완전히 相同하지 않을 수 있다. 甲字의 경우 5개의 의미 항목을 기록하는데 乙字는 2개의 의미 항목만을 기록할 수 있으며, 혹은 甲字는 先秦時期에 등장했고 乙字는 兩漢時期에 등장하여 해당 사용기간의 音에 변화하여 실제 音價가 달라진다. 설령 동일한 시대의 이체자라 하더라도 이체자의 사용 音義 및 해당 문자의 실제 音義가 서로 다른 사용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심지어는 字典, 辭書의 이체자에 대한 독음 표기도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한 까닭에 이체자의 音義는 개별의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구체적으로 분석해야 하며 범위를 정할 때도 폭넓은 편이 좋다”라고 하였다. 이러한 분석은 이체자를 표준자 정리나 협의의 각도에 한정하기보다, 폭넓은 범위에서 인문학적으로 고찰하는데 참고가 된다.

본고는 異體字의 ‘異’를 이해하는 데 있어 다음 몇 가지 성격에 주목하고자 한다.

∙다양한 ‘다름’의 공존성: 王力은 異體字에 대해 “2개(또는 2개 이상의) 文字의 의미가 완전히 相同하고 어떠한 상황에도 상호 代替할 수 있는”7) 글자라고 정의했다. 李國英(2004:12)은 王力의 정의가 단순히 功能의 각도에만 국한됨으로써 실제 구현상에 있어 異體字와 異字를 구분하기 어려움을 지적하였다. 그래서 이보다는, 功能 조건 외에 構形 조건을 더한 蔣紹愚의 정의를 보다 지지했다.: “異體字는 사람들이 言語 중 동일한 단어[詞]를 위해 만든 여러 개의 形體가 다른 글자이다. 이러한 글자는 의미가 완전히 相同하여 상호 치환할 수 있다.”8) 이들의 정의에 따르면 異體字는 字와 字 사이의 차이를 변별하는 것으로 특정 正字와 대응을 이루는 것이 아니다. 王力(1960/2018:172)이 “과거의 문자학자들은 《설문해자》를 근거로 異體字를 正體, 變體, 俗體로 나누었다.”고 설명한 부분에 의거할 때도 異體字를 正體와 대립시키는 구도를 이루지 않았다.

한편 ‘正’의 설정을 전제로 異體字의 ‘異’를 이해하는 입장도 존재한다. 이때의 ‘正’의 기준은 시대나 지역에 따라 다르게 규정될 수 있다. 가령, 우리나라 문집의 이체자를 정리하는 데 있어, 조성덕(2015)은, 異體字는 그에 상응하는 ‘표준자’, ‘正字’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正字에 대한 명확한 개념 규정이 없기 때문에 “많이 사용되는 자형, 혹은 사전이나 자전에서 本字로 표현되는 자형”을 正字로 규정하고 이와 同音同義 관계를 이루는 異形의 자형을 이체자로 규정하는 입장을 취하였다.9)

이러한 이체자 개념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을 이해하는데 蘇培成의 관점이 참고가 된다. 그는 “이체자에는 두 개의 함의가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形體만 다르고 讀音과 의미가 相同한 글자를 지칭하는 것으로, 여러 글자가 서로 異體 관계를 이루는” 이체자고 다른 하나는 “正體와 상대적인 개념으로, 異體와 正體는 단지 形體만 다르고 독음과 의미가 相同한” 이체자다. 그의 분류에 의하면 “아직 정리를 거치지 않은 이체자는 전자의 의미를 취하고 이미 정리를 거친 이체자는 후자의 의미를 취한다.”10) 두 입장 모두 독음과 의미가 相同한 글자가 다양한 형태로 공존할 수 있다는 이체자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상호보완과 상생의 작용: 다양한 異體字는 글자의 당대 의미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원이 될 뿐 아니라 표준자를 정하는 데 있어서도 풍부한 자료고가 된다. “正字와 변별되는 모든 異體字를 俗字로 간주”하는 張湧泉(1996:5)11)은 주도적 위치를 점하는 正字와 종속적, 부차적 지위를 점하는 俗字가 상호보완적이자 상생적인 관계를 이룬다고 언급하였다. 그는 “正字는 문자시스템의 골격이며 俗字는 正字 시스템의 보충이자 보조역량이다. 正‧俗의 관계는 결코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며 통상 시간의 추이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張湧泉(1996:4))고 말함으로써 문자 시스템에서 俗字가 지니는 긍정적 역량을 강조하였다. 비록 이 논의에서의 俗字의 범주를 異體字와 동일시하기는 어렵지만, 俗字(내지 異體字)를 불필요하고 정리되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관점에 비추어볼 때, 장용천의 논의는 이체자의 인문학적 해석 공간을 보다 확보하는 논의라 할 수 있다.

∙공시성과 통시성 속의 상대성: 하영삼(2019b:387)은 자전의 어휘 수록은 통상 공시성과 통시성을 함께 담보하므로 “사전의 표제자로서의 등재여부가 正字와 異體를 구분하는 절대적 잣대가 되지 못”함을 언급하였다. 그와 함께 異體字란 “일방적인 正/俗의 개념이 아니라 어떤 부분을 표준으로 보았느냐의 상대적인 개념”(하영삼(2019b:391))임을 지적함으로써 異體字 인식의 상대성을 강조하였다. 가령 衆자를 예로 들었을 때, 전통 시대의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衆자가 正字이고 기타 众‧眾자는 이체자가 되며, 현대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簡化字인 众자가 正字로 규정되는 차이를 보인다. 또한 오늘날 한국‧대만‧일본의 입장에서 보면 중국의 簡化字 正字인 众자는 이체자로 분류되는 차이를 보인다.

異體字 관련 연구에서는 주로 異體字 외에 或體‧重文․半字․土字․俗字 등의 용어가 거론되며 近代文字學의 영역에서 주로 다루어지는 것으로 조사된다. 가령 唐蘭은, 俗文字에 대한 연구도 문자학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지위를 지님을 지님에도 ‘重古輕今’의 병폐로 말미암아 과거에 사람들의 주목을 받아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12) “隸書‧草書‧楷書 모두 수집한 자료들이 있다. (그 가운데) 楷書의 문제가 가장 많다. 別字 문제, 唐代 사람들이 정리한 字樣, 唐代 이후의 簡體字, 판각이 유행한 이후의 印刷體 모두 근대 문자학의 범위.”라고 언급하였는데 이 또한 俗字의 연구 범위를 近代文字學에 집중시킨 논의에 해당한다.

