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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 1598-1363(Print)
ISSN : 2465-8138(Online)
Han-Character and Classical written language Education No.51 pp.115-138
DOI : https://doi.org/10.15670/HACE.2021.51.5.115

From the Perspectives of “Others”
- A Pedagogical Exploration of Teaching Literary Chinese in the US and Europe -

Yoo, Jamie Jungmin*
*Assistant Professor, College of Liberal Arts, Yonsei University / jamieyoo@yonsei.ac.kr
2021년 10월 22일 2021년 11월 12일 2021년 11월 24일

Abstract

Is literary Chinese a language? Or is it a conventionalized textual tradition? How do readers outside the Sinographic sphere learn to read the writings used in China for the past two thousand years? This paper explores ways of teaching literary Chinese in higher education in the Western world. By conducting interviews with 10 researchers who are actively engaged incurrent academia, this empirical research presents various pedagogical approaches to literary Chinese education. In-depth analyses of major textbooks, including Dawson, Fuller, and Rouzer, are conducted, with particular attention paid to the editorial philosophy, methodologies, and examples cited in the textbooks.

타자의 시선으로 본 고립어의 다층성
- 영미권 한문 문언문 교육의 페다고지 탐구 -

류정민*
*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조교수 / jamieyoo@yonsei.ac.kr

초록

한문 문언문 교육은 서구에서 독립된 교과로 개설되어 있는가? 아니면 고급 중국어로서 언어 교 육의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는가? “고립어”의 특징을 가진 한문 문언문을 전혀 다른 언어전통을 가 진 독자들은 어떤 시각으로 이해하고 있을까? 본 논문은 구미의 고등교육에서 한문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탐구하였다. 다양한 학습경험을 가진 10인의 신진연구자를 인터뷰하여 실증적 인 방법으로 북미와 호주, 그리고 유럽의 한문 교육 동향을 파악하였다. 나아가 각각의 뚜렷한 특성 을 가진 교재 3종을 선정하여 편집자의 철학과 한문 분석 방법론, 수록 작품 등을 분석하였다. 한자 문화권 밖 타자의 시선을 통해 더욱 선명히 드러나는 한문의 언어적 역사적 다층성과 텍스트 전통 을 주목하면서, “낯설게하기” 방법론을 차용하여 향후 한국의 교육교재 개발에 응용할 수 있는 가능 성도 제시해 보았다.

Ⅰ. 서론: “문리”라는 신비로운 경지

 한문 공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문리를 깨우치면 한문을 잘 할 수 있다”라는 말은 전통적으 로 구전되어 내려오는 진리이다. 이 “문리(文理)”는 언어의 문법이라는 의미 이상을 함축하는 개념으로, 오랜 학습 후에 얻어지는 일종의 경험적 경지를 지칭한다. 주지하다시피, 한문은 언어적 측면에서 “고립어”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즉, 글자 하나하나에는 일정한 모양(形), 음(音), 그리고 뜻(意)이 각기 자의적으로 결합하며, 이를 통해 개별적인 독자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렇듯, 형태소 와 낱말의 일치가 한문의 언어적 특성이라면, 한자를 많이 익히는 것을 통해 이 “문리”라는 경지에 다가갈 수 있는 것일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단음절어의 한자로 구성된 한문 문장은 각각의 글자들의 형태가 바뀌지 않으면서 그 자체로 문장 성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어형의 변화 없이 각각의 한자는 문장 속에서의 “위치” 혹은 어순에 따라 문법적 구실을 획득한다. 이처럼 각각의 글자의 품사변성에 따른 표시가 드러나지 않는 것 또한 고립어의 큰 특징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한문 문장구조의 패턴을 찾기가 쉽지 않다. 즉, 한문을 읽는다는 것은 먼저 글자를 알고 글을 읽어가면서 글자와 글자의 관계를 파악하는 작업이다. 이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여 직관력을 획득하는 경험을 통해 그 “문리”라는 경지에 조금씩 다가갈 수 있게 된다.
 교육자의 입장에서, 특히 제도권의 고등교육에서 이 “문리”라는 경험적 경지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전통적인 방법론 중 가장 많이 권해지는 방식은 “암송”을 통해 문리의 익히는 것이다. “맹자를 삼천번 읽으면 문리가 툭 터진다”는 비법과 같은 이 말에는 한문이란 머리로 하나하나 분석 가능한 것이 아니니 반복을 통해 체화하는 것이 가장 좋은 공부법이라는 뜻이 담겨있다. 문제는 이 경험을 기반으로 구문 구조를 익히는 방법론을 제도권 강의실에 적용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특히 비한자문화권에서 한문을 배우는 학습자들에게 이러한 체험을 기반으로 한 반복학습 법은 효과적인 교육 방법론으로서 그 가치가 온전히 전달되기 힘들다. 한문을 지식체계로 경험하는 것과 언어로서 분석하고 활용하는 것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한자문화권, 특히 영미권에서는 한문을 어떻게 학습할까? 영미권의 중국학의 전통은 16세기 유교경전의 전문적인 번역으로부터 시작되었고, 18세기 이후에는 유럽의 학계에서 독립된 학문 분과로 정착되고 현재까 지 많은 학자들이 양성되고 있다.1) 또한 한국학의 경우도 고전문학과 한문학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가 제출되고 있다. 영미권에서 독자적인 전통을 확립해 나가고 있는 동양학의 학문분야에서 한문은 반드시 학습해야 하는 필수 항목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2)
 영미권 한문교육에 관한 연구는 중국학이나 한국학에 대한 연구사, 혹은 한자문화권에서 한문의 위치와 전통을 분석하는 연구를 통해 부분적으로 언급된 적이 있다.3) 또 최근 해외 교육계에서의 한문교육에 관한 연구 성과가 축적되고 있으며 그 기술의 과정에서 영미권 한문교육의 현황이 비교 분석되고 있다.4) 본고는 이러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보다 실증적인 조사를 통해 영미권 고등교육에서의 한문교육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였다. 현재 활발하게 학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 자 10인을 선정하여 그들의 경험과 시각을 인터뷰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각 지역과 교육기관에 따른 학습의 동향을 분석하였다. 또한 각각 독특한 특징을 대표하는 교과서 3종을 선정하여 편집자 의 철학과 방법론을 분석해 보았다. 본고의 조사와 분석을 통해 향후 한국의 한문교육의 방법론과 비교 분석을 진행하고 다양한 발전적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다만 이는 본고의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에 소략하나마 결론 부분에서 “낯설게하기”라는 개념을 통한 제언의 형식으로 서술 해 보도록 하겠다.
 
