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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 1598-1363(Print)
ISSN : 2465-8138(Online)
Han-Character and Classical written language Education No.51 pp.199-249
DOI : https://doi.org/10.15670/HACE.2021.51.8.199

A Case Study on the Instruction in ‘Active Reading of Classics’ in University Classical Chinese Elective Courses

Jang, Jin-youp*
*Institute of Korean Studies, Yonsei Univ. research professor / greenapple9@hanmail.net

Abstract

This study examines the cases of the instructions in ‘active reading of classics’, in university s classical Chinese elective courses, by analyzing the assignments submitted in the classes. As an assignment, students were required to select a classical Chinese prose written in Korea, interpret the original text, and then write a critique and their thoughts on the work. This study first provides the list of works selected by the students, and an analysis on the standards by which students have employed in choosing a work. Next, the students’ critiques and thoughts have been analyzed from four aspects. First is reinterpretation of the work or related subject matters; second is thoughts written in relations to the students’ personal life; third is discussion of the work in relation to the issues of contemporary society; fourth is thoughts pertaining to the aesthetics and translations of classical Chinese language. Following the analysis, this study concludes with the researcher’s assessment on instructing the reading of classical Chinese texts. First, including the process of reading the original text in the assignment appears to be essential, as the students thus learn to finely digest the contents of the work. Also, it is important to let students select the work by themselves, but it helps to provide a list of recommended works or reference materials. While writing critique or thoughts should be done independently, it is also important to help students construct a diverse set of logically sound opinions. Through the process of selecting a work, interpreting the original text, and writing their critiques and thoughts, students can learn to read classical Chinese texts and classics in general. Such experience can also motivate the students in reading classics later on.

대학 교양한문 수업에서의 ‘능동적 고전 읽기’ 지도 사례 검토

장진엽*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연구교수 / greenapple9@hanmail.net

초록

본고는 대학 교양한문 수업에서의 ‘능동적 고전 읽기’ 지도 사례를 검토한 글이다. 검토 대상인 보고서 과제는 한국의 한문 산문을 한 편 선택하여 원문을 해석하고 비평 및 감상을 작성하는 것이 다. 먼저 대상 작품 선택 현황을 목록으로 제시하고, 학생들의 작품 선택 기준을 분석하였다. 이어서 비평과 감상의 내용을 네 측면에서 검토하였다. 첫째는 작품 및 관련 주제에 대한 재해석이다. 둘째 는 작성자의 삶과 연계 지은 감상이다. 셋째는 현대 사회의 문제와 접목하여 논하는 방식이다. 넷째 는 한문 문장의 미감과 번역 문제에 초점을 맞춘 감상이다. 마지막으로 한문 고전 읽기 지도에 대한 필자의 견해를 덧붙였다. 먼저 원문 독해를 포함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원문 독 해의 과정에서 고전의 내용을 온전히 소화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또, 학생들 스스로 작품을 선 택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때 참고문헌이나 작품 목록을 제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비평과 감상은 자유롭게 작성하되, 다양한 의견을 논리적으로 펼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학생들 은 작품 선택, 원문 독해, 비평과 감상의 작성 과정에서 ‘한문 독해’와 ‘고전 읽기’의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이후의 고전 독서를 추동하는 힘이 될 것이다.

Ⅰ. 들어가는 말

 오늘날 대학의 교양한문 수업은 몇 가지의 과제를 동시에 떠안고 있다. 가장 기초적인 과제는 중·고등학교에서 한자·한문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세대에게 한국어 언어생활의 기초를 이루는 ‘한자’를 가르치는 일이다.1) 그리고 한문을 읽는 ‘방법’을 익히고 한문 글 읽기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그다음 과업이다. 한문 글 읽기의 즐거움을 깨닫는 일은 원문을 직접 읽는 것 외에 번역된 한문 고전에 대한 독서로 나아가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입시 또는 취업 준비 등의 현실적인 상황과 인쇄 매체의 퇴조라는 시대적 흐름은 젊은 세대들에게 ‘인문고전’을 가까이할 기회를 좀처럼 허락하지 않는다. 교양한문 수업은 기초적인 한자 학습부터 시작하여 고전에 대한 관심 제고라는 더 큰 목표를 (보통의 경우) 한 학기만에 달성해야 한다는 부담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1) 중·고등학교에서 선택 교과로 한문을 수강한 경험이 있거나 한자능력검정시험 응시 경력이 있는 학생들도 있다. 그러나 이 학생들 역시 한자에 조금 더 친숙한 것일 뿐, 배운 한자를 잘 기억하고 있거나 한문 문장을 독해하는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에 따라 다르겠지만, 교양한문 수업이 단계별로 개설되어 있다면 이러한 목표 달성이 좀 더 용이할 수 있다. ‘생활한문’, ‘기초한자’, ‘초급한문’ 등의 수업에서 한국어 언어생활 속의 한자와 고사성어 및 단구, 짧은 한시 해석 등을 익히고, 다음 단계인 ‘중급/고급한문’ 등의 수업에서 한문 독해의 방법을 익히고 심화된 한문 독해 연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문 고전 읽기의 경우 초급이나 중/고급 단계에서 수강생들의 수준에 맞게 번역본을 읽게 하거나 발췌 강독과 같은 방법을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다. 물론 한문 수업은 대개가 교양 선택이므로 각 학생들이 단계별 수업을 모두 수강하도록 강제할 수 없다. 또, 개별 수업의 성취 목표가 성공적으로 달성되었다 할지라도 한문 고전에 대한 전체 대학생들의 이해나 관심도를 높였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인문학의 퇴조라는 작금의 난관 앞에서 대학교육의 종사자들은 원론적인 차원에서 ‘교양’ 교육의 목표−‘비실용적’ 가치의 ‘쓸모’를 체득하게 하는 일−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물론 수강생들의 관심과 만족도를 제고하기 위한 교수방법론상의 개선과 현실적 상황을 고려한 수업 목표 및 수준의 조절은 반드시 필요하다. 일단 수강생들에게 ‘선택’되어야 이런저런 방안을 시도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대학 교양한문 수업의 목표와 현재의 여건을 고려하여 본고는 교양한문 수업과 고전읽기의 연계 지도 방안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2) 이를 위해 필자가 담당했던 연세대학교 한문⑵ 수업에서의 지도 사례를 검토할 것이다. 연세대 교양한문 수업의 개설 현황은 다음과 같다. 연세대 학교의 교양한문 수업은 한문⑴−한문⑵−한문⑶의 세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이 가운데 한문⑴은 현재(2019학번 이후) ‘대학교양−언어와 표현’3)에 속한다. 선택과목이긴 하지만 필수교양 영역에 속해 있으므로 수강생 수가 많은 편이다. 2021년 2학기 수업으로 모두 12개 분반(정원 40명)이 개설되어 있으며 거의 모든 분반이 수강인원을 다 채우고 증원을 하기도 한다. 한문⑵ 역시 같은 영역에 속해 있는데, 문과대학 소속은 ‘언어와 표현’에서 동일 외국어를 6학점 이상 이수해야 하므로 한문⑴4)을 선택한 경우 한문⑵를 추가로 수강한다. 그 외 단과대학 소속은 한문⑴만 수강해 도 무방하다. 현재 한문⑵는 3개 분반, 한문⑶은 1개 분반이 개설되어 있으며 대체로 정원을 채우거나 넘기는 편이다. 한문⑴은 한자(3급) 학습 위주의 수업이며, 한문⑵와 ⑶은 한문 독해 중심의 수업이다. 한문⑴에 이어 한문⑵를 수강하기도 하지만, 한자·한문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바로 한문⑵를 수강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필자는 2018년 2학기부터 현재까지 한문⑵ 수업을 맡아 강의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6학기 동안 담당한 분반 수는 10개이다. 이 수업은 교재로 ��한문의 첫걸음��(박무영·김성은 지음, 연세대학교출 판부, 2019)을 사용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의 수업을 통해 한문 독해의 기초와 문법적 사항을 익히는 동시에 매 강에 수록된 한국의 한문 기록들을 읽어보면서 한국한문학의 주요 주제들 을 공부하게 된다.5) 본 수업은 강사의 강의 중심이며, 본문 해석과 문법 설명이 위주가 된다.6) 매 장 진도를 나가기 전에 예습 차원에서 ‘쓰기연습’을 진행하는데, 교재 본문에서 모르는 한자를 찾아서 워크시트에 써서 제출하는 방식이다.7) 쓰기연습 개별 지도 및 수업 내용에 대한 질의응답이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강의의 성격상 강사의 일방적 지식 전달 방식이 중심이 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한문 독해 방법을 익히기에는 효율적이지만 능동적인 한문 읽기의 경험을 제공하기는 어렵다. 또, 수업시간에 배운 한문 독해에 관한 지식을 실제 독해에 적용하는 연습이 이루어지기도 힘들다. 한문 공부를 통한 고전 읽기로의 안내라는 목표 역시 ‘부수적으로’ 고려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필자는 수강생들에게 스스로 한문 작품을 읽고 해석과 감상을 작성하여 기말보고서로 제출하도록 하였다. 수업계획서에서 제시한 과제 수행방식은 아래와 같다. 
 
2) 송혁기(2017)에서는 대학에서 “「교양한문」, 「실용한자」 등의 과목을 넘어서 한문고전에 초점을 맞춘 과목들을 적극적으 로 설계하여 개설할 필요가 있다.”(40쪽)고 하였다. 이러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현재의 여건에서 교양 한문 수업을 통해 한문 고전 읽기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3) 여러 언어 수업들(영어, 중국어, 일본어,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라틴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수어 등) 중 한 과목 을 필수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4) 한문⑴은 고등학교에서 한문을 수강했거나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외국어 과목으로 한문을 선택한 학생들은 수강하지 못 하게 되어 있다. 한문⑵와 ⑶은 그러한 제한이 없다.
 
5) 교재는 “제1부 한자어와 한문 문장 구조의 이해”, “제2부 한문 독해와 문형 익히기”, “제3부 한문 명문 감상하기”로 구성 되며, 수업에서는 제2부까지만 다룬다. 제2부 수록 텍스트는 다음과 같다. ��三國遺事�� 紀異 「武王」, 「白雲居士傳」및 「白雲 居士語錄」, 「戊午史禍事蹟」의 「弔義帝文」 부분, ��擊蒙要訣�� 「立志」, 「亡妻淑夫人金氏行狀」(許筠), ��東國新續三綱行實圖�� 烈女 부분, ��懲毖錄�� 서문 및 노량해전 기사, ��英祖實錄��, ��乾淨衕筆談��, ��牧民心書�� 서문 및 「赴任」條, ��弘齋全書�� 「策問 二 文體」, 「崔七七傳」(南公轍), 「與李藕船」(金正喜), ��梅泉野錄��.
 
6) 필자는 현재 개설된 3개 분반 중 2개 분반을 담당하고 있다. 본고에서 말하는 한문⑵ 수업 운영방식은 필자의 2개 분반에 만 해당하는 설명이다.
 