異體字는 近代文字에서만 국한되지 않는다. 시대마다 正字가 규정되는 과정에서 異體字가 정리되고 변별되는데 이 과정에서 異體字는 正字와 모종의 형태로 공존한다. 甲骨文‧金文‧小篆‧隸書‧楷書‧行書‧草書 등의 書體別로 대표자형 외에 다양한 字體가 종합‧정리된 자전류가 적잖은 점도 異體字와 正字의 공존 상황을 살피는 데 효과적이다. 李運富(2006)는 〈關于異體字的幾個問題〉에서 공시성과 통시성 개념 자체가 지닌 상대성에 기반하여 이체자 가운데 “‘공시’적인 이체자도 있고 ‘통시’적인 이체자도 있기 때문에, 공시적 각도에서 이체자의 同用 현상을 귀납하거나 통시적 각도에서 이체자의 발생과 演變을 고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자의 각 演變 단계 내에서 異體를 논의해야 함을 주장하는 학자도 존재하나13) 본고는 보다 폭넓은 정의가 이체자를 인문학적으로 고찰하는 데 보다 넓은 공간을 제시할 수 있다는 데서 李運富(2006)의 관점을 취하고자 한다.

 

2) 沙宗元(2008), p.361.
3) 沙宗元(2008), p.362.
4) 劉延玲(2001), p.66.
5) 郭錫良 外 編著, 중국 고대 언어와 문헌 연구공동체 學而思 譯(1981/2016:38-39)에서는 음과 뜻이 완전히 같으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상호 대체 가능한 경우를 이체자라 규정하고 音義가 비슷하거나, 의미범위가 다르거나 우연히 통용된 경우는 이체자로 볼 수 없다고 하였다.
6) 裘錫圭(1988), p.205. “異體字는 彼此의 音義가 相同하되 外形이 서로 다른 글자이다. 엄격히 말하자면 用法이 완전히 相同한 글자로 한 글자에 대한 異體여야 비로소 異體字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말하는 異體字는 종종 단지 部分用法만 상동한 글자를 포함한다. 엄격한 의미에서의 이체자는 狹義의 異體字라 명명할 수 있고 부분적인 용법이 상동 한 글자는 部分異體字라 명명할 수 있다. 兩者를 합하면 廣義의 異體字가 된다.”
7) 王力主編(1962/2018), p.172.
8) 李國英(2004), p.12에서 재인용.
9) 조성덕(2015), pp.11-25, 참조.
10) 蘇培成 著, 李圭甲 譯(2007), p.219. 번역을 일부 조정하여 인용함.
11) 하영삼(1996:129)도 俗字와 異體字를 동일한 범주로 보았다. “‘속자’란 실제로 중국 한자학에서 말하는 ‘異體字’와 같은 개념으로, 음과 뜻이 같되 형체만 다른 글자를 총칭하는 개념을 말한다.”
12) 唐蘭(1949/2005), p.13.
13) 呂永進(2004:42)은 공시와 통시의 각도에서 이체자를 파악하는 각도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으므로 ‘時’를 기준 으로 하기보다 字體를 기준으로 삼아 문자의 종적인 演變과 횡적인 축적 양상을 고찰해야 함을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대한 설명은 朱生玉(2013), p.103, 참조.

 

2. 異體字의 ‘體’

 

李運富(2006:76)는 ‘功能相同’이야말로 異體字의 전제임에도 異體字라는 용어가 이를 반영하지 못하므로 ‘同功能異形字’(혹은 ‘同功能字’, ‘同用字’로 略稱) 등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異體字라는 용어의 사용이 오래되었기 때문에 바꾸기 어려움을 언급하였는데, 이때 그가 제안한 용어에는 ‘體’자가 아닌 ‘形’자가 쓰였다. 여기에는 ‘體’보다는 ‘形’이 異體字의 개념을 이해하는데 보다 용이하다는 인식이 담긴 것으로 사료된다. 그렇다면 다시 ‘形’ 내지 ‘形體’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가에 대해 의문이 발생하게 된다.

呂永進(2004:34)은 16종의 주요 異體字의 개념 정의 가운데 ‘體’에 대한 서술 양상을 크게 “A.形體, B.寫法, C.字形, D.外形, E.文字符號, F.字, G.書寫形式, H.結構(구조)” 8가지로 정리하였다. 呂永進(2004:41)의 경우는, B, G류의 정의가 異體字의 범위를 보다 이론적으로 개괄할 수 있다고 보고 특히 G(朱振家 《古代漢語》의 관점)가 가장 적합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는 다시 異體字의 개념 범위를 外形이 다른 문자를 모두 포함하는 광의로 보느냐 構造가 다른 문자만을 지칭하는 협의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14)

李運富(2006:74-75)는 異體字를 이해하는 관건은 字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있음을 강조하고 자신이 정립한 漢字學 本體硏究의 세 개의 범주, 즉 字樣, 字體 중심의 漢字樣態學(약칭 字樣學), 構造의 논거 중심의 漢字構形學, 字符 기능[職能] 중심의 漢字語用學(약칭 字用學)을 異體字 개념 이해에 적용시켜야 한다고 보았다. 이는 ‘異體’가 ‘字’와 결합할 때 발생하는 의미 범주의 층위에 주목한 것이다. 그는 字樣, 字構, 字用이 서로 관계를 이루며 다양한 異體字의 의미 범주를 발생하는 양상을 아래와 같이 정리하였다.

 

 

 

 

李運富(2006:75)는 이체자와 관련된 많은 쟁론들이, 이체자의 서로 다른 범주나 속성에 대한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데서 발생했다고 보았다. 상기한 유형화는 이체자 논의가 미치는 범주와 속성을 보다 구체화함으로써 이체자 관련 논쟁의 배경을 학리적으로 제시하고자 한 데서 참고 의의를 지닌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각 시대나 지역의 이체자를 연구할 때에도 그 특징에 맞게 이체자 개념을 재정의할 수 있다. 가령 劉雲(2012:4)은 기존 연구자의 이체자 주요 개념을 참고하고 戰國時代 東方 六國文字의 異體字를 연구할 때 당시의 정확한 音義를 고구하기 어려운 상황을 참작하여 전국시대 이체자 연구의 편의성을 도모하고자 이체자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재정의하였다.: “異體字는 언어 중 동일한 단어[詞]를 위해 만들어진 서로 다른 文字 形體 및 이들 서로 다른 形體에 대한 變體이다. 동일한 단어[詞]를 위해 만들어진 서로 다른 形體는 異構字며 異構字의 變體는 異寫字다.”