1) Rudolph Pfeiffer(1968). 데이비드 B. 허니(2018).
2) 본고에서는 한문과 문언문의 단어를 엄밀히 구분하여 사용하지 않고 있다. “한문”이라고 칭하는 표기 전통은 서구 학계에 서 통상 “literary Chinese” 혹은 “classical Chinese”로 표현된다. “문언문”이라는 단어는 일차적으로 중국어 교육의 과 정에서 텍스트 전통과 표기(scripts) 기능이 강화된 고급 중국어를 지칭하지만, 한국이나 일본 등에서 “한문”이라고 지칭 하는 문헌 전통을 포괄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서구의 한문 혹은 문언문 교육 현황이 정밀하게 용어를 구분하여 적용할 만큼 분화되어 발달되어 있다고 판단되지 않은 바, 한문과 문언문을 엄밀히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여도 본고에서 전하려는 논지가 크게 훼손되지 않으며 따라서 두 용어를 다고 문맥에 따라 혼용하여 사용하였다.
3) 许纪霖(2012), 齋藤希史(2007), 심경호(2003), 조동일(1999), Peter Kornicki(2018).
4) 심경호(2018)
 

Ⅱ. 본론: 고급 중국어인가? 독립 교과인가?

 필자는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중국 베이징 소재 중국사회과학원 역사연구 소에서 국책연구원으로 재직한 경험이 있다. 근 15년의 해외 생활을 통해 현지의 학자들과 교류하면 서 그들의 학창시절의 경험을 들을 기회가 종종 있었다. 그들이 받은 한문 교육에 관한 첫인상은 대다수 “고급 중국어”의 일환으로 한문을 접했다는 점이었다. 많은 이들이 고등학교와 대학, 혹은 석사과정에서 현대 중국어를 학습한 후, 4-5년차에 해당하는 중국어 고급과정에서 “문언문(literary Chinese)” 수업을 통해 한문을 처음 접하였다. 그런데 한문이 단순히 중국학 연구만을 위한 도구로 서 한정되지 않고 과거 한자문화권에 해당하는 많은 지역사회에 널리 쓰였던 것을 고려한다면, 현대중국어를 기반으로 한 한문교육은 모든 연구자에게 유용하지는 않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한국 학이나 일본학, 베트남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현대중국어를 마스터한 후 한문교육을 받지 는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필자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구미의 한문 교육을 크게 (1)중국어 언어교육의 연장으로서 “고급 중국어”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경우, (2)이에 대해 비판적 문제의식을 가지고 고급 중국어가 아닌 별도의 교육방법론을 개척한 경우, 그리고 (3)현대 중국어와는 특별한 연계성 없이 독자적 프로그램으로 개발한 경우로 나누어 고찰할 수 있었다. 한문 교육 또한 다른 학문 분과와 마찬가지로 해당 지역의 전통과 수요, 그리고 교육자의 철학 등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보이며 발전하고 있었다. 이러한 한문교육의 다양한 측면을 보다 실증적으로 접근해 보기 위하여 본고에서는 현재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소장학자 10인을 선정하여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이들은 각각 미국, 호주, 영국 등지에서 고등 교육을 받았는데, 개인의 국적은 최종 학위기관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한자문화권에서 학부 혹은 석사교육을 마친 후 유학을 간 경우도 있고, 또 학부나 석사 학위 후 다른 대륙으로 이동하여 학업과 교육활동을 계속하는 경우도 많았다. 본고에서는 개개인의 실명은 공개하지 않되 교육받은 기관과 학습 경력은 최대한 구체적으로 기술하여 학습 경험과 전공과의 연관성, 그리고 한문 교육에 대한 견해를 연결시켜 추측해 볼 수 있도록 하겠다.
 

 1. 영미권 문언문 고등교육의 현황: 10인의 인터뷰

 1) “적어도 몇 년간의 중국어 공부를 해야 문언문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현재 영국 런던대학 SOAS(동아시아 · 아프리카학 대학. 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 에 재직 중인 중국학 학자 A씨는 한문 학습을 위해서는 중국어 학습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출생인 그는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중국고대사와 문헌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원을 거쳐 영국 왕립학사원(The British Academy) 학자로 선발되었다. 대학원 시절, 중국 청화대학에 개설되어 있는 IUP (Inter-University Program)에서 고급 중국어와 고문을 익혔고,5) 우한대학에 유학하여 천웨이(陈伟) 교수 지도하에 한문 고문을 심도깊게 학습한 바 있다.
 탄탄한 고문 실력과 선진 중국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추었다고 평가받는 30대의 젊은 학자인 A씨는 어쩌면 미국의 중국학 학자들이 밟는 전형적인 학습 과정을 거쳤다고 말할 수 있다. 즉, 현대 중국어를 먼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배운 후 고급중국어 단계에서 문언문을 접하는 과정이다. 이렇게 문언문에 입문한 후, 중국 현지에 유학하거나 미국 대학원의 전공 수업에서 다양하고 심도깊은 고문을 학습하고 또 연구에 필요한 자료 조사를 병행하는 방식이다. 한문 문언문을 반드시 고급 중국어와 일치시켜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대중국어를 입문으로 고급 중국어의 단계에서 고문 강독을 시작하는 순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5) IUP의 역사 및 교육방법상의 특징에 대해서는 본고의 다음 장에서 후술하겠다.

 

 2) “저 역시 IUP에서 했지요”

 B씨는 현재 미국 코네티컷 주 소재 퀴니피악(Quinnipiac) 대학 역사학과 조교수이다. 동시에 예일(Yale) 대학의 동아시아학 연구위원회(Council on East Asian Studies)의 겸임 연구원으로서 활동하며 연구를 진행 중이다. 미국 출생으로, 박사학위는 캘리포니아 주립 버클리대학에서 중국 근현대사분야로 취득하였다. 청말부터 민국시기의 사회정치사, 특히 환경 문제에 중점을 두어 현재 저서를 집필하고 있다.
 중국 근현대사 연구자로서 연구 주제의 특성상 정통 고문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적으나 청말 시기의 자료를 읽기 위해 일정한 고문강독 훈련을 거쳤다고 한다. 중국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하며, A씨의 경우와 같이 북경 청화대학에 개설되어 있는 IUP에서 중국어 고급과정을 마치고 한문 문언어 수업을 이수했다. 이후 버클리대의 전공수업 및 중국인 개인강습(辅导)을 활용하여 문언문 학습을 진행했다고 한다. B씨의 경우도 현대 중국어 학습을 선행하고 북경 현지에서 고급 중국어와 문언문 심화학습을 하였으며 동시에 연구에 필요한 원자료 조사를 병행하였다.
 