7) 지난 학기부터는 ‘쓰기연습’에 교재 본문의 한자음을 찾아서 써오는 것을 추가하였다. 본문 전체를 ‘미리 읽어보는’ 활동 이 본 수업에 대한 집중도를 제고하고, ‘소리내어 읽기’라는 한문 공부의 방법을 적용해 보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의가 시작되고 3주 정도 되면 수강생들에게 구체적으로 과제 수행방법을 안내한다.8) 작품을 선택할 때의 유의사항, 한문 원문과 표점 입력 방법, 번역문과 원문을 대조해 가며 읽는 방법,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적용하여 문법 사항을 설명하는 방법 등을 알려준다. 그리고 학기 중반 즈음에 작품을 선택하고 학기 말이 가까웠을 때 발표문을 작성하도록 권장한다. 수업에서 배운 문법 지식을 ‘적용’해서 과제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1차 과제물을 먼저 제출하고 피드백을 준 후에 최종 과제물을 다시 제출하게 한 경우도 있었다. 또, 온라인 강의실의 ‘과제 질문 게시판’을 이용해 질의응답을 진행하였다.
 이와 같은 보고서 작성 과제는 ‘능동적 고전 읽기’의 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책 한 권을 다 읽는 것이 아니라 특정 작품의 한 부분만을 발췌하여 읽는 방식이지만 자신의 힘으로 한문 원전을 읽어본다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다. 또, 발췌독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하여 ‘비평과 감상’ 부분에서는 해당 부분이 아니라 글 전체에 대한 감상과 비평을 작성하게 하였다. 본고는 실제 제출된 과제의 내용을 검토하여 대학생들이 고전(산문) 작품에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 살펴본 다. 검토 대상 과제는 모두 338편이다. 먼저 Ⅱ장에서는 선택 작품의 현황을 목록으로 제시하고 학생들이 ‘스스로 읽기’의 대상으로서 고전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무엇인지를 알아본다. Ⅲ장에 서는 비평과 감상 내용을 통해 학생들에게 고전 작품이 수용되는 몇 가지 방식을 검토한다. 이를 바탕으로 교양한문 수업을 통한 ‘능동적인 한문 고전(산문) 읽기’ 지도의 가능성을 헤아려보고자 한다.
 
8) 현재는 온라인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되고 있으므로, 과제 수행방법에 대한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하여 활용하고 있다. 해당 콘텐츠는 한 학기 내내 자유롭게 시청이 가능하다.
 

Ⅱ. 대상 작품 현황 및 선택 기준

 먼저 선택 작품의 목록을 제시하면 아래와 같다. <표 1>은 저자별로 대상 작품을 정리한 목록이 고, <표 2>는 조선왕조실록 등 사료 및 관찬 서적의 목록이다. 각 경우 해당 기록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 수강생의 수와 각각의 전공과 학년을 표시하였다.9) 같은 전공이 2명 이상일 경우 괄호 속에 숫자를 표시하였다. 저자는 생년 순으로 배열하고, 같은 저자의 작품은 가나다순으로 제시했다.
 
 
9) 1학년의 경우 출석부 상에 세부 전공이 아니라 계열이 표시된다. ‘인문’, ‘사회’, ‘상경’, ‘공학’, ‘사회과학’, ‘교육과학’, ‘생명시스템’은 모두 ‘~계열’을 뜻한다. ‘신학’과 ‘경영’은 학과명과 계열명이 모두 있으므로 계열의 경우 ‘신학계열’과 ‘경영계열’로 표시하였다. 1학년이면서 학과명이 표시된 것은 작성자가 보고서에 자신의 전공을 밝힌 경우이다. ‘글로벌’ 은 ‘글로벌기초교육학부’로서 외국인전형으로 들어온 학생이다. SAP는 ‘Study Abroad Program’이다.
 
10) 해당 글의 저자는 노상직이지만 최치원의 사적에 대한 보고서이므로 별도의 항목으로 처리하지 않았다. 아래 5번도 마찬가지. 39번 역시 ��삼국유사��에 관한 보고서이므로 같은 방식으로 제시하였다. 
 
 
 저자별 작품 목록에서는 83명 작가의 181편 작품이 확인된다. 보고서 건수는 296건이다. 저자별 로 보면 박지원이 36건, 정약용이 36건으로 가장 많다. 『三國遺事』 및 관련 글 27건, 이규보 16건, 『擊蒙要訣』 등 이이의 작품 12건, 『三國史記』 10건, 최치원의 작품 및 관련 글이 9건, 이곡 9건, 권근 8건, 김시습 8건, 이익 7건, 허균 5건이다. 다른 저자들은 모두 4건 이하이다. 단일 작품으로 보면 「許生傳」이 8건으로 가장 많고, 「檄黃巢書」, 「溫達傳」, 「借馬說」이 각 6건으로 그다음이다. 『삼국유사』의 「古朝鮮 王儉朝鮮」, 「舟翁說」, 「李生窺墻傳」, 『亂中日記』 정유 9월 16일 기사, 『熱河日記』 「渡江錄」의 ‘好哭場’이 각 5건씩이며, 「花王戒」, 「理屋說」, 「守吾齋記」가 각 4건이다. 저작으로 보면 『삼국유사』가 27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서 『열하일기』(20건), 『牧民心書』 (11건), 『격몽요결』(11건), 『삼국사기』(10건), 『金鰲新話』(8건), 『星湖僿說』(5건), 『난중일기』(5건) 가 다수를 차지한다. 사료 가운데서 조선왕조실록을 대상으로 한 보고서는 모두 32건이며, 그중 『世宗實錄』이 12건으로 가장 많다.
 대상 텍스트를 ‘한국의 한문 산문’ 작품으로 제한한 것은 본 수업의 취지가 한문 독해 방법을 익히면서11) 한국한문학의 흐름을 살펴보는 데 있기 때문이다. 작품 선정 방식에 대해서는 “1)예전에 읽었던 고전번역서에서 기억에 남는 작품 2)중·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들어본 작가나 작품 중에 원문으로 읽어보고 싶은 작품 3)대학 전공수업에서 다뤘던 한문 자료 4)특별히 떠오르는 작품이 없다면 ��한국산문선�� 1~9권(민음사, 2017)을 들춰보면서 눈에 띄는 작품 고르기 *시간이 된다면 특정 작가의 글을 모아놓은 고전산문 번역서를 한 권 읽고 그 책에서 한 편을 고르면 좋음”이라고 안내하였다. 또, 「백운거사전」에 대한 수업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심경호 지음, 이가서, 2010)에서 여러 작가들의 自傳을 찾아볼 것을 권하였고, 수업시간에 다룬 『삼국유사』, 『목민심서』, 『격몽요결』, 조선왕조실록의 다른 부분을 선택해도 된다고 하였다. 대상 작품 목록을 보면 많은 수강생들이 국어·문학 교과서에 나왔거나, 입시 준비를 위해 ‘빈출’ 작품으로 공부했던 작품들을 선택했음을 알 수 있다. 「허생전」 등 4건 이상의 보고서 주제가 된 작품들은 대부분 교과서 수록 작품이거나 수능 및 모의고사 빈출 작품이다. 이익의 「瞎雞傳」이나 이천보의 「自知菴 記」와 같이 자못 새로워 보이는 작품들도 실은 수능 국어영역 대비를 위해 공부하는 작품들 중 하나이다. 또, 『목민심서』 등 수업에서 다룬 자료를 대상으로 한 경우도 많다. 이 점은 학생들이 한문 고전을 접하는 통로가 제한되어 있고, 새로운 작품을 ‘탐색’하는 것을 어렵게 여긴다는 것을 보여준다.12) 
 
11) 운문의 경우 수업 중에 배운 문법 지식을 적용하기 어려우므로 산문만으로 제한한 것이다.
 
12) 작품 선택의 어려움을 토로한 학생도 있다. “사실 이번 과제에서 가장 힘든 것은 작품의 설정이었다. 한국산문선을 훑어 보면서 작품을 탐색했고, 결국 삼국유사 중 수업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을 뽑기로 결정했다. 그러던 중 눈에 띈 것이 이 <연오랑과 세오녀>였는데, 제목만 보고는 어떤 내용인지 짐작을 하지 못했다. 물론, 내용을 읽자마자 기억이 났지만.” (延烏郞細烏女 / 2020−1학기 / 심리2) 
 
 ��한국 산문선��은 2020년 1학기부터 수업계획서에 참고도서로 올려두었는데, 그 후로 이 책을 참조하여 작품을 찾는 학생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狂辨」(이규보), 「始祖東明姓帝」(삼국유사), 「記碁」(이색), 「寄贈柳思菴詩卷序」(이색)[이상 제1권], 「朝鮮經國典−賦典−賦稅」(정도전), 「題士 浩跋朴訥書後」(김일손)[이상 제2권], 「進聖學十圖箚」(이황), 「答退溪書」(조식), 「猫捕鼠說」(최연), 「雁奴說」(최연), 「贈崔立之序」(이이), 「戒酒文」(정철), 「雲住寺記」(이산해), 「安堂長傳」(이산해), 「書金秀才靜厚願學錄後序」(최립), 「廣寒殿白玉樓上樑文」(허난설헌)[이상 제3권], 「東園庇雨堂記」 (이수광), 「祭金而好文」(장유)[이상 제4권], 「자지암기」(이천보),「題默窩詩卷後」(이천보)[이상 제6 권], 「綠天館集序」(박지원), 「渤海考序」(유득공), 「白塔淸緣集序」(박제가)[이상 제7권], 「軍器論 (二)」 (정약용)[제8권], 「棋說」(유본예), 「安重根傳」(김택영), 「韓國痛史緖言」(박은식)[이상 제9권], 「曉諭國內大小民人【壬午】」(김윤식), 「東洋平和論序」(안중근)[이상 근대편] 의 29편이 ��한국 산문선��을 참조하여 선택한 작품들이다. 이 책에서 처음 접한 작품을 고른 경우도 있고, 다른 곳에서 본 적이 있는 작품인데 책을 읽으면서 기억이 떠올라 선택한 경우도 있다.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의 가이드 라인을 제공한다면 낯선 작품에 대한 접근도 가능하며, 번역서의 독서를 통해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음도 알 수 있다.13) 아래와 같은 사례들이 주목할 만하다.
 
13) 추천도서와 무관하게 스스로 고전 원문이 수록된 번역서를 찾아본 사례도 있다. “한문 과제를 위해 도서관에서 원문이 있는 책을 찾았는데, 조선 시대의 애제문을 모아놓은 책이었다. 작품을 고르기 위해 책을 읽는데 죽은 사람을 그리워하는 글이어서 그런지 내용은 비통하고 표현은 아름다운 글들이 많았다.” (祭淑人昌寧成氏文 / 2021−2 / 인문1)
 
  [1] 과제의 작품을 선정함에 있어, 우선적으로 다양한 글을 접해보고자 마음먹었다. 그래서 도 서, ‘한국 산문선 : 근대의 피 끓는 명문’을 구입했다. 1800년대 말 1900년대 초는 멀게 느껴지지 만, 사실 할아버지, 할머니를 생각하면 그렇게 먼 옛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시기의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궁금하여 근대의 작품으로 구성된 책을 구입하였다. 많은 작품들을 읽어보며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 (曉諭國內大小民人【壬午】 / 2020−2 / 문헌정보4)14)
 
14) 이후 보고서 예시는 인용 부분 뒤에 괄호로 ‘대상 작품 제목 / 제출 학기 / 작성자 전공 및 학년’을 표시한다. 문장 표현에 어색한 부분이 있더라도 그대로 인용하였다. 맞춤법 오류도 그대로 두었으나, 단순 오타로 보이는 부분들은 일부 수정하 였다. (*)로 표시된 부분은 필자가 추가한 내용이다.
 