특히 古文字의 이체자 연구가 異構字와 異寫字를 포함하는 광의의 각도에서 진행되면서, 異體字의 ‘體’가 字體와의 관계성 속에서도 이해되게 되었다. 王寧은 啓功의 《古代字體論稿》에 계발을 받아, 기존 한자학 이론 체계 내에 포용되지 못하고 書法‧書藝의 영역으로만 간주되던 字體 問題에 주목하였다. 그는 啓功의 ‘字體’에 대한 정의를 바탕으로 하여 漢字 영역에서의 ‘體’의 사용 의미를 文字의 조직구조를 나타내는 體, ‘大類型, 總風格’을 나타내는 體, 특정 書法家나 流派의 藝術風格을 나타내는 體, 세 가지로 정리하면서, 이 가운데 첫 번째의 體는 ‘字形結構’로 명칭해야 하고 세 번째는 書法 영역에 치중되어 있어 전문 문자학에서 장악하기 어려우며 두 번째의 體가 文字學 영역에서 ‘字體’의 의미로 취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지적하였다.16) 그리고 啓功이 귀납해낸, 字體의 ‘大類型, 總風格’ 특징 장악에 필요한 여섯 가지 字體 風格의 속성[筆勢․筆態․筆意․結字․轉折․行氣]을 정리하였다.17)

劉雲(2012)은 王寧의 관점을 수용하는 가운데, 이 중 字體의 筆意와 轉折의 속성을 異體字와 연계시켰다. 그는 字體의 筆意와 轉折의 속성이 다른 자체의 속성에 비해 이체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았다. 그는 이체자의 筆意는 장중한 雅體와 簡易한 俗體의 풍격으로 나눌 수 있다고 보았다. 戰國文字 중 ‘則’자에 해당하는 글자 가운데, 전자의 예로 ‘ ’[卾君啓車節, 集成12110B]자를, 후자의 예로 ‘ ’[郭店․語四22]자를 들고 異體字 관계로 보았다.18) 또한 轉折의 특징인 圓轉과 方折도 일부 異體字의 특징으로 보았다. 戰國文字 중 ‘田’자를 나타내는 글자 가운데, 전자의 예로 ‘ ’[幣編 65]자를 후자의 예로 ‘ ’[幣編 65]자를 들고 異體字 관계로 보았다. 이러한 연구 사례는 異體字의 體에 대한 개념 영역이 보다 확장, 적용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14) 가령 한연석(2008:333-334)은 광의의 異體字에는 繁字, 簡字, 俗字와 함께 異寫字를 포함시켰지만 협의의 이체자에서는 異寫字를 배제하였다. 허철(2008:363)은 王寧의 관점을 수용하여 이체자를 異構字와 異寫字로 구분하고, 광의의 異體字 에 兩者 포함시키되 협의의 異體字에는 異構字만을 지칭하였으며 異體字는 곧 異形字로 파악하였다.
15) 李運富(2006), p.75.
16) 王寧(2001), p.25. 첫째는 文字의 조직구조를 나타내는 體로, 예를 들면 六書를 ‘四體二用’으로 말할 때의 四書에 해당하 는 構形이며, 獨體‧合體‧正體‧異體‧或體‧繁體‧簡體 등의 體도 구조가 이에 해당한다. 둘째는 ‘大類型, 總風格’을 나타내는 體로, ‘篆‧隷‧草‧眞‧行’은 ‘大類型, 總風格’에 해당하고……甲骨文․金文․戰國楚文字 등은 ‘總風格’에 해당한다. 다만 당시 이 러한 풍격에 대한 명칭이 없어서 매개체, 지역 등으로 대칭한 것이다. 秦의 八體나 漢末의 蝌蚪文은 風格으로 명명된 것이며 오늘날 중국 인쇄체 중의 宋體․楷體 등도 이에 해당한다. 셋째는 특정 書法家나 流派의 藝術風格을 나타내는 體로 趙體․顔體나 魏碑體․仿宋體 등이 이에 해당한다.
17) 王寧(2001), pp.28-29.
18) 劉雲(2012), p.11.

 

Ⅲ. 異體字의 인문학적 활용 공간

 

가치나 의식과 함께 문화의 본질을 이루는 언어는 “가치관이나 신념을 구축하는 재료며 수단이다. 그런 의미에서 언어는 문화의 지향성이나 문화 현상에 직접 영향을 준다.”19) 漢字는 문자이지만 알파벳 문자와는 성격이 다르다. 알파벳 문자의 形‧音‧義 三者 관계를 ‘形‧[音‧義]’로 표현할 수 있다면, 漢字에서의 三者 관계는 ‘[形‧義]‧音’으로 표현할 수 있다. 즉 漢字의 字形은 字義와의 관계가 字音과의 관계보다 긴밀하기에 어떤 한자는 정확하게 읽지 못하거나 심지어 전혀 읽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해당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20) 그렇기에 한자라는 문자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한자라는 문자의 字形이 표현하는 의미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 리 소테츠는 “중국문화의 해석과 비판은 바꿔 말하면 한자와 유교의 해석과 비판이다”21)라고 말함으로써 한자를 중국문화를 구성하는 요소로 파악하였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자면 기존 한자의 계승과 활용은 그에 담긴 문화인식을 계승하는 행위와 다름 아니게 된다. 지금의 문화와 인식이 지향하는 것과 충돌하는 요소는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를 관습화된 문화적 잔재로 간주하고 그대로 사용하기에는 그 안에 담겨 있는 문화 요소가 함께 전해질 수 있는 우려를 떨치기 어렵다. 한자의 字形이 의미를 담아냄과 그것이 한자 사용자의 인식에 영향을 줄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한자 의미에 담긴 인식을 어떻게 읽어내는가의 문제 외에, 그에 담긴 인식을 어떻게 처리하고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를 함께 고민할 수 있다.

 

19) 리 소테츠(2010), p.56.
20) 胡雙寶(1998/2001), p.4.
21) 리 소테츠(2010), p.60.
 

1. 시대 인식을 담아내는 표준자 제정의 참조계

 

역사적으로 시대의 필요에 따라 한자의 표준화 작업이 이루어진 사례들에 비추어 볼 때, 어떻게 우리 시대에 맞게 漢字를 표준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논의의 여지가 존재하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이 문제를 고민할 때, 표준 한자 제정이 현실과 직결되는 문제가 되는, 현대 중국의 표준자 제정 정책의 역사는 유용한 참조가 된다. 중국의 現代 簡化字 제정의 歷程은 표준자 제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논의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전통시대의 漢字를 현대에 맞게 개혁하는 방안으로 제기된 簡化字와 注音字母化 논쟁은, 1900년대 초반, 중국의 지식인들 사이에서 이미 격렬하게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胡適, 陳獨秀, 錢玄同, 瞿秋白 등 중국 新文化運動의 선구자들이 당시 중국의 낙후함과 나약함의 원인 중의 하나를 중국어와 漢字로 보고 이를 간략화하거나 폐지하고자 하였다.22) 그 중 魯迅의 “한자가 망하지 않으면 중국이 망한다”(漢字不滅, 中國必亡)23)라는 말은 그 주장의 강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로마자나 한자라틴화 표기로의 대체보다는 聲符 등에 대한 개량식 표기를 통해 간략화, 효율화를 주장하는 관점이 보다 우세를 점하였는데 가령 唐蘭은 注音字母로 漢字를 대체하는 방식보다는 漢字의 聲符가 늘 고정적이지 않았음에 포착하여 변별이 어려운 옛 聲符를 변별이 용이한 새로운 聲符로 바꾸는 방안, 새로운 문자를 창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24)