 3) “통상 중국어를 기본으로 하지만, 최근 새로운 방법론도 감지됩니다”

 C씨는 청말 이민족의 동화정책을 다룬 최근 저서로 존 페어뱅크 저술상(John K. Fairbank Prize)을 수상하였다. 하버드대학에서 중국 근세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이 재직했던 곳으로 유명한 프린스턴 고등연구소(Institute for Advanced Study)에서 연구원 생활 을 했다. 현재 조지워싱턴대학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태생인 그는 중국 원어민을 방불할 정도의 수준 높은 중국어 실력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중국어 학습 기관을 거쳐 북경 청화대학의 IUP에서 심화과정을 마쳤고 인디애나대학의 로버트 에노(Robert Eno) 교수의 문언문 수업과 하버드대학의 마크 엘리엇(Mark Elliott) 교수의 수업을 통해 고문 강독을 학습하였다. 본격적인 중국 문언문은 하얼빈 대학 유학 시 집중적으로 고문 강독을 사사하였으며 전 과정은 중국어로 이루어졌다고 회고한다. 이렇듯 C씨 또한 중국어를 먼저 배우고 이후에 고문학습으로 나아간 경우에 해당한다.
 그런데 그는 미국 내 한문 문언문 교육에서 새로운 경향이 목격된다고 덧붙였다. 즉, 고문을 반드시 현대 중국어로 발음할 필요는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으며, 광동어, 한국어, 중국어, 베트남어로 읽는 시도가 실제 강단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미국에서 많이 시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새로운 흐름으로 주목할만 하다고 강조하였다.
 

 4) “저는 한국식으로 한문을 배웠습니다만”

 D씨는 한국 조선시대 역사를 전공하는 캐나다인이다. 토론토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제 웨스턴 온타리오(Western Ontario)의 킹스칼리지(King’s College) 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D씨의 한문학습 경험은 다른 미국인들과 다르다. 캐나다의 알버타(Alberta) 대학에서 학부를 마친 후 한국으로 유학하여 국립 강원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이후 연구와 강의를 위하여 규장각, 장서각 등을 자주 방문하였다. 한국인과 결혼하였고 한국과 많은 교류를 유지하고 있다.
 D씨는 강원대학에서 석사과정을 이수하는 동안 한문 문언문 공부를 시작하였고 토론토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수학하며 티모시 부룩(Timothy Brook) 교수의 지도하에 다양한 한문 자료를 읽을 기회를 가졌다. 그는 한문을 읽을 때 한국어 발음으로 읽고 있으며, 중국어를 반드시 선행 학습과제 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D씨 또한 미국 내 한문 교육 과정 중 일본어나 한국어로 강독을 진행하는 학교가 있다고 언급하였 는데, 다만 그 수는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한 유럽의 경우도 한국학을 위한 한문 교육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반드시 중국어를 선행하지 않는다는 정보도 공유해 주었다.
 

 5) “영국은 한문과 중국어 수업이 각각 독립되어 있습니다”

 E씨는 영국 옥스퍼드(Oxford)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한국 조선시대사를 전공하며 중국 청나라와의 관계사에도 넓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조교수로 있으며 세계사와 한국사를 강의하고 있다. E씨는 미국에서 학부를 마치고 한국의 고려대학에 유학하여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이후 규장각, 장서각 등에서 자료 조사 및 연구를 수행한 경험이 있다. 한국인과 결혼하였다.
 E씨의 경우 옥스퍼드에서 중국어를 공부한 경험이 있지만, 한문 문언문 교과는 고급중국어와는 별도의 교과목으로 개설되어 온전히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고 기억한다. 중국학 관련 전공자, 혹은 중국어 1년차를 시작하는 학생도 한문 문언문을 보통 동시에 수강하였다고 기억했다. 반드시 현대 중국어를 마스터한 후 문언문 수업을 듣는 규정이 없는 것이다. 통상 한문 교과는 먼저 교수자가 편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문의 특징과 기본적인 구문 구조를 익힌 후, 레이몬드 도슨 (Raymond Dawson)의 책을 중심으로 공부를 한다.6) 또한 개인적으로 폴 라우저(Paul Rouzer)의 교재를 매우 좋아하여 혼자 학습할 때 즐겨 봤으며7) 책상 위에 항상 매튜(Mathews)의 오래된 사전을 구비해 두고 자주 찾아보면서 읽었다고 회고했다.8)
 유서 깊은 매튜의 중영사전(Mathews’ Chinese-English Dictionary)은 서양 중국학자들 사이에 서 고전처럼 여겨지는데, 1931년 상해에서 편집된 원고가 이후 미국에서 개정판으로 출간되면서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선교사였던 로버트 매튜(Robert Mathews)가 1928년 상하이로 가게 되면서 아내 바이올렛 메튜(Violet Mathews)와 함께 중국 현지에서 완성한 사전이었 다. 현지어로는 “맥씨의 한영대사전(麥氏漢英大辭典)”으로도 번역되었다. 이는 1900년에 출간된 바 있는 프레드릭 발레리(Frederick Baller)의 “선교사를 위한 중영사전(An Analytical Chinese-English Dictionary)”을 저본으로 만들어졌으며,9) 이후 3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중국 이 경험했던 여러 변화상을 언어를 통해 충실히 담았다는 면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이후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개정판이 발행되었다. 현재의 기준으로 본다면 수록 어휘도 부족하고 또 번역 방식이 오래되었다고 느낄 수도 있으나 여전히 많은 학생들에게 각광받으며 학습용 사전으로 즐겨 사용되고 있다.
 
6) Raymond Dawson(1968). 1984년에 개정판이 발행되어 현재까지 많이 사용되고 있다. 자세한 소개는 본고의 다음 장에
서 상술하였다.
7) Paul Rouzser(2007). 자세한 소개는 본고의 다음 장에서 상술하였다.
8) Robert Mathews(1931). 1943년 미국 하버드대학교 출판사에서 개정판이 발행되었다.
9) Frederick Baller(1900).

 

 6) “호주의 교육과정은 영국의 경우와 상통점이 있네요”

 F씨는 호주국립대학에서 중국사상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글래스고(Glasgow) 대학 의 조교수이며 그 지역 공자학원(Confucius Institute)의 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한국의 규장각과 장서각에 체류하면서 고문서를 연구하였으며 중국어와 더불어 수준높은 한국어 실력도 겸비하고 있다.
 F씨가 호주에서 경험한 한문 학습은 영국 등 유럽등지의 교육 과정과 많은 유사성을 보였다. 주 교재로 레이몬드 도슨의 책을 사용하였으며, 이후에는 중국의 문인들, 예를 들어 주자청(朱自清) 이 편집한 “국학정전입문 (国学精典入门, Classic Entry for Chinese literature) 등의 한문 문언문 선집을 꼼꼼히 번역하며 한문 실력을 길렀다.10) 그는 매우 엄격한 자세로 한자 하나하나의 의미를 명확히 새기는 것을 강조하였고 이는 한자문화권에서 온 학생이라고 간과해서는 안되는 점이라고 거듭 힘주어 말하였다. 호주 고등교육의 한문 교육과정에서도 중국어 학습을 선행했는지의 여부가 반드시 요구되지는 않아 보였다. 중국어 교육과 한문 문언문 교육은 분리되어 있었으며, 고립어로서 의 한자에 대한 이해를 강조하고 있었다.
 