  [2] 한문을 스스로 번역해보는 것이 처음이기 때문에 흥미 있는 작품으로 선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한국 산문선 책에서 여러 작품들을 찾아보던 중 고등학교 시절 배웠 던 박지원의 열하일기 <好哭場>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번 기회에 한 번 길게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먼저 글을 읽어보았다. 전체적인 내용을 읽어보면서 학창 시절 배웠던 내용이 어렴풋이 기억도 나고 또 학창시절 배웠을 때와 다르게 또 색다른 느낌을 주는 글이 너무 좋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을 발췌하여 이번 과제를 수행하게 되었다. (好哭 場 / 2020−2 / 사회과학계열1)
 
 익숙한 작품을 원문으로 다시 읽고 그 의미를 ‘곱씹어보는’ 것도 새로운 작품을 찾아보는 것 못지않게 유익한 경험이다. 어린 시절 동화책에서 읽었던 이야기나 중·고등학교 때, 또 대학의 수업에서 읽었던 번역된 자료들의 원문을 찾아보겠다는 것이 가장 자주 나타나는 작품 선택의 동기였다. 본 과제는 ‘한문 원문’으로 직접 고전을 읽어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으므로 잘 알려진 작품을 선택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15) 또, 유명한 작품을 선택했다 해도 아무 고민 없이 그렇게 한 것은 아니다. 학생들이 중고등학교 수업이나 미디어를 통해 접할 수 있었던 작품이 최소 열 편 이상은 되며, 그 가운데서 심사숙고하여 한 편을 고른 것이다.16)
 
15) 그러나 같은 작품에 대한 감상은 대체로 비슷한 내용이 되기 쉽다. 이에 2020년 1학기부터는 「차마설」, 「슬견설」, 「수오 재기」, 「양반전」, 「호질」은 대상 작품으로 선택할 수 없게 하였다. 2021년 2학기부터는 여기에 「허생전」, 「격황소서」, 「주옹설」 등을 추가할 예정이다.
 
16) 학생들이 작품 선택에 있어 ‘진지한’ 태도를 갖고 있음은 다음의 사례들을 통해 확인된다. “분석 대상 작품을 선택함에 있어서 그 기준으로 고려한 점은 ① 누구나 알 만한 명문장가(名文章家)의 작품 중에서, ② 비교적 덜 알려져 있으면서, ③ 현대적 의미에서 음미(吟味)할 점이 있는 작품일 것, 이렇게 세 가지이다. 본고의 분석 대상 작품인 박지원의 「예덕선 생전」은 이러한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작품일 뿐만 아니라, 한문(2) 수업을 통해 배운 내용들을 토대로 분석해 보고 해석해 볼 수 있는 적정한 난이도의 문장으로 구성되 었어서 이 작품으로 선택하였다.” (穢德先生傳 / 2021−1 / 경영1); “한문 주제를 선정하는 데에 있어서 정말 많은 고민을 하였다. 어떤 작품을 해야 할지? 나 자신이 좋아하고 왠지 재밌어 보이거나 뜻이 깊을 것 같다고 느끼는 작품을 선택해야 할지? 아니면 단순히 생각할 내용이나 글로 쓰는 내용이 많을 만한 작품을 선택해야 할지? 이렇듯 엄청난 고민 끝에 결국에는 ‘호민론’을 작품으로 선정하였다. 작품을 선정한 나만의 기준은 작품을 읽었을 때 너무 어렵지도 않으면서 교훈이나 현실을 알려주는 내용의 글이어야 했다. 중국 의 산문은 많이 읽어봤지만 한국의 산문은 접한 적이 많지 않아 더욱 주제를 선정하는 데에 있어서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호민론’의 작자인 허균은 외국인인 나조차도 알 정도로 유명한 문인이기에 꼭 허균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줄곧 했었는데, 좀처럼 기회가 없어 읽지 못하다가 이번 한문 보고서 과제를 통해 드디어 읽어볼 기회가 생긴 것이다.” (豪民論 / 2020−2 / 경영2) 외국인 학생들의 경우에도 대부분 한국어 수업 등을 통해 「온달전」, 「허생전」, 「호민론」 등의 고전 작품을 접한 경험이 있다.  
 
  [3]「허생전」은 한국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을 이야기일 것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필독 서로 항상 나왔던 책이었고 중학교, 고등학교에서도 중요한 작품 중 하나였다. 초야에 숨어 있던 가난한 선비가 갑자기 세상에 나와서 능력을 보이며 돈을 쓸어모으는 그런 스토리는 마치 재밌는 만화의 기본 스토리대로 따라가는 것 같다. 초등학생들도 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이다. 그렇지만 재밌는 스토리와는 달리 스토리 안에서 나타나는 시대적 배경,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은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니다. 특히나 한 가지 생각에 치우쳐 경직된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욱 그럴 것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항상 독후감 숙제로 한 번씩 썼 었던 이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선정하게 된 것이 바로 이 이유 때문이었다. (許生傳 / 2019−1학기 / 심리3)
 
  [4] 지난 학기 전공 강의 ‘한국중세사’를 들으면서 이규보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규보의 글을 통해 그의 내면의식과 당대 고려 사회를 분석한 글이었다. 여기서 당대 문인을 살펴보기 위 하여 ‘七賢說’을 읽었고, 내용이 흥미로워서 과제 제출 이후에도 기억에 남았다. 그렇기에 이번 한문 보고서의 주제로 망설임 없이 이 글을 골랐다. 과목 특성에 맞게 이번 보고서를 쓸 때는 역 사적 맥락보다 글 자체의 내용과 표현에 방점을 두어 읽었고, 그래도 이 글은 흥미로웠다. (七賢 說 / 2019−1 / 사학3)
 
  [5] 한국고전문학을 주제로 한 국어국문학과의 전공 수업에서 이 작품을 다루면서 그 주제의식 과, 광문을 통해 박지원이 제시한 새로운 인간형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러한 경험이 이번 과제에서 그 일부분을 직접 원문 번역해보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전공 수업에서 많은 고전소 설을 접하고 있지만, 항상 한글로 쓰인 번역문만으로 공부했기 때문에, 한문소설의 원문의 모습은 어떠한지 궁금했었다. 박지원이 실제로 집필했던 문장 그대로를 읽어본다는 점에서, 번역 과정이 매우 의미있었다고 생각한다. (廣文者傳 / 2020−1 / 국문2)
 
 여기서 [4]와 [5]의 사례는 한문 독해가 전공 수업에 연계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다. 사학과 학생들의 경우에는 실록 등의 사료를 선택하는 비율이 높았다. 전공 수업에서 사료를 다룰 때 번역문을 읽어야 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 기회에 원문을 직접 살펴보려고 한 것이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해당 사료의 성격에 대한 이해의 심화, 사료에 접근하는 방식의 발견 등 부수적인 효과를 거둔 경우도 종종 확인된다.17) 국문과 학생들 역시 전공과의 연계가 용이하다. [3]과 같이 번역문으로 읽었던 작품을 원문으로 살펴보면서 작품의 의미를 다시 해석해볼 수 있으며, 관심 있는 작가의 작품이나 전공수업 때 다룬 글과 비슷한 유형의 작품을 찾아보는 활동도 가능하다. 전공 수업에서 이용휴의 「趙頤叟生傳」을 읽고, 비슷한 작품인 「華隱韓君小傳」을 찾아보 았다는 사례(華隱韓君小傳 / 2019−2 / 국문4)가 이에 해당한다. 다음 보고서는 국문과 전공과 교양한문 수업의 상보성을 보여주는 주목할 만한 사례이다.
 
17) “부끄럽지만 <승정원일기>와 <조선왕조실록>의 차이점에 대해 잘 몰랐다. 심지어는 승정원 ‘일기’라 해서 개인이 쓰는 일기와 비슷한 걸까, 헛다리 짚은 추측만 했었지, 그에 대해 실제로 찾아서 조사해보고자 했던 마음도 없었다는 것이 더 부끄러운 점이었다. 그러나 이번 기회를 통해서 승정원일기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고, 앞으로 만약 누군가가 내게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의 차이점에 대해 물어본다면 자신 있게 설명해줄 수 있을 것 같다.” (承政院日記 / 2019−2 / 사학1); “조선왕조실록에 대해 조사하면서 현재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조선왕조실록 페이지를 운영하여 모든 기록들의 원본 이미지, 원문, 번역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正祖實錄 / 2021−1 / 행정1) 
 
  [6] 이 작품은 원래 지난 학기 다른 전공 수업에서 발표 대상으로 선택했던 작품이었다. 그래서 작품 자체의 이해에 그리고 작품 해석의 관점을 잡는 데 도움이 될만한 여러 학술논문이나 단행 본을 읽어보고 결과적으로는 발표까지 마무리했지만, 그러면서도 스스로 원문 자체를 해석하고 이해할 능력이 없어 전적으로 번역문에 의존해서 발표를 준비하는 것이 과연 괜찮은 것일지 계속 의문이 남았었다. 지난 학기 발표 후에 교수님과 다른 학우들에게 받았던, 내 발표에 대한 대체적 인 평가는 ‘지나치게 비판적이고 저자에게 가혹한 해석이다’ 였기 때문에 스스로 원문을 해독할 능력이 있었다면 번역문 해석만으로는 알 수 없는 어감이나 뉘앙스를 잡아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더욱 컸다. 그래서 이번 학기 한문(2) 수업을 통해 어느 정도 한문 문장 구조를 익힌 상태에서 부족하게나마 스스로 원문을 읽어보면 원래는 그저 지난 학기에 미뤄뒀던 아쉬움을 조 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우제망실정경부인심씨문(又祭亡室貞敬夫人沈氏 文)」을 과제 대상 작품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又祭亡室貞敬夫人沈氏文 / 2021−1 / 국문4)
 
 전공과 일치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내용의 고전 작품을 선택하기도 한다. 공무원을 지망하는 학생이 ��목민심서�� 「律己」 淸心 條를 선택한 경우18)가 대표적이다. 정약용의 「地理策」을 택한 학생은 평소에 정약용에게 관심이 있었으며 자신이 지리 관련 일에 종사하고 싶어서 작가의 여러 학술 분야 중에 이 글을 선택했다고 하였다.19) 그러나 사학과나 국문과를 제외하면 전공과 작품 선택 사이에 특별한 연관성은 나타나지 않는다. 진로와 관련하여 작품을 선택한 예도 많지는 않다.
 
18) “공무(公務)를 행하는 사람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에는 무엇이 있을까? (…) 그러나 시험준비를 하며 조금씩 진심 으로 ‘나는 어떤 공무원이 되고 싶은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모든 방면에서 훌륭한 공무원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한 가지만 이룰 수 있다면 ‘꼭 청렴한 공무원이 되자’라고 마음속으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이 결심을 기억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정약용의 ��목민심서(牧民心書)�� 제2부 율기의 제2조 ‘청심’을 골라 해석하게 되었습니다.” (牧民心書−律己−淸心 / 2019−2 / 교육4)
 
19) 이 사례는 다음 장에서 다시 인용한다. (地理策 / 2021−1 / 경영계열1) 
 
 저자별로 볼 때에는 박지원과 정약용에 대한 관심이 압도적이다. 박지원이 18편(36건), 정약용이 20편(36건)인데 ��열하일기�� 수록 글은 작품별로 별개로 계산하였고 ��목민심서��는 1편으로 계산한 것이다. 「廣文者傳」, 「閔翁傳」, 「穢德先生傳」, 「兩班傳」, 「허생전」, 「虎叱」, 「一夜九渡河記」, 「호곡 장」, 「象記」는 교과서 수록 작품이거나 입시 대비용으로 익숙한 작품들이다. 나머지 절반은 학생들 이 대학 수업에서, 또는 독서나 온라인 매체, 방송 등을 통해 접한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의 산문들이 상당한 정도로 ‘대중화’ 되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목민심서��는 수업 교재에서 다루고 있기도 하며, 대중적으로 유명한 책이므로 학생들이 부담 없이 선택한 것으로 생각된다. 정약용의 서신은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는데, 학생들이 고른 편지는 각각 다른 글이다. 「수오재기」, 「原牧」, 「弔蠅文」 등은 입시 대비용으로 많이 읽히는 작품이지만, 「秋水亭記」나 「漆室觀畫說」처럼 ‘새로운’ 작품들 도 눈에 띈다. 작가에 대한 관심이 ‘확산적 독서’를 불러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 사례가 대표적이다.
 