王力은 한자개혁의 문제는 한자의 장점과 단점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전제로 해야 함을 강조하면서, 각 주장에 반영된 문제점들을 언어학의 각도에서 비판적으로 지적하였다. 가령 文字와 해당 문자가 나타내는 槪念을 구분함으로써 현재의 우리가 2천 년 전의 漢字를 익숙하게 느끼지만 실제 정확한 개념을 아는 것은 아니며 역대의 訓詁 성과에 의거해야 이해할 수 있음을 지적하였고25) 시대 변천으로 인해 字義, 字音의 변화가 발생하여 義符가 더 이상 義符가 아니거나 音符가 더 이상 音符가 아닌 한자들이 발생하였음을 지적함으로써26), 본래의 字源을 살리는 字形을 선택하는 문제는 한자개혁의 논의에서 일부에 국한되는 부수적인 성격을 지닌다고 보았는데, 이러한 관점은 우리가 오늘날 한자를 이해하는 데에도 여전히 참고가치를 지닌다. 그는 문자를 개혁하는 유일한 방법은 중앙정부가 新字를 인정하고 이를 전국 민중이 학습하도록 하는 과정을 통해 기존의 漢字를 대체하는 방법임을 주장하였다.27) 이러한 논의들은 중국 정부를 통한 간화자 정책의 실시로 현실화되었다. 중국의 한자 간화자 정책에 대한 주요 사건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22) 蔡永良(2011), p.13, 참조.
23) 이 말은 魯迅이 ‘救亡情報’의 訪問員과의 담화 가운데 언급된 것으로 〈魯迅論語文改革〉에 수록됨.
24) 唐蘭(1949/2005), p.153.
25) 王力(1940/1990), pp.287-288. 그는 한자가 形을 중시하는 문자이므로 수천 년 간의 계승을 잇기 위해서는 한자를 바꾸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이러한 주장은 너무 표면적이다. 우리는 이 문제를 보다 깊은 층위에서 고찰해야 한다. 文字는 槪念을 나타낸다. 반드시 文字와 槪念이 결합한 다음에야 문자가 비로소 작용할 수 있다.……우 리는 2천 년 전의 문자에 대해서 보기에도 매우 익숙하며 읽기에도 그리 힘들지 않다. 그러나 만약 ‘訓詁’를 살피지 않으면 매우 ‘쉬워’ 보이는 漢字에 대해서도 그가 나타내는 정확한 개념을 알 수 없다. 이렇다면 기껏해야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들이 일본어 신문에 적힌 ‘子供’, ‘手形’ 등을 보고 望文生義하여 엉터리로 추측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학자들이 몇 천 년 전의 古書를 읽을 수 있는 것은, 漢字 자체의 功勞가 아니라 그들이 공들여 연구한 ‘小學’의 덕택이다. 일반인들은 ‘訓詁’에 신경 쓸 시간이 없기 때문에 古書 읽기와는 인연이 없으며 한자의 개혁과도 관련이 없다.”; 王力(1940/1990), p.288. “서양의 문자를 비교해보면, 현대 영국인들은 사전이 없으면 14세기 Chaucer의 英文을 읽지 못하지만, 현대 중국인들은 11세기 歐陽脩‧蘇軾 또는 더 오래된 문인들의 문장을 읽을 수 있다. 이 또한 마치 形 중심의 문자의 장점인 것처럼 보인다. 실은 그렇지 않다. 이는 중국문인들이 俗語를 쓰지 않고 古人의 어휘를 쓰기를 좋아하는 데 공을 돌려야 한다. 이렇듯 中古時期 어휘가 지금까지 沿用되는 까닭에 비로소 이해하기 쉬운 문장이 된 것이다. 元代의 白話碑文 및 御批 등을 본다면, 司馬遷의 문장보다 더욱 읽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 또한 여전히 語彙의 관계이지 漢字 자체의 덕택은 아니다.”
26) 王力(1940/1990), 291면: “시대 변천으로 인해 字義에 변화가 발생하여 意符가 意符가 아닌 듯한 경우들이 발생했다. 가령 散字는 《설문》에서는 ‘雜肉’이라 했지만 오늘날 의미항에는 ‘雜肉’으로 풀이하지 않는다. 字音도 변화하여 音符가 音符가 아닌 듯한 경우들이 발생했다. 가령 特자는 寺聲이라 하나 오늘날에는 特과 寺의 발음의 차이가 너무 크다.”
27) 王力(1940/1990), p.311.
28) 표의 내용은 朱玉金(2005:4-6), 黃德寬(2012), 杜麗榮‧邵文利(2015) 등의 내용을 정리한 것임. 그 외의 문헌에서 직접 인용한 경우 별도로 각주함. 허철(2008:352-353)의 연구에서는 異體字의 정의와 정리의 각도에서 정신중국 건국 이래 한자의 정리와 간화를 소개하고 이체자의 정의와 분류가 아직 논의 중임을 언급한 바 있는데, 본고에서는 이러한 각도를 수용하되 異體字의 분류와 조정의 구체적인 변화에 보다 초점을 맞추어 보완 서술함.
29) 張萬彬(2001), 〈《第一批異體字整理表》字數的調整: 答讀者來信〉, 《語文建設》, 張書岩(2004) 재수록본, pp.189-190, 참조. 〈第一批異體字整理表〉가 公布 이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부 후에 공포한 規範字들과 모순되는 부분이 발생하였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言語文字規範手冊〉(語文出版社, 1990(第1版)/1991(修正版)/1992(簡要版) 계열과 1997(重排本) 계열 2 계열로 출판됨)에서 지속적으로 조정되었음. 張萬彬(2001), 張書岩(2004) 재수록본, pp.190-191.
30) 상기 기재일은 通知日이고 實際公布日은 2013.08.19.임.

 

1964년에 공포된 제1차 〈簡化字總表〉의 簡化字 중 대부분은 과거 簡體, 俗體, 草書體, 古本字에서 유래한 것이다. 李樂毅는 간화자인 云, 气, 网, 电, 挂, 杀자는 雲, 氣, 網, 電, 掛, 殺의 古本字이며, 從의 간화자 从, 隊의 간화자 队자 등은 그 역사가 훨씬 오래 되었음을 제시함으로써 한자 변천의 맥락에서 간화자가 제정되었음을 강조하였다.31) 이 가운데 众, 尘자 등은 회의의 방식을 사용해 비교적 성공적으로 간화한 사례로 꼽힌다.32) 특히 众자의 경우, 획의 간결화를 통해 경제성을 확보하였을 뿐 아니라 ‘피땀 흘리며 고생하는 사람들’을 나타내는 衆[한국의 표준자]자나 ‘감시를 받으며 있는 사람들’을 나타내는 眾[대만 표준자]자에서 血, 目을 제거함으로써 오늘날 정서에 맞는 자형으로 간화된 사례라 할 수 있다.33)

한편, 1977년에 草案이 공포된 〈第二次漢字簡化方案(草案)〉은 簡化字의 간화 정도가 대중에게 수용되기 어려울 정도로 컸기에 최종적으로 실제 언어생활에 사용되지 못하고 폐지되었다. 간화 정도의 폭을 일별하기 위해 아래에 〈第二次漢字簡化方案(草案)〉의 부분을 절록하였다.