10) 朱自清(2010)
 

 7) “미국도 한문교육이 양분화 되어 있는 것 같아요”

 UCLA 조교수로 재직 중인 G씨는 동부의 콜럼비아(Columbia) 대학에서 조선시대사와 중국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중국계 미국인인 그는 콜럼비아의 대학원시절 수학한 한문 교육이 중국어 와는 독립된 교과로 진행되었다고 기억한다. 즉, 중국어에 능통한 중국학 전공자가 아닌 타 전공의 학생들도 문언문 수업을 수강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었다고 한다.
 반면, 현재 재직 중인 UCLA에서는 고급 중국어의 일환으로 문언문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즉, 일정 정도의 중국어, 통상 3~4년의 현대 중국어를 학습한 학생들이 문언문 수업을 수강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는 앞서 살펴보았던 많은 미국인 중국학자들이 거친 교육 과정과 유사하다. G씨는 개인적으로 콜럼비아에서 받은 교육에 좀더 긍정적인 부분이 많았다고 회고한다. 그 이유는 한문을 사용하는 학문 분야가 중국학만이 아니기 때문에 연구 도구로서의 한문 교육을 확대시켜야 하지 않을까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8) “저희 학교는 문언문 수업이 없는걸요”

 미시간(Michigan)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H씨는 중국에서 미국으로 유학을 간 경우이 다. 중국에서 학부와 석사과정을 이수하였고 이후 도미하여 중국사로 박사학위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수업과정과 종합시험을 마치고 논문 작성을 위해 자료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H씨는 본인이 알고 있는 한 미시간대학의 학위과정에 따로 문언문 수업이 개설되어 있지 않았다 고 한다. 또한 문언문 수업을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학교는 미국 내에서도 몇 되지 않으며, 또한 현재 미국 중국학에 중국 현지에서 온 유학생이 대다수를 차지하여 각자의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학습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비중국 국적의 연구자 가 중국학을 공부하고자 하면 어떻게 하는가, 라는 질문에 “많은 미국 친구들이 중국인과 결혼했는 걸”이라고 대답했다. 농담처럼 주고받은 말이지만 현재 미국의 중국학계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또한 미국 내 고등교육 기관 중 한문 문언문 수업을 전담하는 교수를 채용하고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상설한 대학이 생각보다 적다는 것도 깨달았다.
 

 9) “문언문은 중국어, 한국어, 일본어, 베트남어로 다 같이 읽어요. 재미있죠”

 현재 하버드대학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문 문언문 교육은 매우 독특하다. 교과목을 전담하고 있는 I교수는 수업시간에 학생들 각자가 편한 발음으로 자유롭게 한문을 읽도록 허락하고 있다고 한다. 문언문 수업을 듣기 위한 최소 조건으로 현대중국어 1년차를 이수하거나 혹은 일본학이나 한국학 등 각각의 연구분야에서 한자와 구문구조에 대한 일정한 이해를 가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즉, 중국어 뿐 아니라 한국어나 일본어 자료에서 쓰이는 한자에 대한 친숙함을 가지고 있으면 본격적인 한문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은 교재를 큰소리로 낭송하는데, 한문을 읽는 발음이 각각 다 다른 다채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학생들은 친구들의 발음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다른 텍스트 전통에서 사용되었던 다양한 한문의 자취를 상상할 수 있고 또한 이 과정을 재미있게 생각한다고 한다.
 I교수는 한문 문언문 교육에서 “낭송”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하였는데, 한문의 각 시대별, 지역별 음성학적 요소가 의미와 수사법, 그리고 문체와 매우 긴밀한 연결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I교수는 하버드대학의 이러한 교육 방식이 미국 내에서 흔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많은 미국의 고등교육기관에서 문언문 교육은 중국어 교육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지며, 최소한 1년, 혹은 2년 이상의 중국어 이수를 선수과목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파악하였다. 하버드대학에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폴 라우저 교수의 교재가 있어서 가능한 면도 크다고 하였다.11) 라우저 교수는 이전에 하버드에서 문언문 수업을 오랫동안 담당한 바 있는데, 그의 저술은 실제 수업 과정에서 겪은 다양한 시행착오와 노하우를 온전히 담아 실용성과 깊이를 겸비하고 있다. 기본적으 로 각각 한자의 한중일 발음을 모두 병기하였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문언문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평가된다. 이는 동아시아학의 다양한 분과가 학제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해당 단과대학 (East Asian Languages and Civilizations)의 학문적 발전의 중요한 토대가 되고 있다.
 
11) Paul Rouzser(2007). 이 책의 특징에 대해서는 본고의 다음 장에서 보다 상세히 기술하였다.
 

 10) “한국 유학생의 경우는, 글쎄요, 중국어는 중국에서 주로 배웠고, 미국에서는 중문 학을 깊이있게 할 수 있어 좋았어요”

 J씨는 한국에서 학부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한국고전문학과 비교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중국 정부의 세계인재 공모를 통해 선발되어 중국사회과학원에서 3년간 연구원 으로 지낸 경력이 있다. “조선후기 문학의 물질성에 관한 문제“를 주제로 한 박사논문은 유럽아시아 학회(International Convention of Asian Scholars)에서 수여하는 박사논문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연세대학교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인 유학생인 J씨는 한국에서 한문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일정한 고문에 대한 기초를 닦은 후 미국의 문언문 교육에 노출된 경우라고 하겠다.
 J씨도 하버드에서 문언문 수업을 수강하였다. 한문 교재 자체는 익숙하였으나 한글자 한글자 느낌을 살려 영어로 번역하는 것이 신선한 도전이었다고 기억한다. 또한 당시에는 하버드 수업도 대부분 중국어로 한문을 읽는 것을 기준으로 삼고 있었는데 J씨만 홀로 한국어 발음으로 한문을 읽었다. 문언문 수업 외 중국문학 수업, 즉, 송사, 당시, 문학비평 등의 수업을 많이 수강하였는데 당시 스티븐 오웬(Stephen Owen) 교수는 “어떤 면에서 한국의 한자 발음 속에서 지금은 사라진 중국시의 음향성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고 수업시간에 시의 한국어 발음을 따로 시켜보기 도 했다고 한다. 현대 중국어는 한국에서 2년간 학습한 적이 있으나, 본격적 학습은 하버드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소속되어 있던 동아시아 언어문명학과(East Asian Languages and Civilizations)에서 는 전공과 연계된 외국어를 3년 이상 수료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후 중국의 북경어언대학과 IUP에서 고급과정을 이수하였다. J씨의 한문 학습 여정은 중국어를 선행한 후 이루어졌다고 볼 수는 없으나 유학 중의 교육과정과 이후 경력 중 별도로 중국어를 심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고 할 수 있겠다.
 이상 10인의 인터뷰를 통하여 서구의 한문 교육은 각각의 학문적 전통과 학생들의 요청사항, 그리고 담당 교수의 교육학적 철학에 따라 상당히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많은 기관에서 한문 문언문은 중국어 언어교육의 연장으로서 “고급 중국어”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또한 이러한 방법이 한국학이나 베트남학 등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별도의 교육방법론을 개척한 경우도 보였다. 한편 최근 한문 문언문에 대하여 현대 중국어와는 특별한 연계성 없이 수준 높은 독자적 프로그램을 개발한 경우도 있었다. 이는 매우 주목할만한 경향이나 아직은 학제적 연구가 가능하고 전임교수를 채용할 수 있는 소수의 학교에서 실현가능한 방법론으로 보인다.
 