  [7] 나는 여태껏 다산 정약용을 단순히 조선 후기 실학자라고만 알고 있었다. 그는 정치와 사회 에만 관심이 많고 그의 글 대부분이 정치와 사회개혁에만 집중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추 수정기>를 읽어보니 그는 정치와 사회뿐만 아니라 자연에 대해서도 깊은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그가 마냥 진지하고 엄격하기만 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을 새롭게 느 낄 수 있었다. (…) 다산은 화려하거나 유별난 것을 좋아하기보다는 고요하고 맑은 정취를 좋아한 것 같다. 추수정기를 읽어보면 그는 스스로 즐기고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추구하면서도 선비로서의 담박하고 청량한 삶을 유난히 강조했던 것 같다. 글 속에서 다산은 콕 집어 ‘깨끗한 선비’만이 추수정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하였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깨끗함’이 무엇일까에 관해 생각해보았다. (秋水亭記 / 2020−1 / 계량위험관리2)
 
 박지원과 정약용은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며, 그 외에도 특정 작가에 대한 친밀감이나 관심이 작품 선택의 동기가 되는 경우들도 있다. 몇몇 학생들은 학교 수업 외의 다른 경로를 통해 그 작가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실제 작품을 읽어본 일은 없어서 이번 기회에 원문 읽기에 도전해 보았다고 하였다.
 
  [8] 나는 남양주에 살아서, 동네에서 다산 정약용에 대해 접할 기회가 많았다. 가까운 곳에 다산 박물관이 있어서 어렸을 적부터 자주 견학을 갔고, 다산 정약용의 이름을 딴 도서관도 있을 정도 로 흔하게 그의 이름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정약용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해본 결과, 그의 지식의 범위와 남긴 작품들의 종류 가 너무나도 많아서 내가 다 알지 못했던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 한문(2) 보고서 작성을 계기로 그동안 접해보지 않았던 정약용의 저서를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地理策 / 2021−1 / 경영1)
 
  [9] 먼저 이 작품을 왜 고르게 되었는지를 간단히 언급하고자 한다. 어렸을 적부터 나는 아버지 로부터 본관을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와 본이 같은 한산 이씨인 사람들을 늘 궁금해했다. 그중에 단연 눈에 띄는 분은 목은 이색이었다. 중고등학교 때에는 특히 한문학에 빠진 적이 있었 는데, 목은 선생의 <부벽루(浮碧樓)>라는 한시를 보았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고찰과 표현의 아름 다움 때문에 첫눈에 반하게 된 것이다. 이번 한문 과제를 위해 ��한국 산문선�� 읽게 되면서 당연히 목은 선생의 편에 눈이 가게 되었고, 인간사의 부질없음에 대한 통찰이 크게 공감되었으므로 본 서(序)를 택하게 되었다. (寄贈柳思菴詩卷序 / 2020−1 / 사회과학1)
 
  [10] 허초희의 글을 처음 접한 것은 초등학생 때였다. 초등학생 때 우리 집은 방학이나 명절 연휴에는 그 흔한 친척 집 방문도 하지 않았지만, 학기 중에 현장체험학습 신청서를 내고 가족 여행을 가곤 했었다. 그해에는 동해안의 도시들을 갔고, 강릉에 도착해서는 허난설헌과 허균 가족 의 생가를 들렀다. / 허초희가 얼마나 뛰어난 문장가였는지는 물론이고 허난설헌이 허초희와 동일 인물이라는 것도 모르던 때였지만, 그렇다고 글을 읽었을 때 감동이나 충격을 느낄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초등학교 5학년 4월, 그날 강릉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돌에 새겨진 시를 읽었을 때, 아이를 잃은 부모의 슬픔과 절망이 너무 생생하게 느껴져서 비슷한 상황을 경험해본 적도, 감히 상상해본 적도 없는 주제에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서 허난설헌의 다른 시를 읽었을 때에도 그때의 충격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기 때문에, 한문 수필을 선정하는 과 정에서 허초희의 글을 고르게 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廣寒殿白玉樓上樑文 / 2021−1 / 인문1)
 
 이러한 사례들은 지역사회에서 제공하는 문화체험이 다양한 연령대에 걸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그것이 고전 독서의 계기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20) [9]와 [10]에서 학생들은 해당 작가의 한시 작품을 접한 경험이 있었다. 한시는 편폭이 짧기 때문에 중고등학교 수업시간에 원문을 함께 다루기도 용이하고 詩碑나 팸플릿 등을 통해 독자들에게 인상을 남길 수 있다. 그러나 산문의 경우 독자의 ‘능동적인’ 독서 의지가 있어야 접근이 가능하며, 그것도 번역문만으로 한정되 는 것이 대부분이다. 또, 어떤 산문을 읽을 것인가를 택하는 데에도 적절한 기준이 없다. 위 사례들은 본 수업의 과제를 통해 이전의 문화체험과 한시 감상의 경험을 산문 읽기의 기회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역시 확산적 독서의 사례이다.
 
20) [8]에서는 남양주에 살면서 다산기념관을 자주 방문했다고 하였는데, “한문 과제의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다산 정약용의 산문집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수원에서 살았기 때문에 거중기를 만들어 수원화성을 쌓는 데 공을 세운 정약용이 친숙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寄二兒【壬戌十二月卄二日,康津謫中】 / 2020−1 / 사회과학1) 라고 한 작성자도 있었다. 
 
 한편 역사 관련 이슈들을 문헌 자료를 통해 살펴보는 방식도 빈번히 나타난다. 수강생들, 특히 사료를 대상 작품을 선택한 학생들은 평소에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고 밝힌 경우가 많았다. ��삼국유 사��의 「고조선 왕검조선」은 단군신화에 대한 관심에서, ��난중일기��는 이순신의 인기에 힘입어 많이 선택된 것으로 보인다. ��난중일기�� 관련 보고서 5건이 모두 정유년 9월 16일 기사, 즉 명량대첩 관련 기록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영화 <명량>의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또,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 관련 기사를 다룬 보고서가 6건이다. 이 주제들은 일찍부터 대중적 관심이 집중된 것들이다. 한편 ��인조실록��의 3건의 기사 및 송시열과 효종의 「幄對說話」, 이현일의 상소는 모두 병자·정묘호 란과 북벌 및 대청 관계와 관련된 기록들이다. 동일 주제에 대해 학생들마다 다른 기록을 선택한 것이 특기할 만하다. 대중매체를 통해 촉발된 역사 인물에 대한 관심이 관련 작품의 탐색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영화 <남한산성>과 <사도>,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등을 통해 인조, 최명길, 김상헌, 정조, 사도세자, 정도전 등의 인물에 관심을 갖게 된 경우가 대표적이다.21) 김택영의 「안중근전」과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서」는 안중근에 대한 관심과 관련이 있다.
 
21) “평소 사극을 즐겨보는데,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보았던 한 야망가를 잊을 수 없다. 바로 삼봉(三峯) 정도전이다. 과제를 시작하기 전 ��한문 산문집��(*��한국 산문선��)을 읽어보는데, 정도전의 글 다섯 편이 실려 있었다. 이번 기회에 책이나 드라마를 통해 건너 듣는 이야기가 아니라 원문으로 정도전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 중 「부세(賦稅)」라는 글에 정도전의 삶의 여정과 깊은 고뇌가 모두 담겨있다고 생각해 선택하게 되었다.” (朝鮮經國典−賦 典−賦稅 / 2020−2 / 사회과학1) 
 
 한편 世宗實錄地理志의 蔚珍縣 항목, 그리고 ��萬機要覽�� 軍政편의 海防 조를 택한 것은 독도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사례이다. 미디어에서 회자되는 이야기들의 ‘정확한 근거’를 찾아보겠다는 시도이다.
 
  [11] 만약 지나가던 행인이 “독도는 왜 한국땅인가요?”라고 묻는다면 그 물음에 정확하게 답을 하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나는 우물쭈물하면서 정확한 이유를 대지 못할 것 같다. 이번 한 문 과제에 쓰일 원문을 선정할 때, 독도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찾아 하나하나 번역해보는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어렴풋이 “此島。高麗得之於新羅……” 이 구절을 배웠던 게 생각이 났고, 좀 더 구체적인 사실을 알아보고 싶다는 마음에 ��만기요람��을 선정하게 되었다. (萬機要覽−軍政−海防 / 2019−2 / 인문1)
 
  [12] 과제 선택 중 평소 조선의 역사서에 관심이 많아 여러 역사 작품을 떠올리던 중 독도와 관련된 사료들이 궁금하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흔하게 널려진 이야기인 세종실록지리지의 독도 관련 내용을 교과서 등을 통해 들어는 보았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없어 실질적인 증거로 삼 기 힘들다는 말들도 얼핏 들어봤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 기회에 직접 찾아봐야겠다고 다짐했다. (世宗實錄地理志−江原道−三陟都護府−蔚珍縣 / 2020−2 / 컴퓨터과학2)
 
 보고서에서 전반적으로 확인되는 작품 선택의 기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많은 학생들이 중고등학교 때 수업시간에 배운 작품들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새로운 작품에 접근하는 경로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익숙한 작품을 원문으로 읽고 새롭게 이해하는 경험도 충분히 유의미하다. 또, 일부 학생들은 강사가 추천해 준 고전번역서를 참고하여 새로운 작품을 찾아보았는데, 일정한 가이드 라인이 있을 경우 낯선 작품을 탐색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전공이나 진로와 관련된 작품을 선택한 사례들이 있다. 주로 사학과와 국문과 학생들의 보고서에서 확인되며, 전공 수업과 교양한문 수업의 연계가 이루어진 바람직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셋째, 박지원과 정약용 등 대중적으로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역사회에서의 문화체험이나 독서, 미디어 등을 통해 관심을 갖게 된 작가의 작품을 찾아보는 과정에서 확산적 독서가 이루어진 예를 확인할 수 있다. 넷째, 단군신화나 명량대첩, 독도 문제 등 역사 이슈와 관련된 문헌 자료를 대상으로 하거나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관심이 생긴 역사 인물과 관련된 작품을 선택하는 사례도 빈번히 나타났다. 같은 자료를 여러 작성자가 선택한 사례도 있지만, 동일한 주제에 대해 작성자마다 다른 기록을 택하기도 하였다. 역사 이슈에 관한 정확한 문헌상의 근거를 확인하려는 시도도 발견된다.
 모든 보고서에서 해당 작품을 선택한 기준을 밝힌 것은 아니며, 기한에 맞춰 과제를 완성하기 위해 별다른 숙고 없이 아는 작품을 선택한 경우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이 대상 작품 선택을 위해 나름의 기준을 세우고 고민했던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전 작품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선택 기준을 세우고 작품을 선정할 수 있다. 아래 두 사례도 흥미롭다.
 