 

31) 李樂毅(1996), pp.26-27, 참조.
32) 朱玉金(2005), p.51.
33)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하영삼(2019b), pp.407-408, 참조.

 

 

 

먼저 <第1表>의 앞 네 글자를 보면, 鼻자는 가운데 田자를 생략한 형태로 간화하였고, 察자는 본래 제사를 지낼 때 세심히 살핀다는 뜻을 나타내는 祭 부분을, 발음을 나타내는 叉자로 간화하였다. 感자는 중국어 발음인 [gǎn]을 나타내는 咸 부분을, 보다 간략한 干[gàn]자로 간화하였다. 冀자의 경우, 발음에 해당하는 異[yì] 부분을 간략한 획의 一[yī]자로 간화하였다[丠]. 이렇듯 <第1表>는 시범 사용을 고려한 범위의 한자임에도, 간화의 정도가 매우 심하여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어려움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 가운데 ‘ ’자는 《古文四聲韻》에서는 ‘入聲‧質韻’에 귀속시켜 悉자의 異體로 보았고34), ‘丠’자는 段玉裁의 《說文解字注》에서 ‘丘’자의 異體로 제시하였기에 한자의 변천 맥락과 어긋나는 면도 있다.

시범 사용을 하지 않고 단지 사용자의 의견을 구할 목적으로 공시된 <第2表>는 簡化 방식에 따라 일곱 가지 유형 및 간화 편방으로 유추해 나아가 簡化한 여덟 번째 유형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상기에 인용한 사례는 몇 개의 상용한자(또는 偏旁)를 사용해 하나의 글자를 만들어 하나의 의미를 나타내는 회의 방식으로 간화자를 만든 예에 해당한다. 개인적으로는 집 아래 돼지를 키우던 상고시대 가옥 구조로 집[家]을 나타내기보다 사람이 살고 있는 집[ ]이 오늘날 인식에 더 잘 다가올 듯싶지만, 자는 대만 이체자자전에는 《四聲篇海》에 의거하여 ‘긴털[長毛]’을 나타내는 한자였기에 한자 변천의 맥락에서는 연계되기 어려운 면이 있다.35) 한 사람[一人: ]으로 寡를 나타내고 다시 한 사람[一人:亼]으로 集을 나타낸 예는, 众자나 尘자의 자형을 통해 字義를 잘 유추할 수 있는 것과 효과가 다르다.

2013년에 中國 國務院에서 반포한 〈通用規範漢字表〉에서는 기존에 異體字로 분류되던 45자의 한자가 正字로 편입되었다. 그 가운데 晳자와 戮자의 예를 들어본다. 먼저 晳자는 ‘피부가 희고 밝다’라는 의미항을 따로 지닌 정자가 되어 晰자와 변별되게 되었다. ‘戮’자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사전에서 同字 관계로 설명되고 있으며(《漢韓大字典》(제3판), 민중서림, p.992), 중국의 경우 2013년 이전에는 ‘戮’자로 ‘殺’의 의미와 ‘幷‧合’의 의미를 모두 표현하여 ‘戮力同心’으로 표기하였으나, 2013년 이후부터는 ‘幷‧合’의 의미를 ‘勠’자에게 넘겨주어, ‘勠力同心’이 正字표기가 되고 ‘戮力同心’은 異體이자 誤字표기가 되었다.

2013년 〈通用規範漢字表〉 연구 제작 과정에서는, 異體字에 대한 인식에 주목할 만한 변화가 발생했다. 현대 중국어는 “여러 가지 이체자 중 표준자를 확정하여 문자의 복잡성을 줄여가고 있다.”36)든지, “이체자는 한자의 큰 골칫거리로 사용 중 혼란을 일으켜 시간, 인력, 물력을 낭비하기 일쑤였다.”37) 등의 언급은 표준자, 즉 문자의 통일을 중심에 두고 이체자를 도태 내지 배제시키려는 인식을 담고 있다. 이에 비해, 2013년 〈通用規範漢字表〉에서는 異體字에 대해 ‘認定’의 입장을 취한다는 점에서 뚜렷하게 차이를 보인다. 2013년 “〈通用規範漢字表〉를 연구제작하는 과정에서는, 단지 規範 字形을 규정할 뿐, 〈第一批異體字整理表〉에서 다룬 異體字를 직접 처리하지 않았으며 더 이상 이체자를 ‘淘汰’시키거나 ‘廢止’해야 할 대상으로 단순화시켜 한자 규범 범위에 귀속시키지 않았다. 게다가 〈第一批異體字整理表〉 가운데 51개38)의 엄격하지 않은 의미에서의 이체자를 규범자로 회복시키고 사용상 명확하게 규정하고자 한”39)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단순한 간체자와 번체자의 대립의 과정이기보다는 한자라는 문자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의미를 담아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적극적인 고민과 실험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안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부분이 異體字이다. 漢字에 담긴 문화인식과 사유 양상이 오늘날에도 수용될 수 있는 것인가 내지 오늘날에는 어떠한 사고를 담아내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것인가를 고민한다면, 이는 인문학적 해석과 재구조화의 각도에서 한자의 字形에 접근하는 것에 해당한다. 중국의 간화자 제정의 변천 사례는 한자를 사용하는 과정, 표준 한자를 제정하는 과정에서 이체자가 지니는 긍정적인 역할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하겠다.

 

34) 臺灣 敎育部 異體字字典 참조. https://dict.variants.moe.edu.tw/variants/rbt/word_attribute.rbt?quote_code=QTAxMz YzLTAxMw.
35) 자 해당 설명은 臺灣 敎育部 異體字字典 참조. https://dict.variants.moe.edu.tw/variants/rbt/word_attribute.rbt?quote _code=QzAyNDYz.
36) 홍인표(1994), 추천사(공재석). 37) 홍인표(1994), p.45.
38) 2013년 〈通用規範漢字表〉가 〈第一批異體字整理表〉에서 가져온 異體字의 수량에 대해서는 대상범위를 어떻게 지정하느 냐에 따라 일정한 차이를 보인다. 황덕관(2012)이 논문을 발표할 당시는 아직 2013년 〈通用規範漢字表〉가 공포되기 전 으로, ‘非嚴格’의미에서의 異體字라는 전제를 달아, ‘51개’라고 서술한 것이다. 2013년 〈通用規範漢字表〉가 공포된 이후 에는 일반적으로 ‘45개’의 異體字가 規範字 에 수록되었다고 서술된다.
39) 黃德寬(2012), p.6.