2. 교육방법론 분화의 원인 분석

 10인의 인터뷰를 통해 유추를 해보면 미국 내 한문 교육은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 정리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언어교육의 일환으로 고급중국어 과정에서 문언문을 학습하기 시작한 경우이다. 인터뷰에 응한 연구자 중 다수가 북경 청화대에 개설되어 있는 IUP(Inter-University Program)에서 고급 중국어를 이수하고 문언문 교육을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12) IUP는 현재 북경에 소재하고 있지만 본래 대만에서 시작되었다. 1950년대 미국 코넬(Cornell) 대학의 중국학자들이 대만 현지의 학자들과 협업하여 중국어를 보다 효과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이 시초이다. 1956부터 1963년까지 “코넬 프로그램(The Cornell Program)”이라는 이름으로 실행되었으며,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서구의 학자들이 중국의 현지의 언어환경을 경험하면서 동시에 매우 효과적으로 강도 높은 언어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코넬 프로그램과 동시에 1962년에 미국 스탠포드(Stanford) 대학도 국립 대만대와 협력하여 중국어 교육프로그램을 출범하였다. “스탠포드센터(The Stanford Center)”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12명의 스탠포드 대학원생들이 대만대학에서 중국어 프로그램을 수강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이는 기존의 코넬 프로그램 및 미국의 콜럼비아, 하버드, 프린스턴, 버클리, 미시간 대학 등과 연합프로그램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것이 IUP, 즉 대학간 협력 프로그램의 기반이 되었다.
 이후 1963년부터 1996년까지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대만의 IUP는 미국의 대학원생 및 중국학 자들이 중국어를 배우는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발전하였다. 오전 8시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3인 이내의 소수정예 강의와 1:1 개인 교습, 그리고 방과 후 과제와 시험을 통해 학생들은 거의 24시간을 중국어에만 몰입하여 생활하였고, 또한 현지인과 밀접히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수업담당 강사는 미국에서 파견된 교수와 현지 교수로 동시에 구성되었고 교재 개발도 양측에서 협력하여 지속적으로 개정하였다.
 1990년대 이후 중국 대륙과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IUP 또한 30년 이상의 대만 생활을 정리하고 1997년 북경으로 이동하게 된다. 청화대학 부설기구로 등록되었으며 IUP라는 동일한 이름으로 지금까지 계속 지속되고 있다. 프로그램 참여대학도 인디애나, 펜실베니아, 위스콘신 대학 등 많은 미국 내 교육기관과 더불어 캐나다의 UBC와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 등이 신규 참여하였다. 현재 23명의 현지인 전임 강사들이 수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소수 정예 수업을 통한 강도높은 몰입식 교육의 학습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서구의 한문 문언문 교육의 두번째 방향은 중국어 교육과는 구별되는 별도의 전통을 세우고 교과과정을 개발하는 경우이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문언문 수업 등 많은 유럽지역의 대학들이 이러한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호주의 대학들 또한 이런 경향을 보인다. 중국학을 전공하는 학생들도 중국어와 한문을 동시에 수강하도록 권장하며, 중국학 외에 다른 지역학 전공생들도 한문이 필요하 다면 중국어 선수과목 없이 바로 문언문 수업을 수강할 수 있다. 주요 교재는 레이먼드 도슨의 책이 가장 널리 쓰이고 있으며,13) 북미에서 발간된 책들도 학생들 사이에서 널리 참고되고 있다. 일정 기간의 문언문 수업을 이수한 후 학생들은 각각의 전공에 맞게 현지로 유학을 하여 1-3년의 시간을 보내며 언어 실력을 심화하고 또한 연구에 필요한 자료 조사를 한다. 즉, 많은 대학원생들이 현지 대학원에 정식 입학하여 석사과정을 현지에서 이수하거나 교환학생으로 등록하여 수강을 하고 경우에 따라 향후 논문지도를 공동을 받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미국의 많은 대학원 프로그램 은 박사학위 논문자격시험을 통과한 학생들에게 일정기간 동안 해외에서 체류할 수 있는 다양한 장학프로그램과 유학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학생들은 장차 해당지역의 학문적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게 된다.
 세 번째 한문교육의 방향은 한문을 중국어 외에 한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동시에 읽는 경우이다. 상술하였듯이, 중국학 외에도 한문 문언문을 연구의 필수조건으로 하는 분야가 많이 존재한다. 이 경우 해당 전공자들이 반드시 현대 중국어를 마스터한 후 한문에 입문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 착안한 방법론이다. 또한 “낭송”을 통해 느껴지는 한문의 음이 단순히 다양한 현지음의 적용이라는 실용적 측면을 넘어, 각각의 발음이 가지는 성음적 성질이 당대 문언문의 고유한 특성을 파악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바탕이 되고 있다는 학문적 고민을 반영한 교육 방법이기도 하다. 이러한 방식은 아직 많은 대학에서 채택되고 있지는 못하며, 중국학 외 다양한 동아시아학 분과가 학제적으로 긴밀하게 구성되어 있고 적절한 교재와 철학적 신념이 있는 전임교수가 겸비되어 있을 때 실현될 수 있는 방법론이라고 볼 수 있겠다.
 
12) https://iupchinesecenter.org/
13) 도슨의 교재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상술하도록 하겠다.
  