  [13] 어떤 작품을 고를지 고민하면서, 기왕이면 별로 유명하지 않고, 처음 보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 작품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하나하나 해석하는 것이 재미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설(說)’을 고르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 그래서 다양한 종류 의 설(說)에 대해 찾아보던 중 ‘축묘설’을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평소에 좋아하는 고양이가 들어 가서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런데 고양이와 관련해서 심오한 내용이 어려운 표현으로 비유 적으로 나와서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 조금 어려움이 있었고, 여러 번 읽은 후에야 글을 서서히 이해할 수 있었다. (畜猫說 / 2021−1 / 경영3)
 
  [14] 이 작품을 과제물로 선택하게 된 이유는 단순히 乞이라는 글자가 친숙해서이다. 필자는 지난 학기에 한문 1을 수강하였는데, 그 때 표현이 흥미로워 기억에 남아 있는 단어가 乞骸骨, 걸해골이라는 단어였다. ‘해골을 고향에 둘 수 있도록 구걸한다’는 표현에서 만들어진 단어라고 한다. 과제물로 이 작품을 선정하게 된 계기는 우연이었지만 수업시간에 배운 ‘관직을 위해 사람 을 두는 일은 없지만 사람을 위해 관직을 주는 일은 없다’라는 목민심서의 내용 일부분과도 연관 지을 수 있어 흥미로웠다. (乞郡疏 / 2019−2 / 인문1)
 
 필자는 예전 한문⑴ 수업을 담당했을 때 좋아하는 한문 작품을 하나 선택해서 원문과 번역문, 감상을 적어서 발표하고 발표 내용을 정리해 보고서를 제출하게 하였다. 원문 독해의 과정 없이 작품 소개와 감상만으로 이루어진 과제이다. 어느 나라 작품이든 무방하며 산문과 운문 모두 선택할 수 있게 하였다. 발표 후에는 강사가 대상 작품들에 대한 추가 강의를 하였다. 4학기 동안 운영하였는데, 학생들이 선택한 작품은 매우 다양했으며 작품 선택에 별다른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듯했다. 원문 해석을 하지 않아도 되었으므로 “내가 이 작품을 읽을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발표와 작품 감상 시간을 수업 중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으로 꼽기도 했다. 그러나 한문⑵는 원문의 독해가 중점이 되었고 산문만으로 제한했기 때문에 작품 선택 자체가 하나의 ‘과업’이 된 듯한 느낌이 있었다.22) 작품 선택 단계에서부터 고민이 시작되는 셈이다.
 고전 작품의 탐색 과정 그 자체가 ‘능동적 고전 읽기’의 첫 단계라는 점에서 작품 선택의 과정이 포함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학생들이 중고등학교 교과서와 참고서에 수록된 작품 외에 새로운 작품을 탐색할 수 있도록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 본 수업에서는 ��한국산문선�� 을 참고하게 하였는데, 교수자가 직접 작품 목록을 작성하여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방법도 있다. 또, 자신의 전공이나 진로와 관련이 있는 내용의 작품을 선택하도록 도울 수 있다.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의 경우 자신의 전공과 관련하여 작품을 선택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다. 그러나 이공계열 이나 예체능계열 학생들은 전공수업에서 고전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으므로 ‘전공 관련 작품 목록’을 별도로 만들어 제공하는 것도 고려해 봄직하다. 예컨대 장현광, 홍대용, 최한기 등의 우주론과 관련된 작품이나 의원, 예술가, 기능인 등의 삶을 다룬 傳 작품들, 조선왕조실록 등 사료에 나타나는 과학기술이나 의학 등에 관한 기사를 목록에 포함시킬 수 있다. 작품 선택은 학생들이 한문고전 속에 다양한 세계가 펼쳐져 있음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학생들이 최대한 능동성 을 발휘하도록 하되, 한계점들에 대해서 교수자가 살펴보고 적절한 보완책을 제공하는 것이 좋다.
 
22) 어느 학기엔가 수업 후 설문조사에서 “작품 선택이 어려우니 교수님이 대상 작품을 정해주고 그것에 대한 해석과 감상을 작성하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나온 적도 있었다.
 

Ⅲ. 비평과 감상의 내용

처음 과제를 실시했을 때에는 ‘작가 및 창작배경’과 ‘비평 및 감상’을 별도 항목으로 작성하게 하였으나, 세 번째 학기부터는 두 항목을 묶어서 한 항목으로 작성하고 그중에서 ‘비평과 감상’을 중심으로 서술하게 하였다. 작가와 창작배경은 참고문헌을 활용하여 작성하는 것이므로 불필요하 게 많은 내용이 들어가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이 작가와 작품 설명에 대한 항목을 별도로 설정하였다. 작성자가 그 작품에 대한 정보를 잘 아는 상태에서 독해를 시작한 것이 아니므로 본인이 찾아본 작품 정보를 자세히 서술하면서 그것에 관해 공부하는 식으로 보고서 를 작성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23) 이에 따라 ‘비평과 감상’ 부분은 대체로 참고문헌을 활용하여 작가와 작품(창작시기, 창작배경, 작품의 주제와 특징 등)에 대해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자신이 이해한 작품의 의미를 서술하고 그 작품의 의의에 대해 덧붙이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본 장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작품의 의미를 되새겨 본 부분을 중심으로 그 내용을 검토하고자 한다.
 작품의 의미를 되새겨본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의미이다. 우선 독해를 하면서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를 확인하고 그것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때 작품이 산생된 맥락, 즉 시대적 상황이 나 작가의 처지가 주로 고려된다. 학생들은 맥락을 고려하여 그 작품의 의미를 재구해보기도 하고, ‘보편적인 문학작품’으로서 작품이 주는 인상과 감동을 서술하기도 한다. 또, 널리 알려져 있는 해석 방식과 다른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고 관련 주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표출하기도 한다. 작품의 의의에 대해서도 작품 자체가 주는 메시지와 감동에 집중하기도 하고, 자신의 삶과 연결 지어 곱씹기도 하며 현대사회의 문제와 접목하여 해석하기도 한다. 또, 한문 문장의 표현상 특징이나 번역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 감상도 있다. 본 장에서는 학생들의 비평과 감상을 작품 및 관련 주제에 대한 재해석24), 자신의 삶과 연계한 감상, 현대사회의 문제와의 접목, 한문 문장의 미감과 번역의 문제라는 네 측면에서 살펴본다.
 
23) 작품 정보를 서술할 때에 참고문헌 내용을 그대로 가져오지 말고 요약 진술하거나 자신의 문장으로 재서술해야 한다고 지도하였으나, 각주로 출처만 표시하고 참고한 내용을 거의 그대로 적어온 학생들도 종종 있었다. 특히 논문이나 레포트 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1학년 학생들에게서 그런 문제가 발견되었다. 한문 수업이긴 하지만 고전에 관한 ‘글쓰기’ 과제인 만큼 그런 부분들은 하나하나 피드백을 주어 시정하도록 했다.
 
24) 보고서 전체를 보면 작품의 주제와 특징을 이해하고 작품이 주는 보편적인 감동과 효용을 서술하는 방식이 우세하다. 이 경우는 작성자가 작품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거나, 그 작품이 주는 현대적 효용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에 공감하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보고서 중에서도 수준 높은 감상이 이루어진 사례들이 많다. 그러나 이는 한문 고전을 대상으로 한 글뿐 아니라 일반적인 서평이나 감상문 작성 방식과 동일한 것이므로 본고에서는 별도로 검토하지 않는다.
 

1. 작품 및 관련 주제에 대한 재해석

 문학이나 역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학생들이 고전 작품을 읽고 그 의미를 ‘재해석’한다 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正典’의 반열에 오른 작품들은 전문 연구자라고 해도 고착화된 해석을 넘어서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본 장에서 말하는 ‘재해석’은 완전히 새롭거나 참신한 해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작품의 원문을 읽고 그 의미를 곱씹어본 결과 ‘지식’으로서 알고 있던 것 이상의 작품의 의미를 깨달았다든가, 일반적으로 이야기되는 방식과는 다른 측면에서 작품을 바라보는 태도를 가리킨다. 또, 보통 ‘전통문화’로서 선양 받는 가치에 대해 오늘날의 관점에서 논하여 해당 작품의 효용을 재고하기도 하고, 관련 작품에서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 다각도로 고민해보기도 한다. 학생들의 보고서에서 발견되는 이러한 태도는 고전 읽기를 통해 비판적 사고력을 함양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가 된다.
 작품 읽기를 통해 작품에 관한 기존의 지식을 교정한 사례는 다음과 같다.
 
  [15] 또한 이번 과제로 원문을 찾아 읽고 나서, 그동안 알고 있던 ‘바보온달’의 이야기와 기록은 조금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린 시절 전래동화책으로 읽었던 이야기와는 느낌이 아예 달랐다. 특히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온달이 ‘효연(曉然)’한 사람으로 서술되어 있었다는 것이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분명하고 명백하다’라는 의미라고 되어 있었다. 공주와의 첫 만남에서 의구 심에 가득 차 단호하게 거부하는 온달의 태도만 보아도 그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개념의 바보는 아니라는 것이 명백했다. (…) 기존의 연구도 온달을 평민보다는 당시의 가세가 미약한 귀족으로 추측하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다만 기득권층과는 다른 성격을 지녔기 때문에 온달을 바보(愚)로 기록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溫達傳 / 2020−1 / 사학4)
 
  [16] 필자는 이 레포트를 작성하기 전에도 이순신의 뛰어난 군사적 업적과 명량 해전에서의 전 과를 대강 알고 있었다. 판옥선 13척으로 (비록 명량 해전에서의 일본군의 주 함선은 판옥선의 절반 정도 크기인 세키부네였음에도) 일본군의 적선 133척과 겨루어 승전을 거두었다는 사실은 이미 대다수의 대중들에게 ��불멸의 이순신��, ��명량�� 등으로 인해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 레포트 작성을 통해, 필자는 명량 해전에 대해 크게 3가지 오해를 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첫째, 이순신은 세간의 인식과 달리 전투 중반까지는 대장선 딱 1척으로 왜선 133척을 상대하고 있었 다. 둘째, 명량의 해류가 승전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했지만, 전투 중반까지는 오히려 이순신은 물살을 거스르며 적선과 상대하고 있었다. 셋째, 이순신은 이 전투에서 부하 장수들에 대한 통제 를 상실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세 가지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순신이 명량 해전에서 승 전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며,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亂中日記 / 2020−1 / 경제1)
 
 「온달전」은 전래동화로 각색되어 읽혀왔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친숙한 이야기이다. 원문의 ‘愚溫 達’은 ‘바보온달’로 번역되어 어리석고 미천한 남자가 지혜로운 공주를 만나 성공한 이야기로 수용된다. 오늘날에는 중고등학교 교육이나 미디어에서 온달 이야기의 당대적 함의에 대해 논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위 감상평이 작성자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원문에서 온달의 성품에 대해 ‘曉然’하다고 기술한 부분을 발견하고, 그것이 온달이라는 인물에 대해 재고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16]의 작성자 역시 기존에 미디어를 통해 대략 알고 있던 사실을 원문 독해를 통해 ‘정확하게’ 이해하게 되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작품 내용 자체에 비판적으로 접근한 사례도 있다. 예를 들어 정약용이 「군기론(이)」에서 화포와 같은 병장기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하여 “화기 제작에 대한 당시 조선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점”이 있음을 지적한 사례가 있다. 국방론의 경우 시간의 흐름이나 주변 상황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데, 정약용이 오랜 유배 생활로 인해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했거나 섣부른 추측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軍器論(二) / 2020−1 / 토목·환경공학4) 정도전의 「불씨윤회지변」에 대해서 성리학적 입장에서 불교의 윤회설을 비판한 것이 당대 사회에 과연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왔을지 의심스럽다고 말한 학생도 있다. “불교의 윤회설은 오히려 백성들이 적극적으로 선을 행하고 악행을 멀리하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므로, 차라리 “불교의 모든 교리를 하나하나 반박하고 비판하는 대신에, 본연의 역할을 망각한 채 사치를 즐기며 변질되어버린 불교의 모습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이 더욱 설득력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佛氏輪廻之辨 / 2021−1 / 문화인류2) 최치원의 「격황소서」에 나타난 태도를 비판적으 로 바라본 사례도 있다. 작성자는 일방적으로 황소를 꾸짖는 최치원의 행동이 “과연 당나라 관리로 서 바람직한 위정자의 자세였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황소의 난은 당시 지배자들의 폭정으 로 억눌린 민심을 대변하는 사건으로 볼 수 있으며, 이를 계기로 당나라 관리들의 뿌리깊은 악습을 파고드는 것이 궁극적으로 나라를 위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격황소서」는 비록 명문이긴 하지만,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그 평가 역시 재고되어야 할 것이라고 하였다. (檄黃巢書 / 2020−2 / 융합인문사회과학부1)25) 이상의 의견들은 그 타당성은 별도로 논해야 하겠으나, 비판적 독서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사례라고 생각된다.
 아래는 원전 독서를 통해 관련 주제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변화시킨 사례이다.
 