 

2. 異本 文獻, 引用 文獻에 존재하는 다양한 異文 발생에 대한 맥락적 이해에 활용

 

異體字는 문헌의 전래가 오래되어 다양한 텍스트를 양산한 문헌들에 특히 잘 나타난다. 조선시대의 경우 儒家經典 텍스트도 대표적인 문헌 유형의 하나이다. 방각본 《대학》 俗字를 연구대상으로 방각본에 풍부하게 보존된 속자자료의 중요한 특징을 분석한 임창순(1983)의 연구나 부산대학교 도서관 소장의 《孟子集註》나 《論語集註》본을 대상으로 俗字를 연구한 하영삼(1996)의 연구 등이 이러한 특징을 보여준다.

상기 연구는 한국의 俗字[半字]를 추출하는 것을 중심으로 하였지만, 동일 문헌의 다른 판본 및 인용 문헌 내에 존재하는 異體字를 상호 비교하는 과정에는 문자학적 접근 방향 외에 해석학적 각도를 개입시킬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한다.

조선후기 경학자 申綽(1760~1828)은 《시경》의 異體字 발생 배경에 대해 통시적으로 접근하는 면모를 보일 뿐 아니라 실제 書寫表現에까지 그의 古文 異體字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다. 그의 異體字에 대한 관심은 학문적인 면뿐만 아니라 개인의 漢字 字體에 대한 개성적 기호를 종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독특한 사례에 해당하기에 異體字에 대한 접근의 폭과 각도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차원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申綽은 《詩經》 異文의 발생 배경을, 古今, 假借, 隷變, 音轉, 形轉, 義轉, 涉誤, 師讀, 俗寫, 方音의 열 가지로 유형화하고 구체적인 설명과 실례를 제시하였다. 이 〈詩經異文序〉의 내용과 ‘異文’ 분석은, “신작의 樸學이 雅學을 토대로 높은 수준에 이르렀음”40)을 평가하는 주요 근거이자 《시경》 연구의 방법론상의 특징적인 면을 보여주는 사례에 해당한다. 신작이 제시한 열 가지 유형은 ‘異文’을 대상으로 하였으므로 古今字, 通假字, 訛傳字, 師承에 의한 문자 차이 등 다양한 범위를 아우르고 있다. 이 가운데 隷變, 形轉, 俗寫가 이체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해당 원문의 일부가 기존 연구에서 번역, 소개된 바 있지만41) 이를 이체자의 각도에서 분석한 연구는 아직 없는 것으로 조사되는 까닭에 아래에 인용하기로 한다.

 

隷變이란, 篆書에서 隷書로 변하고 隷書에서 楷書로 변하는 과정에서, 篆書는 (字形)을 갖추려 하고 隷書는 생략하려 하며 楷書는 때로는 篆書를 따라 갖추고 때로는 隷書를 따라 생략하면서 생략과 갖추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慘자가 자로 隷變함에 자가 懆자와 비슷하여 懆자로 되고 穡자가 자로 隷變함에 자가 嗇자와 비슷하여 嗇자로 되었으며, 驅자를 駈자로 쓰고 黍자를 자로 썼는데, 이 글자들은 字體가 비록 변하였지만 漢字는 여전히 같다. 그러므로 어떤 글자는 따라 변해서 같아지고 어떤 글자는 따라 변해서 달라지니 식견 있는 이가 찬찬히 살피면 절로 파악됨이 있게 된다.42)

 

隷變의 개념에 대해 크게 “小篆에서 隸書로 演變하는 과정에서 字體와 構造에서 발생한 변화”로 이해하는 입장과 “篆書에서 隸書로의 演變을 포함할 뿐 아니라 隸書에서 楷書로의 演變 과정에서 발생하는 楷變을 아우”르는 입장 두 가지로 구분할 경우,43) 신작의 隷變의 범위에 대한 이해는 후자에 해당한다. 申綽이 《시경》의 異體字를 언급할 때 隸變을 다룬 것은 그가 평상시 隸書‧篆書에 관심이 컸던 배경 외에도, 그의 《시경》 문헌 접근이 漢唐代 주석 및 관련 자료를 중심으로 하는 경향과 긴밀한 관계를 이룬다.

 

形轉이란 이른바 烏자가 鳶자로 바뀜이 세 번의 傳寫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형이다. 하물며 (傳寫과정이) 세 번으로 그치지 않는데 어그러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大雅·靈臺〉편의) “白鳥翯翯” 구절에서(의 翯자는), 羽자를 빼고 白자를 따르면 皜자가 되고 高자를 빼고 隺자를 따르면 㿥자가 되며 白자를 빼고 鳥자를 따르면 鶴자가 된다. (〈周南‧漢廣〉편의) “江之漾矣”구의 漾자에서, 水자가 떨어져 나가면 羕자가 되고 羊자가 없어지면 永자가 된다. 모두 音義가 달라지지 않았으며 形質만이 누차 바뀌었다.44)

 

形轉에서는 音義가 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字形만이 달라지는 상황을 제시함으로써 현대 異體字의 정의와 가장 가까운 유형을 다루었다. ‘羕’자는 《說文解字》에서 인용한 異體字이며 ‘永’자는 毛《傳》에서 사용한 글자이다. 신작은 漾-羕-永을 동일한 音義을 나타내는 다른 형태의 글자로 인식하고 이를 形轉이라 이름하였다. 주목할만한 점은, 현전 《毛詩正義》본과 《詩集傳》본에 의거하면 〈周南‧漢廣〉편의 해당 구는 “江之永矣”로 표기되어 있음에도, 신작은 〈文選‧登樓賦〉의 注에서 인용한 〈(韓詩)薛君章句〉의 ‘漾’자를 먼저 제시했다는 점이다. 이는 그가 形轉의 과정에서 漾자를 가장 오래된 字形으로 보고 여기에서 다시 羕으로, 羕에서 다시 永으로 簡化된다고 파악했음을 의미하며 가장 오래된 字形을 먼저 제시함으로써 《시경》의 원형을 다가가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하겠다.

 

俗寫란, 六書의 의미를 살피지 않고 세속의 경솔한 字形을 따르는 것이다. 埶자를 藝로 쓰거나 襛자를 穠자로, 飭자를 餝자로, 峙자를 畤자로 쓴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글자가 古人을 거친 것이면 절로 좋아하여 ‘〈杕杜〉’를 ‘杖杜’로 잘못 쓴 것을 인습해도 허물이 없고 ‘弄璋’을 ‘弄麞’으로 잘못 쓴 것45)을 그대로 따라도 죄가 아니다.46)

 