 구미의 한문교육이 이렇게 분화된 원인을 살펴보면, 일차적으로 수강자의 배경이 대단히 다양하 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자문화권의 전통을 공유하는 지역에서는 역사적으 로 한문 문언문이 각 지역의 모국어와 긴밀하게 교섭하였다는 가설을 공유하며 그러한 언어 환경이 현재에도 일정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전제 하에 한문교육의 방법론을 수립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서구의 경우 이 “한자문화권”이라는 역사적 공통분모를 상정할 수 없다. 수강생들의 지역적 문화적 배경은 매우 다양하며 또 고등교육에 입학하기 전 이수한 교과과정도 각기 다르다. 또한 한문 문언문을 배우는 학생들이라 해도 모두 향후 중국학을 전공하고자 하지는 않으며, 따라서 문언문을 배우려는 목적도 각기 다르다. 이러한 다양한 학생들의 배경과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지역별, 혹은 기관별로 다양한 교육 방법론을 모색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서구의 동양학은 “지역학”을 단위로 하는 동일 단과대에 속해 있는 경우가 많다. 지역학의 태생은 국가별로, 또 정치적 사회적 상황별로 그 배경이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한 단과대 내에 동아시아, 서남아시아,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 아프리카학을 포함시키면서 자연스럽게 활발한 학제 적 융합 연구가 가능하게 되었다. 따라서 연구의 주요 바탕이 되는 한문 교육을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에게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교수들이 함께 방법론을 모색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두 번째 원인은 한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언어적 특성에서 기인하다. 많은 선행연구들이 지적하였듯이, 동아시아에서 한문은 각 문화권의 지역 언어와 동시에 상존하면서 다층적인 교섭양 상을 보여 왔다.14) 서구의 라틴어와 각 민족언어가 가졌던 언어적 길항관계와 일정한 공통점을 보이면서도, 문언문으로서의 한문은 언어로서, 텍스트로서, 또 지식 체계로서 다양하게 작용하였다. 또한 각 지역의 한문에서 보이는 지역적 정체성은 현대 민족국가의 경계로 설명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19세기 이후 뚜렷한 경계를 형성했던 국가의 개념은 한문을 중심으로 형성된 언어적 정체성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근대 학문의 분과적 특징은 현대 민족국가를 기준으로 학문의 정체성을 분류하는 경우가 많으며 지역학으로 학제간 연구가 활발한 곳도 그 기본 단위는 근대 학문의 분류법을 따르고 있다. 이처럼 근세 이후 성립된 시각을 바탕으로 과거의 역사와 문화를 분류하는 이러한 방식은 필연적으로 그 연구 방법론에서도 혼선을 야기하게 된 배경으로 작용하였 다. 즉, 서구에서 한문 교육이 다양한 분화를 보이는 것은 한문 문언문이라는 연구의 도구를 어떻게 근대 학문 체계에 적용할 것인가의 질문에서 파생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문이라는 언어와 지식 체계의 복합성이 참으로 아이러니한 과정을 통해 오히려 더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한문한자문화권의 내부에서가 아니라, “타자”로서 존재하는 한자문화권 밖 이방인의 푸른 눈 낯선 시각으로 문언어를 이해하고, 또 이들을 교육하기 위해 교수법을 발전시키는 과정 속에서 한문의 역사적 다층성이 새롭게 부각되기 때문이다.
 
14) Nanxiu Qian(2020), Peter Kornicki(2018), 조동일(1999), 진재교(2012), 류정민(2019) 등의 연구는 한자문화권에서 한문이 다른 사회문화적 요소와의 교섭하는 다양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3. 주요 교재 3종 분석: 도슨(Dawson), 풀러(Fuller), 라우저(Rouzer)

 1) 레이먼드 도슨(Raymond Dawson)의 An Introduction to Classical Chinese 상술하였듯이 레이먼드 도슨의 An Introduction to Classical Chinese는 옥스퍼드대학 등 유럽 권 대학과 호주에서 널리 쓰이는 교재이다. 1968년 옥스퍼드 대학출판부에서 초판이 발간되었다. 책 서두에 저자가 남긴 감사의 말(Acknowledgements)에서 그래함(A.C. Graham), 로에베(M. Loewe) 등 서구의 초기 중국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선구자적 인물들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15) 저자는 이론적인 언어학자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실용적으로 한문 교육을 위해 책을 집필하였지만, 동시에 많은 동료학자들과 친구들, 그리고 학생들이 읽고 조언을 주어 책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회고하고 있다. 이어지는 서문에서는 선진고문은 중국 문명의 형성기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였는데 이를 영어권 학생들이 학습할 수 있는 입문서가 없었다고 한탄하였다. 이 책은 주로 중국어와 한문을 처음 읽는 사람을 위한 것이나 중국어에 능통한 사람 중 고문 공부를 원한다면 사용해도 좋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가 파악하고 개진한 한문 문법의 특징은 매우 직관적이며 명쾌하다:

 

 중국문언문은 매우 단순한 문법체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학생들이 한문을 대하기 전 그 언 어에 대한 직관력을 기르기 위해 긴긴 시간을 투자할 필요는 없다...[중략]... 한문에 대한 요약적 인 학습과 사전을 사용하는 법을 배운 후에 바로 이 먼나라에서 온 문학의 심장으로 직입하기를 권한다. 그 과정에서 문법을 같이 익히면 된다.

 Since Classical Chinese has an extremely simple grammar, there is no need for the student to undergo a lengthy process of linguistic initiation before he is brought face to face with a literary text... [He] can therefore, after a brief introductory description of the language and some coaching in the use of a dictionary, go straight to the heart of this remote literature, learning the grammar as he goes along.16)

 

 저자는 한문을 배우기 위해 오랜 중국어 학습이나 문법 학습이 반드시 선행될 필요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학생들은 주저하지 말고 바로 한문 문학의 본령으로 들어가 사전을 들고 문장을 읽어가면서 먼 이국에서 온 이 오래된 문장들을 느끼고 감상하기를 권하고 있는 것이다. 한글자 한글자 사전을 찾아가며 경험적으로 문법 구조와 논리를 찾아나가는 이러한 전통은 옥스퍼드 등 많은 유럽 지역의 문언문 교육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본문은 《맹자》, 《장자》, 《국어》, 《좌전》 등에서 선한 구절로 이루어져 있는데,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역사와 문헌학사에서의 고문의 전승과 편찬과정을 요약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리 고 자주 등장하는 대명사와 허사, 그리고 기본 문형 등을 간략히 설명하였다. 또한 전통 한문이 세로쓰기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는 우종서(右縱書)로 쓰여져 있음을 친절히 밝히며 독자가 어떤 순서로 한문책을 읽어야 하는지를 설명하였다. 이어서 한자 구성의 근본이 되는 “부수”를 설명하기 위하여 먼저 기본적인 부수를 중심으로 한자가 이루어지는 원리를 예를 들어 보이고, 이어 《맹자》에 나오는 한자를 중심으로 부수를 분석해 보였다.