25) 비슷한 견해로 “최치원은 당시 황제의 명 아래 벼슬을 지내고 있었으니 당연히 천자의 은혜를 강조하며 적의 우두머리였 던 황소를 악한 사람으로 이미지메이킹 해야만 했을 테지만, 진정으로 황소의 투항과 전쟁의 빠른 종결, 백성들의 편안한 생활을 원했다면 당시 민중들의 고달픈 삶을 어루만지며 그들을 위로하는 글을 함께 적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檄黃巢書 / 2020−2 / 경영계열1)는 감상도 있다. 
 
  [17] 후금과의 화친 여부에 이어 화두가 되고 있는 존재는 바로 강홍립이다. 위 기사의 내용만 보아도 당시 조정 내에 강홍립이 반신인지 아닌지에 대한 대신들의 의견이 상반되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다. 필자는 양사가 강홍립이 오랑캐에 항복했다는 이유를 들어 그를 반신으로 칭 하자, 인조가 ‘길에서 주고받는 말은 또한, 사실 그대로 참되고 틀림이 없는 것이 아니니’라고 말 한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인조의 말은 즉, 근거 없는 말은 하지 말라는 의미로써, 양사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근거 없이 누군가를 모함하는 일을 차단한 인조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이렇게 인조가 신하에게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전하는 부분은, 필자가 인조실록 중 이 기사를 선택한 이유가 되기도 했다. 그동안 필자가 생각해왔던 인조의 모습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 고등학교 역사 시간에 정묘, 병자호란을 배우면서 내 머릿속에 인조라는 왕 은, 서인 일파에 의해 주도된 반정을 통해 왕의 자리에 올라 매번 신하들의 의견에 휘둘리며 본인 의 주장이 없이 마치 서인의 꼭두각시처럼 서인의 의견대로 정치를 행하는 무능한 왕으로 각인되 어 있었다. 물론, 반정공신이었던 ‘이괄’이 역으로 반란을 일으키는 등 실제로 왕권이 미약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위 기사에서는 적어도 왕이 자신의 주관과 소신에 따르며 신하들의 말에 반박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동안 필자가 인조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고정관념과 편견의 틀 을 어느 정도는 깨주었다. 게다가 인조가 마지막에, 강홍립이 국가를 위해 나왔음에도 반신으로 지목되면 억울해하지 않겠느냐며 그의 감정도 함께 고려하는 모습에서 이상적인 왕의 모습까지도 볼 수 있었다. (仁祖實錄 / 2020−1 / 사회과학1)
 
 중립외교를 표방했던 광해군 대와 달리 인조 대에는 경직된 숭명배청 기조로 일관하였으며, 인조는 서인 정권에 휘둘리는 무능한 왕이었다는 인식은 대중매체뿐 아니라 학계에도 널리 퍼져 있는 고정관념이다.26) 위 보고서의 작성자는 학부 1학기를 다녔을 뿐으로, 이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 이 깊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원문의 독서를 통해 통념에 대한 반론을 제기할 수 있었다. 이 사례만큼 참신하지는 않지만 훈민정음 반포에 반대하는 최만리의 입장을 살펴본 글(世宗實錄 / 2019−2 / 국문1), ‘불평등조약’으로만 인식되는 조일수호조규(강화도조약)의 외교사적 의미에 대해 재고한 글(朝日修好條規 / 2018−2 / 사학4)도 통념을 반박한 글로서 주목할 만하다. ��난중일 기��에 대한 감상에서 이순신을 영웅화하는 풍조를 비판적으로 바라본 글27)도 있었다.
 
26) 인조시대의 외교정책에 대한 이러한 통념이 역사적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는 조일수(2017) 참조.
 
27) “그러나 후대의 사람들 중 몇몇은 이순신과 그의 배가 여전히 死地에 머무르기를 바라는 듯 하다. 노량해전 이후에도 이순신은, 숙종조에 신하로써 최고의 영예인 ‘先正’의 칭호를 하사 받고 정조조에 영의정에 추증되어 ‘충’의 이데올로기 그 자체이자 ‘소중화주의’의 상징으로써 동원되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신채호 박은식 등 민족주의사학자들에 의해 ‘민족’ 저항의 구심점으로 동원되었다. 1960−70년대에는 박정희의 전체주의적 역사관에 기반해 ‘민족중흥과 조국근대화’의 상 징물로써 동원되었다. 1597년의 역사 주체들은 당시 각자의 책임을 져버리지 않았고 또 각자 주어진 운명을 진작에 다 누렸다. 그러나 그 이후의 시대들은 역사 주체들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맞이했던 무거움을 무시하고 그 그림자를 높은 자리에 모시기 급급하다. 이제 예를 갖춰 보내드릴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亂中日記 / 2019−2 / 사학3) 
 
 한편 고전 작품의 효용 중 하나로 ‘전통문화’의 습득을 통한 ‘인성교육’의 측면이 자주 거론된다. 이는 중고등학교 한문 교과의 주요한 내용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근대의 가치 기준을 현대사회에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려우며, 당연히 이에 관한 비판적 사고가 요구된다. 따라서 대학의 교양한문 수업은 일방적인 ‘인성교육’을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 가치’에 대한 검토와 그것의 현대적 적용을 고민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필자는 본 수업의 보고서 과제를 통해 그러한 목표를 일정 부분 성취할 수 있기를 기대하였다. 그러나 대체로 고전을 통해 ‘교훈’을 얻는 방식으로 접근했을 뿐, 고전에 담긴 전통적 가치의 ‘효용’에 대해 성찰한 학생들은 별로 없었다. 아래의 두 사례는 희소한 경우로서 특히 주목할 가치가 있다.
 
  [18] 동몽선습을 조사하면서 의문이 생긴 대목이 있다. 바로 「동양고전종합db」의 해설에서, “오 륜은 (중략) 일방적인 복종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대 사회에 비추어볼 때도 보편적 타당 성을 얻을 수 있는 윤리 규범이다.”라는 대목이다. 오륜은 정말 현대 사회에서 보편적 타당성을 얻을 수 있을까? /「동양고전종합db」의 해설대로, 오륜은 일방적 의무가 아닌 상호적 의무를 기반 으로 한다. 그러나 오륜을 현대 사회에 적용하려 할 때 나타나는 커다란 약점이 있다. 바로 '상하 관계'이다. (…)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동양에서는 인간을 '관계적 존재'로서 파악하였고, 인간이 사회 속에서 가지는 관계와 관계를 구성하는 법칙을 표현한 것이 바로 오륜이라는 주장이 다. (서명석, ��동몽선습�� 오륜 텍스트의 현대적 독법, 인격교육, 2013년, 8~9쪽 참고) 이 주장에 따른다면 서구의 '개인적 인간관'과 이에 기초한 도덕 담론이 지배하는 현 시대에서 오륜은 관계 적 사유방식을 회복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저자는 이를 ‘신−오륜’이라고 지칭하였다. 그런데 인간을 관계적으로 정의하는 전통적 담론으로의 복귀가 꼭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 필요 하다. (童蒙先習−도입부 및 父子有親 / 2020−2 / 철학4)
 
  [19] 그러나 사실 자녀와 부모의 관계는 한 개체와 다른 개체간의 관계로서 모두 서로 독립적이 고 매력적이다. ‘효’는 이런 것들을 고려하지 않고 ‘공경’이나 ‘순종’이라는 단정한 감정 패턴을 한 성인이 다른 한 성인 쌍에 대해 갖는 도덕적 의무로 고정한다. 부모의 성격에 상관없이 자녀로 서 자신의 의무를 다해야하는데, 이는 더 존중 받는다. 나는 이렇게 하면 도리어 위선적인 도덕적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는 자녀를 사랑하고 자녀는 부모를 사랑하는 것은 강요할 필요가 없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서로 다른 개체의 발전과 경력에 따라 부모와 자녀 사이에는 각 종 생활양식이 발전하게 된다. 나는 조화로운 부모−자녀 관계에서 “효도”는 불필요하고, 갈등이 가득하고 불일치하는 부모−자녀 관계에서 “효도”는 서로에게 부과되는 억압이라고 생각한다. / 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전통적인 ‘효도’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결코 부모의 길러 준 은혜에 감사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함이 아니라, 과거의 속박적인 효도 모델을 타파하고, 창조 적이고 끊임없이 자라고 완전무결한 조화롭고 건강한 친자관계를 제창하는 것이다. (擊蒙要訣− 事親 / 2020−2 / 글로벌기초교육학부 인문1)
 
 각각 ��동몽선습��과 ��격몽요결��을 대상으로 한 보고서이다. [18]은 五倫에 나타난 상하관계를 문제시하고 있는데, 단순히 전통적 가치에 대한 거부감을 표한 것이 아니라 전통의 현대적 적용을 해석에 관한 담론을 언급하며 그에 관한 고민이 필요함을 말하고 있다. 작성자의 전공에 비추어 볼 때 평소에 관심 있던 주제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19]는 중국인 유학생이 작성한 글이다. 부모와 자식은 서로 존중하는 관계를 맺어야 하며, 부모 자식 간의 애정은 당연한 것이므로 ‘효도’라 는 의무로 강요할 필요가 없고 만약 사이가 좋지 않은데 효도를 강요한다면 억압이 된다는 것이다. 학술적인 논의는 아니지만 논리가 분명하다.
 이상의 사례들은 고전 독서를 통해 작품의 의미를 재발견하거나 관련 주제를 비판적으로 검토한 경우들이다. 북벌에 관한 논의를 살펴보면서 역사적 사실에 대해 하나의 의미로 고정하는 자세를 문제 삼거나(幄對說話 / 2019−1 / 심리4), 조임도의 「自傳」을 읽고 흔히 선비의 자세로 이야기되는 안빈낙도 이면에 “좌절과 실패로 점철된 또 다른 모습”이 존재함을 알 수 있었다고 한 경우(自傳 / 2019−1 / 사학2)도 이러한 방식의 접근이 이루어진 사례이다. 실학자들의 개혁안은 완전히 혁신적인 성격을 띨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목민심서�� 「戶典」을 읽고 과거의 사례들을 근거로 주장을 펼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 학생도 있다. 이를 바탕으로 실학이란 예로부터 내려온 근거를 바탕으로 주장을 펼침으로써 형이상학적인 탁상공론이 아닌 실질적인 방도를 제시하고 있다는 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牧民心書−戶典 / 2020−2 / 상경계열1) 이러한 예들은 작품 의미에 대한 적극적인 재해석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고전 독서를 통해 해당 작품이나 관련 주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획득하고 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2. 자신의 삶과 연계한 감상