俗寫 항목에서는 특히 訛字로서의 異文 유형을 중심으로 다루었다. 그러한 까닭에 오늘날 문자학 개념에서 俗字에 해당하기 보다는 오히려 訛字에 속하는 유형으로 볼 수 있다. 인용문의 襛자의 경우, 俗字는 자이나,47) 신작은 이 글자를 거론하지 않았다. 신작이 거론한 襛자와 穠자의 경우, 襛자는 衤변에 의해 “옷이 풍성한 모양(衣厚貌)”으로 풀이되고 穠자는 ‘花木이 풍성함[花木厚]’이나 ‘풍성함[盛]’으로 풀이되므로 실제 本義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 그러한 까닭에 淸代 鍾麐과 같은 학자는 《石經》·《釋文》·監本 등에서 모두 襛자로 표기함에 의거하여 당시 통행되던 《詩集傳》 俗本에서 穠자로 쓴 것은 잘못임.”을 지적하였는데,48) 신작도 이러한 입장을 취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마지막에 덧붙인 말이다. 그는 古人이 ‘〈杕杜〉’를 ‘杖杜’로 쓴 사례나 ‘弄璋’을 ‘弄麞’으로 쓴 사례는 誤用에 해당하나 고인의 誤用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좋아하여 계승하는 관행으로 인해 세상에서 더 이상 잘못되었다고 비판받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고 보았다. 이 상황에 이르게 되면 문화적으로 공통된 약속이 이루어져 특정 맥락에서 같은 글자로 인식됨을 언급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何彼穠矣’의 穠자가 ‘何彼襛矣’를 ‘襛’자와 같은 의미로 사용이 굳어지면, 이 단계에서의 穠자와 襛자는 通假字와 변별되는 異體字의 관계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체자를 텍스트의 언어 맥락에서 이해하게 되면 異文, 通假字, 古今字 등의 개념과 얽혀 변별이 어렵게 될 우려가 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異體字가 발생하게 되는 맥락을 문화적, 사회적 내지 개인적인 층위에서 인식하고 고찰하는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신작의 〈詩經異文序〉에 반영된 異體字 인식이나 異文을 통한 《시경》 텍스트 의미에의 접근 양상은 異體字, 異文이 문헌을 史的 맥락에서 이해하는 데에 참고가 될 뿐 아니라, 텍스트 분석에 있어 개별 학자의 접근 각도의 차별성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유용한 참고가 된다 하겠다.

 

40) 심경호(1999), p.522.
41) 선미현(2009), pp.19-20.
42) 申綽, 《詩次故》, 〈詩經異文序〉, 《韓國經學資料集成》 7, pp.328, “隷變者, 從篆變隷, 從隷變楷, 篆欲備, 隷欲省, 楷則或從篆 而備, 或從隷而省, 一省一備, 自生異同. 慘隷變, 似懆, 因爲懆, 穡隷變, 似嗇, 因爲嗇, 驅之作駈, 黍之作, 體 雖變矣, 字猶是也. 故或從變而同, 或從變而異, 知者徐察, 自當有見.”
43) 沙宗元(2008), pp.305-306.
44) 申綽, 《詩次故》, 〈詩經異文序〉, 《韓國經學資料集成》 7, pp.329, “形轉者, 所謂烏鳶之變, 成於三寫, 况不止三, 能無舛乎! 白鳥翯翯, 去羽從白則皜, 去高從隺則㿥, 去白從鳥則鶴. 江之漾矣, 水落則羕, 羊兦則永, 並音義不殊, 形質屢變也.”
45) 李林甫(683~752)가 학식이 얕아 生男을 축하하는 말인 弄璋을 弄麞으로 잘못 읽고 《시경》의 편명인 ‘杕杜’를 ‘杖杜’로 읽었다는 고사에서 학식이 얕은 사람을 가리키게 됨. (한국고전번역원 주석 참조)
46) 申綽, 《詩次故》, 〈詩經異文序〉, 《韓國經學資料集成》 7, pp.329, “俗寫者, 不稽六義, 隨俗鹵莽也, 埶作藝, 襛作穠, 飭作餝, 峙作畤, 是也, 然字經古人, 便自雅好, 襲杖杜而㒺愆, 因弄麞而非罪.”
47) 程燕(2010), 《詩經異文輯考》, 北京師範大學出版集團·安徽大學出版社, p.35.
48) 鍾麐, 《易詩書禮四經正字考》卷三: “襛則何彼穠矣之穠”條: “‘何彼穠矣’, 〈召南·何彼穠矣〉文. 《說文·衣部》: ‘襛, 衣厚貌. 《詩》曰: 何彼襛矣.’ 《石經》·《釋文》·監本皆作襛, 今《集傳》俗本訛作穠.”(劉毓慶 等撰(2006), 《詩義稽考》第二冊, 學苑出版社, p.295에서 재인용)

 

3. 한문교육에서의 인문학적 성찰 자료로서의 활용 가능성

 

이체자의 문화적인 요소와 가치에 집중한 연구는 인문학적 성찰 자료로서의 활용가능성을 살피는 데 유용하다. 이체자의 문화적 특질을 고찰하는 연구는 이체자를 조사‧정리하는 방면의 연구에 비해 연구 성과가 적은 편이며 전자보다 후대에 등장하는 것으로 조사된다. 이러한 경향은 문화의 각도에서의 한자 연구가 문자학적 연구보다 늦게 등장하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문화학 각도에서의 한자 연구는 문자학 연구와는 일정 정도 성격을 달리하여 “民族의 古今 文化 유형, 관습화된 행위 유형, 사유 유형을 이해하는 데” 보다 중심을 둔다.49)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이체자에 담긴 사유 유형의 고찰 또한 광의의 한자 문화학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을 듯하다. 이체자의 인문학적 고찰은, 한자의 技術性보다는 藝術性50), 즉 심미와 사유 맥락에 보다 관심을 기울인다고 말할 수 있다.

이체자 정리와 辨釋‧考證 및 發生‧流傳의 이론을 탐구한 연구 가운데, 비록 문화 심리의 각도에서 전문적으로 고찰한 연구가 아니라 하더라도, 부분적으로 이체자에 담긴 문화적 사유의 특질과 심리 요소를 읽어내는 면모가 확인된다. 가령 張湧泉(1995:121,122)은 俗字의 특징을 通俗性, 任意性, 時代性 등으로 개괄하는 과정에서, 任意性의 특징의 하나로 ‘주관적인 색채’를 들면서, “일부 俗字는 인위적인 요소로 만들어진 것으로 짙은 주관적인 색채를 지닌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국의 경우, 한국 문헌의 이체자가 최근 몇 십년간 집중적으로 정리 축적되면서 내재된 문화 함의에 대한 연구로 이어지는 토대를 쌓았다.51) 김영화(1986:11)의 《韓國俗字譜》에서는 ‘儒’자의 속자 ‘伩’자, ‘墓’자의 속자 ‘ ’자 및 그와 관련하여 파생된 ‘ ’[慕]・‘㒲’[暮]・‘㠳’[幕] 자 등은 우리 고유 속자로서 그 문화적 의미에 주목하였다. 최근 하영삼은 河永三(2005) 〈韓國固有漢字國字之結構與文化特點〉 외에도 하영삼(2019b) 〈부정성과 음험함을 제거한 한자들: 이체자가 담은 문화적 심리〉라는 연구에서, 한자 문화‧심리연구의 각도에서 이체자를 추출하여 시대환경과 괴리된 ‘부정적’ 요소 내지 ‘음험한’52) 요소를 제거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미래 문자로 기능하기 위한 가능성을 모색하였다. 이 중 辠에서 罪로, 洛에서 雒으로, 國에서 圀으로 바뀐 배경에 대해 시대정신에 의거해 고찰하였고, 學―斈, 教―敎, 聖― , 儒―伩, 黨―党, 衆―众, 邊―辺, 家― 등의 사례를 소개하였는데, 이는 이체자에 반영된 문화 심리를 읽어내고 향후 한자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데 유용한 참조가 된다.