 책에 수록된 단문은 총 11개로 A부터 K항으로 나누어 본문 서두에 한꺼번에 제시하였다. 문법은 두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하였는데, “Grammatical Notes”부분에서는 수록 예문의 단어 하나하나를 자세히 설명하였고, 이어지는 “Grammatical Survey” 부분에서는 허사를 중심으로 문법 구조를 분석하고 있다. 부록 A(Appendix A)에서는 본 책에서 나오지는 않으나 한문 구문의 이해에서 중요한 허사들의 리스트와 간략한 설명을 부기하였고, 이어지는 부록 B에서는 본문 전체를 영역하 였다. 책의 맨 마지막에는 214개의 부수를 종합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한자 서체에 따른 획의 이체 형태들을 소개하고 각 부수들이 활용되는 예를 사전식으로 나열하였다. 이와같이 한자의 구조와 부수에 대한 반복 학습을 진행함으로서, 학생들이 향후 스스로 자전을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기 위함으로 보인다.

 초판본이 발간된 지 약 20년 후 개정판이 만들어 졌는데 이 또한 원저자인 도슨에 의해 편찬된 것이다. 개정판의 전체적인 구성은 초판본과 비슷하다. 다만 조금 어렵다고 느껴졌던 《국어》, 《좌전》의 문장들을 삭제하고, 《맹자》의 문장들을 대폭 추가하였으며 《전국책》과 《한비자》 의 문장들을 새롭게 넣었다. 또한 《사기》에서 4개의 글을 선하여 학생들이 역사 서술을 문제와 시대감각을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도록 하였다.

 레이먼드 도슨의 이 An Introduction to Classical Chinese 는 60년대에 처음 집필되었을 때부터 서구의 학자들이 고문을 실용적으로 빠르게 익힐 수 있는 요체를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 받은 바 있으며 현재까지 많은 학생들에게 문언문의 입문서로 각광받고 있다.

 

15) Raymond Dawson(1968), v.
16) ibid, 1.

 

 2) 마이클 풀러(Michael Fuller)의 An Introduction to Literary Chinese

 한문에 대한 분석적 연구가 뛰어난 마이클 풀러의 이 책은 1999년 하버드대 출판부에서 초판 발행되었고 2004년 개정본이 나왔다. 한문에 대한 저자의 기본 입장은 서문에 잘 드러나 있다:

 

 중국 문언문은 “언어”라는 것을 처음부터 인지하고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표기되어 있고 또 매우 관습화된 언어이며 그 기원은 전국시대에 발화 기능이 있었던 구어에서 비롯된다.

  It is important to realize from the beginning that literary Chinese is a language – a written, conventionalized language – that has its origins in the spoken vernacular of Warring States (403-225 B.C.)17)

 

 저자는 문언문을 철저히 “언어”라는 시각에서 보며, 전국시대의 구어 전통을 그 시원으로 이해하고 있다. 특히 한문과 현대중국어의 공통적으로 보이는 “고립어(uninflected language)”로서의 특징에 주목하여 어미변화가 없는 품사변성을 정치하게 분석하였다. 즉, 형태 변형 없이 한자들이 각각 문장 속에서 다양한 문법적 기능을 어떻게 획득하고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연구한 것이다. 영어권 학자의 입장에서 어미의 활용이 다양한 영어의 경우와 비교를 하면서 굴절어와는 다른 중국의 한문이 어떤 식으로 구문구조를 이루고 또 문법적 성질을 획득하여 품사가 변하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의 저술을 위하여 중국음운론 등을 따로 공부했다고 고백하였다. 특히 캘리포니아 주립 얼바인(Irvine) 대학에서 제임스 황 (James Huang), 리사 청 (Lisa Cheng), 시 딩쉬(Shi Dingxu) 등의 학자와 토론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으며, 제임스 황, 차오 광순 (Cao Guangshun), 웨이 페이촨 (Wei Pei-chuan)등이 개설한 대학원 수업에 참석하면서 본격적으로 중국언어학을 공부하기도 하였다. 본서가 본격적인 언어학책이라고 말하기는 부끄럽지만 이방인으로서 한문을 보다 분석적으로 이해하려는 고민의 흔적이라고 솔직히 밝히고 있다.

 저자가 생각하는 한문의 특징은 고립어로서의 품사변성의 문제 외에 “문맥(context)”을 통해 유추해야하는 독자의 해석력이라고 말한다. 한문은 단순히 표음 언어의 집합이 아니라 다양한 “의미”가 복합적으로 삼투되어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를 “부분과 전체 (parts and wholes),” 그리고 “의미의 다층적인 구조(levels of structure in meaning)”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18)

 

 

 한문의 문맥은 텍스트 표면에서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다양한 층위를 형성하며 겹겹이 해석학 적 선형구조(hermeneutic circle)를 형성하고 있다고 보았다. 즉, 단어는 음과 의미의 자의적인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고, 문장은 의미 구조를 이루며, 그 상층에는 문장 배열의 수사법의 문제 뿐 아니라 담론과 문학 전통이라는 다양한 수사학적 맥락이 존재한다. 그 외부에는 역사, 심리학, 사회학, 인류학이라는 역사적 맥락이 존재하는 것이다. 독자는 한문을 읽을 때 이 순서대로 하나하 나 그 다층적인 맥락을 파악해야 한다. 한자문화권에서 소위 “전고”의 특성이라고 일컬어지는 해석의 문제에 관하여 본서에서는 좀더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도록 층위를 두어 시각화한 것이 특징이다.

 서론의 후반부에서는 문언문을 전통 언어학의 세가지 범주인 어형론(morphology), 음운론 (phonology), 구문론(syntax)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1)어형론 부분에서는 단어(words)를 위주 로 고립어로서의 한자의 특성과 다음절 단어의 구성원리를 요약적으로 설명했다. (2)음운론 부분에 서는 상고음(Old Chinese), 중고음(Middle Chinese), 그리고 보통어(Mandarin)으로 나누고, 각각 의 예를 문헌과 단어를 통해 들고 있다. 사성의 성립과 지역적 분화를 정치하게 제시한 부분도 특기할 만하다. 또한 연표를 제시하여 중국어 발달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하여 이해를 도왔다. (3)구문론의 부분에서는 중국어가 비록 고립어이지만 문장구조에서 일정한 패턴을 파악할 수 있음에 주목하고 이를 서양의 문법 용어를 활용하여 유형별로 정리하였다.

 본문의 구성은 총 4부로 나누어져 있으며 총 35개의 레슨(lessons)을 통해 문법적 구조가 단순한 문장부터 복잡한 글로 나아가 학습할 수 있도록 짜여져 있다. 1부는 《논어》, 《한비자》, 《여씨춘 추》, 《열자》, 《전국책》, 《맹자》에서 문장을 뽑았다. 2부의 중급단계에서는 《설원》, 《신서》, 《전국책》, 《장자》, 《사기》, 《한비자》, 《맹자》 등에서 보다 긴 구절을 소개하였다. 고급단계 인 제3부에서는 《맹자》, 《장자》, 《백이열전》, 《난정집서》, 《도잠시문선》 등의 글을 수록했 다. 각 텍스트가 가지는 역사적 문헌적 맥락을 소개하고 주석을 읽는 방법 및 어휘력 확장에 주안점을 두었다. 마지막 4부에서는 6편의 당송고문을 수록하였다.