 독자는 작품 속에서 자신의 삶과의 접점을 확인할 때 그 작품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다. 어떤 작품이 아무리 ‘훌륭한’ 것이라 해도 독자가 감정이입을 할 수 없다면 작품의 의미가 절실히 와 닿지 않는 법이다. 이러한 방식은 문학작품의 독서에서 주로 일어나지만, 문학이 아닌 글도 내 삶의 고민이나 문제의식과 관련이 있다면 그에 못지않은 감동이나 몰입을 유발할 수 있다. 고전 작품의 경우 오늘날과는 이질적인 문체−번역문이라 해도 현대 작품과는 다른 독특한 문체적 특성이 있다−와 주제의식으로 인해 주인공(또는 화자/서술자, 작가)에게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고전 독서를 택한 독자들은 대체로 ‘열린 마음’으로 인물 또는 작자와의 공감대를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28) 인물이나 작가가 처한 당대적 맥락을 이해한 바탕에서 상황이나 주제를 변용하여 이해하기도 한다. 본 수업의 보고서 과제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고전 작품을 특수한 어떤 글이 아닌 하나의 ‘문학작품’이나 ‘인생 또는 사회에 대한 글’로서 받아들이고 자신의 삶과 연계 지어 감상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태도는 작품의 선택 과정부터 작용한다. Ⅱ장에서 살펴보았듯이 자신의 진로나 평소의 관심사가 특정 작품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서적인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번역서 를 훑어보면서 어떤 구절이나 내용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그 작품을 선택한 것이고, 그러한 느낌을 받은 이유는 해당 글이 자신의 삶의 어떤 부분과 관련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우연히 어떤 글을 읽고 깨달음을 얻은 경우도 있지만, 평소 갖고 있던 고민과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대상 텍스트를 선정하고 그것에서 위로를 받거나 자신의 다짐을 재확인하는 방식이 더 일반적이다. 이러한 과정은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며, 이때 선택된 고전 작품은 ‘고전’이라는 중후한 틀을 내려놓고 한 편의 문학작품으로, 하나의 ‘메시지’로서 감상자에게 호소하게 된다. 학생들의 보고서에서 이른바 ‘진정성’이 느껴질 때가 있는데, 작성자의 글솜씨 문제이기도 하지만 보통은 작품 읽기를 통해 자기 삶의 문제를 성찰하고 있는 모습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28) 오늘날 순수한 ‘독서물’로서 고전 작품을 선택하는 독자는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굳이 고전 읽기를 택한 독자들은 대체로 공감적인 태도로 작품을 대하는 경향이 있다. 학점을 채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수강한 학생들도 없지 않지만, 대부분의 교양한문 수강생은 ‘한문’과 ‘고전’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20] 최근, 한 친구의 잘못으로 사이가 틀어지게 되었는데, 친구에게 사과할 기회를 주었으나 도리어 화를 내며 먼저 뒤돌아서고 말았다. 그래도 친구와의 오랜 정을 생각하여 친구의 잘못을 다른 친구들에게 발설하지 않았으나, 그 친구가 다른 친구들에게 나의 잘못으로 틀어졌다며 선동 하고 손가락질을 하였다. 억울함을 해명하고 싶으나 너무 많은 사람들을 붙잡고 설명을 하자니 힘이 빠져서, ‘나를 잘 아는 사람은 나를 믿어주겠지’하며 그만두었다. 이런 내게 가장 와닿았던 문장은 “처음에는 숨어서 소곤소곤 비방터니, 나중에는 시끌벅적 무리 지어서 소란피워. 내 스스 로 살펴보면 깔끔하고 해맑으니, 아무리 죄를 씌운대도 마음 어찌 상하리?”였다. 이 작품이 쓰여 진 배경과 나의 상황은 구체적으로는 다르지만, 같은 문장에 공감하고, 과거의 글에서 위로를 받 았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감동 받은 작품이 되었다. 이 작품을 읽으며 이번 일로 많은 사람들에 게 호감을 받고자 하지 않고,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만을 진실로 아끼고자 했던 내 다짐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작품을 선정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정말로 하늘의 뜻 이 있다면 비록 과제 작성이지만, 나에게 위로를 하기 위하여 이 작품을 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惜志賦 / 2019−2 / 국문1)
 
  [21] 「할계전(瞎雞傳)」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올해 읽은 글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정말 개인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이 글이 나에게 큰 깨달음을 안겨 주어서 감상 부분에 남기고 싶었다. 사실 연세대학교에 들어오고 많이 힘들었다. 지방 출신, 더군다나 시골에서 자란 나는 국 제고, 서울 유명 자사고를 나온 동기들과 어울리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고, 교수님들의 강의는 따 라가기 매우 벅찼다. 이러한 사실들로 속상함은 계속해서 쌓였고, 몇 주 전 집 주소를 적어내라는 데서 폭발하고 말았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나의 배경에 대해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된 나는 다른 사람에게 나의 배경을 밝히는 것이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이러한 부끄러운 감정은 부모님에 대한 원망으로까지 이어졌다. 긴 고민 끝에 가장 친한 친구에게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털어놨고, 그 친구는 나에게 「할계전(瞎雞傳)」의 본문을 보내주었다. (瞎雞傳 / 2020−2 / 상경계열1)
 
 [20]에서 작성자는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분량이 적절하고 그 내용도 흥미로웠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실제 독해를 시작하니 어려운 글자도 많고 문장 구조도 복잡해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번역서와 사전을 이용해 한 문장씩 겨우 해석을 하고 나서 ‘성취감’을 느끼며 전체 글을 처음부터 찬찬히 읽어보니 위와 같은 느낌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처음 작품을 선택할 때에는 대강 번역문을 훑어본 것이었는데, 원문 독해의 과정에서 글의 깊은 의미를 깨닫게 된 것이다. [21]의 경우에는 이전에 읽고서 감동을 받았던 고전 작품을 원문으로 다시 읽어본 사례이다. 친구가 보내준 글이 마침 고전 작품이었던 것인데, ‘고전’이라는 것이 작품의 수용에 전혀 장벽이 되지 않고 있다. 두 사례 모두 번역문이 매개가 되고 있지만, 대학생들이 한문 고전을 통해 일상의 삶에서 위로와 격려를 얻을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편 대학생들의 주된 고민은 진로와 직업 선택에 대한 것이다. 또, 삶의 지향이나 목적에 대한 성찰도 젊은 세대들에게 심각한 문제로 다가올 수 있다. 고전 작품에서 이러한 고민에 대한 조언을 찾거나 지침을 얻고자 하는 경향도 종종 확인된다. 물론 보고서 작성을 위해 어떻게든 작품의 의의를 찾아내 보려고 시도한 것일 수도 있으나, 결과적으로 무언가 성찰할 거리를 발견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22] 지리교사가 되고 싶었는데, 결과적으로는 타 학과에 진학하게 되면서 내 마음에는 큰 갈등 이 생겼다. 꼭 교사가 아니더라도 지리 분야를 평생 업으로 삼고 살고 싶다는 꿈은 여전했지만 당장 지리와 관련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학교에는 지리에 관련된 교과목도 많지 않기에, 그저 되는대로 살다가는 지리와 영영 멀어질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갈수록 커졌다. 그 래서 내린 결론은, '내가 지리를 하고 싶은 이유를 명확히 하자' 였다. 이유가 내 마음속에 제대로 서있다면, 상황상 지리를 당장 공부할 여건은 되지 않더라도 나중에 기회가 생겼을 때 언제든지 다시 지리의 불씨를 피워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약용의 깊은 통찰력의 힘을 빌려 나의 꿈에 힘을 싣고 싶었다. 그래서 지리에 대한 객관적 정보보다도, 지리를 바라보는 정약용의 시선이 가장 잘 드러나는 ‘지리책(地理策) 1−1편’을 해석해보았다. / 고등학교 1학년 시절, 나를 지리에 처음 눈을 뜨게 했던 선생님의 말씀이 있다. (…) 그런데 정약용도 ‘天下之不可 不明者, 亦莫如地理’(천하에 밝히지 않을 수 없는 것도 또한 지리만한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매우 기뻤다. (…) 다음에는 정약용의 역사지리서인��아방강역고(我邦疆域考)��도 읽어보고 싶다. (地理策 / 2021−1 / 경영계열1)
 
  [23] 하지만 매번 느끼는 바이지만, 즐기는 자로 살아가는 것은 정말로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 다. (…) 바둑을 두어 본 사람들은 바둑이 체스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얼마나 많은 수 싸움을 해야 하는지 알 것이다. 그리고 그 수 싸움을 전개함에 있어서도 현재에 있어서 최선을 판단을 함과 동시에 멀리 내다보는 능력도 필요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김한흥은 그 수 싸움을 완전히 통달했기에 큰 집 차이로 이기려 들지 않았을 것이며, 남들이 전전긍긍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시원 스레 해답을 제시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모습은 그가 시 짓기를 포기하면서까지 바둑에 전념을 하고 노력을 부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즐김은 단순하지 않다. 고난과 역 경을 딛고 각성한, 한 수 위에서 여유를 즐기며 내려다보는 즐김이라고 생각한다. / 마지막 학기를 다니면서, 사회의 문턱 앞에 선 나는 계속 고민을 하고 있다. 어느 분야로 갈 것인지 정해진 것은 다행이지만, 그 속에서도 내가 원하는 기업을 찾는 일은 정말로 어렵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다른 많은 잡념들도 나를 뒤흔들고 있다. 결국은 즐기는 자가 되고 싶은데,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 한다. 지금은 즐기는 자로 가기 위한 길에 올라있다고 생각한다. 이 길이 정도인지도 모르겠지만, 꼭 정도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느리게 가더라도 즐기는 자가 되고 싶으며, 내 일에서 만족감을 느끼며, 그리고 내 인생을 달관하며 삶을 여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棋說 / 2021−1 / 경영4)
 
 두 편의 글은 진로와 직업 선택의 고민을 담고 있다. [22]는 1학년생의 글인데 (아마도 현실적인 이유 또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원치 않는 전공을 선택했지만, 나중에 직업을 고를 때에는 반드시 자신의 꿈을 따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학창시절에 깨달음을 주었던 지리관을 고전에서 재확인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23]은 졸업반 학생의 글이다. 대상 작품은 유본예의 「기설」인데, 바둑의 고수로서 그것을 즐길 줄 알았던 김한흥의 삶을 다룬 글이다. 작성자 는 이미 진로를 선택하고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바둑 명인의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자신의 진로 문제와 삶의 목적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는 글의 흐름이 매끄럽다.
 