이체자를 한문교육에서 활용하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다양하게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된다. 다만 한문교육에서 간화자를 교육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일정한 논의가 있는 것으로 조사된다. 가령 허철(2006)은 ‘漢字簡化方案’을 종합 고찰하고 한문교과에서 “한자 문화권 내에서의 상호 이해와 교류 증진에 기여한다.”는 목표에 의거하여 한중일 한자 사용상의 차이를 인식하는 차원에서 학습의 필요성을 제안한 바 있는데,53) 이는 실제 적용과 비교의 측면에서 접근한 특징을 지닌다.

한편, 중고등학교 한문교육에서 새롭게 한자의 자형을 창안하고 자신이 창안한 한자에 대해 의미를 부여해 보는 학습 방식은 학습자가 한자의 구조적 특징을 매개로 학습자가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창의하는 활동을 진작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54) 이러한 학습 과정은 이체자의 발생 양상과 일정 정도 맥을 같이 하기에 이체자를 함께 활용한다면 문화적인 배경과 역사적인 흐름에서 비판적으로 문자를 이해하고 우리가 어떻게 개념을 구성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하는데 참고가 될 수 있다. 즉, 이체자를 ‘창의한자’의 맥락과 연결시켜 학생들의 ‘문자와 개념의 이해’, ‘한자의 역사 이해’, ‘비판적 성찰’을 종합적으로 교수학습하는 데 적용할 수 있다면 한자교육에서의 인문학적 접근으로서의 영역을 넓히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하영삼(2019a)은 “한자를 21세기 미래의 문자로 발전시키고 더욱 현실적인 문자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부정적 요소를 제거하고 새로운 가치를 담아내는 작업을 부단히 해야 한다. 이전의 한자가 그랬던 것처럼 계속 변해야만 진정으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한다.55)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女’자를 부수로 하는 한자 가운데 부정적 의미를 나타내는 한자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논의의 일례가 될 수 있다. 리 소테츠(2010:218)는 “嫐는 ‘마음이 어지럽다’는 의미이다. ‘娚’은 ‘나불나불 말을 많이 하다’가 된다. ‘姦’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부정, 나쁜 짓, 혹은 그런 나쁜 짓을 한 사람’의 의미로 사용된다. 여자 세 명이면 화려하지 않은가, 아름답다는 의미를 붙여도 좋을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여기에서 姦자의 字義를 다르게 봄으로써 부정적 의미를 소거하고자 하였다. 이는 한자의 字形에도 적용시킬 수 있다. 즉 ‘姦’자를 오늘날의 각도에서 바라보면, 리 소테츠처럼 ‘화려하다’, ‘아름답다’의 의미로 재해석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하듯, ‘간사하다’의 의미를 어떠한 글자로 나타낼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의 공간을 남긴다. 이때 ‘간사함’에 대한 현대의 가치관을 성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최소한 이에 대한 고민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이 또한 의의를 지닌다 하겠다. 그리고 ‘ ’56)자와 같은 이체자는 우리가 이를 고민하는 데 일정한 참조계나 시초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49) 한자 문화학 연구는 한자학 연구와 성격을 달리한다. 이에 대해 何九盈 外(1995/2002:5)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한자 문화학은 한자학의 연구 성과를 충분히 활용하는 것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하나의 문화 체계로서의 漢字가 漢民族 전반 의 문화제도와 맺는 관계를 더욱 중시하면서, 고대 한자와 현대 한자를 통해 漢民族의 古今 文化 유형, 관습화된 행위 유형, 사유 유형을 이해하는 것이다.” 한자 문화학에 대해서는 하영삼(2011), pp.23-24; 양원석(2014), pp.79-109, 참조.
50) 한자에 ‘技術性’과 ‘藝術性’의 양면성이 존재한다는 관점은 周有光의 설을 참고하였다. “혹자는 한자를 좋아하여 한자를 전 세계로 확산시키려 하고 혹자는 한자를 싫어하여 이를 개혁하거나 심지어 폐지하려 하는데, 왜 이렇듯 상반된 의견이 동시에 존재하는가? 객관적인 답은 한자 그 자체가 ‘技術性’과 ‘藝術性’이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성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개혁파’가 되고 예술성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한자의 ‘國粹派’가 된다.” 관련 내용 및 번역은 蘇培成 著, 李圭甲 譯(2007), p.452를 참조함.
51) 우리나라의 이체자 정리, 연구 현황에 대해서는 呂浩(2013), pp.2-5; 조성덕(2014), pp.2-5, 참조.
52) 하영삼(2019b:388)은, 논문에서 사용한 ‘부정성’이란 “문화의 시대적 발전에 방해하는 부정적 요소”를 지칭하고 ‘음험 함’이란 “겉보기에는 그렇지 않아 보이나 속에 음흉한 이데올로기를 내포한 것”을 지칭한다고 언급함.
53) 허철(2006), pp.545~546, 참조.
54) 한은수(2009), p.180.
55) 하영삼(2019a), 인터넷 검색: http://jmagazine.joins.com/monthly/view/324587, 검색일: 2020.01.03.  
56) 臺灣 敎育部 異體字字典, https://dict.variants.moe.edu.tw/variants/rbt/word_attribute.rbt?quote_code=QTAwOTIz, 2020.01.09. 검색.

 

Ⅳ. 나가며

 

이상에서 異體字라는 개념과 범위, 평가는 역사적으로 다양할 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시대와 함께 변모하고 있음을 살필 수 있었다. 異體字는 다양한 생각과 가능성을 담아내는 문화 기억과 지식의 저장소로 시대에 맞는 正字를 구상하는데 중요한 資料庫로 활용될 뿐 아니라 전통적인 텍스트를 史的으로 이해하는 데 있어, 그리고 오늘날 한자교육에 있어서도 인문학적 접근과 사고를 풍부하게 하는 데 참고할 수 있다.

“어떤 특정 권력, 특정 언어가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조화롭고 평화로운 세계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으며 다양한 언어와 문화가 존중될 때 인류의 행복도 유지될 수 있다.”는 송영빈(2015: 96)의 언급은 지역어로서의 한국어 가운데 고유어를 보호하고 발전시키는 면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어로서의 한국어 가운데 유용하고 가치 있는 한자어를 보호하고 발전시키는 부분에 있어서도 적용되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한자어를 발전적으로 계승하고 활용하는 문제는 문자로서 문화와 사상을 담아내는 한자와도 긴밀하게 연결시켜 고민되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이체자는 유용한 참고 가치 및 활용 가치를 지님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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