 부록에서는 4가지 종류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첫 번째는 언어학적인 측면에서 문언문 분석을 보다 심도 깊게 다루고 관련 연구 성과를 소개한다. 다음으로 연표와 지도, 그리고 측량 단위 등 영미권 독자들에게 생소할 수 있는 실용적인 정보를 수록했다. 세 번째 부록에서는 중국어 발음 표기법과 부수 등을 소개했다. 핀인(Pinyin), 웨이드식(Wade-Giles), 주음부호에 따라 각각의 자음과 모음이 어떻게 표기되는 지를 정리하였고, 각각의 경우 비슷한 영어 단어의 발음을 예로 들어 이해를 도운 것이 흥미롭다. 4번째 부록에서는 문법적 허사(function words)를 상당히 심도깊 게 소개하고 있다. 각각의 발음은 물론 다양한 문법적 기능과 구체적인 예를 자세히 들었다.

 본서의 특징 중 하나는 각 장의 끝에는 상당량의 참고문헌이 소개되어 있는 점이다. 이 논저 목록을 통해 저자가 저술에서 참고한 여러 음운학적, 문헌적, 역사적 주제에 관한 연구성과를 찾아볼 수 있다.

 

17) Michael Fuller(1999), 1.
18) ibid., 4.

 

 3) 폴 라우저 (Paul Rouzer)의 A New Practical Primer of Literary Chinese

 본서는 구미 한문 교육의 최근 경향을 가장 충실히 잘 반영하고 있는 교재이다.19) 총 540페이지의 거질로서, 가장 큰 특징은 문언문을 중국어 언어교육의 일환으로 생각하지 않고 독립된 방법론을 바탕으로 집필하였다는 것이다. 각각의 한자어의 설명에 중국어, 한국어, 일본어 발음을 모두 표기하여 매우 친절하고 공부하는 학생들의 편의를 제공한 것이 돋보인다. 하버드대학의 문언문 수업을 담당하였던 저자는 수년간의 수업 경험을 바탕으로 한자문화권의 각 지역사회에서 한문을 수용했던 역사적 사실을 교재 속에 성실히 반영하려고 노력하였다. 긴 설명 보다는 많은 글을 수록하여 직접 문장을 읽으면서 한문을 익히도록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6개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총 40개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수록 작품은 《설원》, 《사기》, 《열녀전》, 《맹자》, 《수신기》, 《장자》 등에서 선별하였 다. 그 중 설원과 사기 자객열전의 분량이 가장 많으며, 그 다음으로 맹자와 장자가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책 후반부에는 영어번역과 해설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매우 특기할만한 부분은 텍스트 전체를 일본식 한자 발음으로 변환하여 수록하였다는 것이다.20) 수록 작품의 모든 글자에 일본어식 읽기를 병기해 놓은 것으로 저자가 얼마나 꼼꼼히 교재의 특징을 살려 작업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밖에 주요한자의 어려운 부수에 대한 설명, 주요 작품 제목의 중국어 발음과 한국어 발음, 그리고 색인이 수록되어 있다. 책의 최초의 구상이 새로운 교육 방법론을 개척하려는 참신하고도 긍정적인 의도를 바탕으로 하며, 또한 학생들의 학습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최대한 독자의 편의를 제공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작업한 것이 큰 미덕인 책이다.

Ⅲ. 소결: “낯설게하기”의 언어교육학적 적용 제언

 서구의 한문교육 방법론을 고찰하는 이유는 장기적으로 한국의 한문 교육 방법론을 더욱 효과적 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하기 위함일 것이다. 북미와 호주, 유럽 등지의 한문 교육법 을 고찰해 봄으로서 한자문화권 밖에서 타자의 시선으로 한문 전통을 이해하고 고립어로서의 한문의 문법적 특징을 그들의 언어로 설명하려는 시도를 살펴볼 수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고립어로 서의 한문의 언어적 특성과 텍스트 전통이라는 문언문적 속성이 서양인의 분석적 시각 속에서 매우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초기 선교사들이 중국에 도착한 이후 전통 경전을 충실히 번역하고 사전을 집대성하려 했던 노력, 그리고 현대 중국어와의 연속성 속에서 이해한 한문 교육, 언어학적 분석으로 한문 문언어의 문법적 특성을 드러내려는 시도 등이 현대의 교육 시스템 속에서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유추해 볼 수 있었다. 구미의 이러한 교육 전통이 미래의 유수한 학자들을 교육시키는 밑거름이 된다는 점에서 그들의 동양학계 학자 양성을 위한 방법론을 엿볼 수 있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타자의 시선으로 한문의 교육방법론을 모색하는 시도는 문학비평의 “낯설게하기 (defamiliarization)” 과 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이는 본래 습관적이고 자동화된 인식에서 벗어나 “낯선” 시각을 통해 역설적으로 인식을 회복하는 방법론이다. 일종의 예술에서의 “소격 효과 (alienation effect)”라고도 할 수 있다. 이 “낯설게하기”의 방법을 교육에 전통하는 사례들이 최근 시도되고 있는데, 이는 평소 익숙한 것에 대한 다른 관점을 제시함으로서 학생들이 다양한 해석을 유도하고 또 비판적 태도를 기를 수 있도록 교육하는 방법론이다.21) 교육자의 입장에서는 학생들의 지적 배경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통해 기존에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것, 혹은 전통에 대해 가지고 있는 습관화된 편견, 자동화된 인식에 일정한 거리를 두어 생각하는 것이다. 일종의 학습에서의 “메타인지”를 발달시키도록 하는 방법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현대 한국의 고등교육에서 한문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가르칠 것이며 어떤 교재가 적합할 것인가. 이에 대한 연구는 본고의 범위에서 벗어나지만, 다만 타자의 “낯선” 시선으로 전통을 바라보는 것, 또 이를 통해 현재와 과거의 실체적 본질에 한걸음 더 다다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단초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 이유는 지금의 학생들은 기성세대와 매우 다른 환경에서 성장하였으며 기존의 교재 및 교육 철학으로는 많은 부분 소통가능하지 않은 특징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MZ 세대”라고 불리우는 지금의 어린 학생들은 새로운 매체적 환경에서 태어나 성장하였으며, 이들이 언어를 바라보는 태도, 전통을 바라보는 관점, 그리고 가치의 경중을 판단하 는 기준들에 있어 많은 부분 기성세대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기존의 교과서와 교육 철학을 이들에게 적용했을 때 그 학습 효과가 예상만큼 발휘되지 않을 수 있다. 어린 학생들과 교수자와의 차이를 인정하고 교육의 소비자인 그들의 시선에서 전통을 바라보고 과거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론을 고찰할 필요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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