  [24] 사변의 사전적 의미는 ‘생각으로서 사물의 옳고 그름을 가려낸다’이다. 시비를 분별하는 것은 개인적인 삶에 있어서, 그리고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시비를 분별하여 옳은 소신을 갖고 그것을 견지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최근에 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변록이라는 제목은 나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 다수가 집단을 이루는 크고 작은 사회에 속해있으면서, 그리고 군대라는 처음 겪어보는 사회까지 겪으면서 나는 ‘내가 내린 정의(定 義)가 우리 모두가 옳다고 믿어야 할 정의(正義)는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 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본인의 목소리에 지나치게 힘을 주거나 때로는 폭력적인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혐오했다. 그러면서 나는 내가 믿는 정의를 따르면서 나의 삶을 재단할 뿐 다른 사람들에게 굳이 나의 가치와 신념을 설파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이 생각은 꽤 오래 지속되었다. 그렇지만 사변록을 접하고 과제를 수행하면서 나의 생각은 변화했다. 물론 사변록의 메시지만으로 나의 신념 이 변했다는 진부한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변록이 나에게 소신과 신념이라는 가치에 대해 성찰해볼 기회를 준 것은 틀림없다. 나는 우선 충분히 고민하고 진실되고 순수한 마음으로 나의 신념을 생성할 것이다. 그 후 정반합의 과정을 두려워 하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논증과 여러 사람들과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나의 신념을 갈고 닦을 것이다. 진실된 노력 끝에 나의 신념이 보다 공신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나는 그것을 나의 정의로만 두지는 않을 것이다. 보다 더 좋은 세상을 위해 목소리를 낼 것이다. 수많은 논쟁과 어려움이 함께 하겠지만 세상이 진보하기 위해서는 박세당의 사변록과 같은 소신은 필수불가결 하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더 좋은 세상을 위해, 세상을 한 걸음 더 진보시키기 위해 늘 최선을 다할 것이다. (思辨錄 / 2020−2 / 스포츠응용산업2)
 
  [25] 호민처럼 자신이 바라고 원하고자 하는 바를 실현하는 자세를 취하는 것은 쉽지 않다. 대 부분의 사람들은 세상이 굴러가는 데로 혹은 누군가의 말에 따라 수동적인 자세로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 중에는 나 또한 포함되어 있다. 나는 주체적인 자세로 삶을 살아간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래서, ‘호민론’을 읽으면서 삶에 대해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심각한 고민을 하였 다. (…) 원하는 것도, 바라는 것도 없으며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도 부족한 나는 항민, 원민에 가 까운 삶을 살았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호민이 되어보고자 한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탐구하고 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보내고자 한다. 무의미하게 그저 정해진 틀 안에서 반복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을 이제는 그만두려고 한다. 호민처럼 나 자신이 원하는 바를 틈이 있을 때 실현하는 그러한 삶을 살아갈 것이다. 또한, 세상 을 둘러싸는 다양한 부조리에 대해서도 침묵하며 방관하거나 원망만 하는 것이 아닌 항민처럼 나아가 그러한 부조리를 타파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차근차근 해 나가면 가능할 것이다. 하나뿐인 소중한 삶이기에 항민, 원민이 아닌 호민이 되어보는 것도 굉장히 값진 경험일 것 같다. (豪民論 / 2021−1 / 경영2)
 
 [24]는 박세당 ��思辨錄��의 「大學」 經一章에 대한 부분을 대상으로 한 보고서이다. 작성자의 감상은 대상 텍스트의 내용보다는 노론들과 다른 목소리를 낸 박세당이라는 인물의 성격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보고서 과제의 취지와는 조금 어긋나지만, 고전을 통한 자기 삶의 성찰이라는 측면이 두드러진 글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작성자는 ��사변록��이 자신의 생각을 바꾸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되돌아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고 하였다. 한 권의 책이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책을 읽기 전에 어떠한 생각의 단초가 있었던 것이고, 독서를 통해 그것을 더 예리하게 갈고닦는 것이다. [25]는 허균의 「호민론」에 대한 감상이다. 작성자는 ‘호민’의 개념을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인간으로 해석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수동적 태도를 반성하며 호민과 같은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 고 있다. 두 편의 감상은 고전 독서를 통해 무게 있는 통찰을 얻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시로서 특기할 만하다.
 자신의 삶과 고전 읽기를 연계 지은 이러한 감상은 많은 보고서에서 확인되는 양상이다. 위에 든 사례들과 같이 무거운 고민들뿐 아니라 인간관계나 생활습관 등 일상의 다양한 측면들이 성찰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철의 「계주문」을 읽고 자기통제의 중요성을 절감하거나,29) 「자전」에 나타난 조임도의 모습처럼 남을 의식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다짐하기도 한다.30) ��성호사설��을 통해 이익의 박학다식함을 확인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세상을 보고 견문을 넓혀야겠 다고 생각하고,31) 「의재기」를 통해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소홀하지 않았나 반성하기도 한다.32) 「자지암기」는 ‘나’를 알아야 할 필요성을 상기시킨다.33) 박지원의 글들을 비롯하여 文에 관해 논한 글들을 통해 자신의 글쓰기 태도−대학교 수업에서, 그리고 일상생활과 온라인 매체에서 −를 돌아보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의 접근은 ‘교훈 찾기’라는 전형적인 감상 방식으로 이어진다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독서의 가장 기본적인 효용에 초점을 맞춘 것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작품의 의미에 대해 얼마나 숙고하느냐의 문제이다. 작품을 공들여 읽는 과정에서 그 함의를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고, 이를 통해 작품의 의미를 내 삶의 고민들과 자연스럽게 연결 지을 수 있게 된다. 그 고민들이 굳이 무겁고 심각할 것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작품의 무게 역시 독자에 따라 다른 것이며, 고전 읽기의 효용도 심심풀이에서부터 인생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나타나게 된다. 고전 독서를 자기 삶과 연결 짓는 방식은 능동적 고전 읽기 지도에서 가장 기초적이고 손쉬운 방법으로 채택될 수 있다.
 
29) “나는 정철만큼 술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계주문」을 읽으며 자기통제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 나의 경우에는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대학생이 되자마자 사이버 강의를 수강하는 과정에서 전자기기 사용의 욕구를 절제하지 못해 힘 든 적이 많았다. 노트북으로 강의를 들어야 하는데 단순하고 재미있는 영상들을 보고 싶어 시간을 의미없이 허비해버리 거나 휴대폰을 보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는 등 전자기기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할 일을 해야 할 시간을 보내버린 경험이 있다. 특히나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sns, 유튜브, 인터넷 등 큰 집중력을 요구하지 않고 계속 새로운 자극이 발생하는 얕은 매체들을 습관적으로 보게 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 또한 술주정이 심했던 정철처럼 절제하지 못해 학업에도 지장을 꽤 받았다.” (戒酒文 / 2020−2 / 언더우드학부)
 
30) “조임도의 <자전>을 읽으며 스스로를 향한 믿음을 더욱 굳건히 하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하기 보다는 스스로를 독려하며 나 자신에게 떳떳한 삶을 살아가자는 다짐을 해 볼 수 있었다.” (自傳 / 2019−1 / 교육2)
 
31) “성호의 발자취를 보면 유학의 대가지만 여러 분야에 능통함을 알 수 있다. 나도 내가 목표하는 바를 이루게 된다면 외골수처럼 내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는 것도 좋지만 세상을 다양한 관점에서 보고 견문을 넓히려는 노력이 필요하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星湖僿說 / 2019−2 / 식품영양2)
 
32) “대학에 입학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며 즐거워했는데 2학기 후반이 되어갈수록 가깝고 익숙한 사람들을 점점 찾게 된다. 처음 대학 생활을 시작하는 들뜬 마음이 점차 가라앉으며 편안함을 바라게 되는 것 같다. 기숙사 생활을 하다 주말에 집에 가서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면 밖에서 했던 긴장을 완전히 풀 수 있어 지친 마음을 다시 회복할 수 있다. 예전엔 그것을 당연한 일과라고 생각했는데 가까운 관계의 소중함을 느끼며 편히 대할 수 있는 사람들의 가치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義財記 / 2019−2 / 정치외교1) 
 

3. 현대 사회의 문제와의 접목

 고전, 그중에서도 ‘동양고전’은 현대 사회의 문제를 ‘치유’하는 기능이 있다고 이야기된다. ‘전통 문화’의 현대적 가치에 대한 담론이다. 필자는 이러한 담론은 그 자체로는 공허하고 추상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통적 가치관의 일부−예컨대 충효와 같은−는 자본주의·가부장제와 결합하 여 ‘근대적인’ 방식으로 변형되어 여전히 우리 삶의 질곡으로 남아 있다. 그렇지 않은 가치들−‘안빈 낙도’나 ‘무위자연’과 같은−은 사회 전체의 변혁 없이 그것만을 수용하기에는 불가능하다. 개인이 아무리 무위자연의 태도를 중시하더라도 전세계적인 자본주의 시스템은 대량생산과 판매를 통해 환경과 제3세계에 대한 착취를 지속하고 있다. 그렇다면 고전의 가르침은 전혀 쓸모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고전의 현대적 효용이란 전통적 가치관의 계승34)이라는 측면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각 시대의 모순 앞에서 그것에 책임의식을 가진 개인과 집단이 어떠한 대응을 했는지를 찾을 수 있다는 데서 그 효용을 찾아야 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당시에는 이단적이 라거나 불순하다고 지탄받던 저서들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고전의 반열에 오르기도 한다. 그러한 저술들은 물론 당대에도 완전히 고립되어 존재한 것이 아니었다. ��반계수록��과 ��성호사설��은 남인 학자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읽혔으며, ��목민심서��도 널리 독자를 확보했다. ��열하일기��의 문체가 비난받은 사실은 당대의 독자들 사이에서 그 책이 열광적인 인기를 얻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또, 뛰어난 저술이라고 해서 완전무결한 사상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니므로 그 의의에 대해 일정 부분 평가가 가능하다. 물론 당대부터 높이 평가되고 기득권층에 의해 수용되었던 저술들도 나름대 로의 가치가 있다. 각각의 저술들이 갖는 의미를 시대적 맥락에서 파악하고, 공감하기와 거리두기를 반복하며 그 의미를 곱씹어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독자들은 역사와 문학,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성찰적 사유를 체험하게 된다.35)
 
33) “최근에 여러 면접을 보면서 이 역시 나의 이야기였음을 깨달았다. 나는 남들에게 눈길이 가거나 보여질 경력이나 활동 들을 나열했었다. 하지만 이러한 나열은 진정한 나 자신을 모르기 때문에 일어난 잘못임을 깨달은 것은 면접이 끝나고 다시 한 번 이 글을 읽게 되었을 때였다. 나와 내가 하고자 하는 일과는 무관한 여러 줄의 자기소개서는 나를 소개하고 있지 않았다. 나와 비교하면 태중은 참으로 훌륭한 사람이다. 살면서 가장 큰 아픔은 남에 의해서 얻는 상처라고 하는데 태중은 무심의 경지에 도달한 것처럼 보인다. 자기를 믿고 남에게서 구하지 않는 자이기에 마음에 상처가 날 일이 없고 괴이하지 않으니 말이다.” (自知菴記 / 2020−1 / 응용통계4)
 
34) 이러한 관점에서 감상평을 작성한 사례도 적지 않다. 「貧女養母」를 읽고 효를 실천할 것을 다짐하거나, ��난중일기��에 나타난 이순신의 우국충정(‘애국심’)을 본받겠다고 하는 것 등이 그 예이다. 그러나 전통적 가치의 수용 역시 선택적으로 이루어진다. 다음과 같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나는 동몽선습(童蒙先習)많은 편 중에서「붕우유신(朋友有信)」를 골랐다. 그 원인은 과거의 일부 일리가 당시의 시대와 비교적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과거의 많은 제도와 부합하지만 현재 시대 에 보면 부합하지 않는 수도 많다. 하지만「붕우유신(朋友有信)」 에 담긴 이치와 방법들이 오늘날의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학습의 의의가 있다.” (童蒙先習−朋友有信 / 2021−1 / 심리2) 작성자는 중국인 유학생이다.
 
35) 비판적 성찰과 관련하여 강명관(2004)에서 논한 한문학의 ‘현재화’에 대한 논의를 참고할 만하다. “인문학의 외적 표현 이 어떤 내용과 형식을 가질지라도 자본−테크놀로지에 대한 비판적 성찰 위에서 현재의 인간을 구속하고 있는 모든 것들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고 자유를 모색하는 것이야말로 인문학의 흔들릴 수 없는 성립 요건이다. 즉 해방과 자유의 모색이란 원칙에 근거해, 현재에 대한 비판적 반성과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아울러 짚을 때 인문학은 비로소 ‘현재 화’될 수 있을 것이다. 한문(학) 역시 이런 성찰을 거칠 때 비로소 한문(학)의 현재화를 말할 수 있다.” (16쪽) 한문 고전 에 담긴 전통적 가치는 그 자체로는 무용한 것이다. 고전을 통해 과거의 현실에 대한 지식을 얻고 그러한 현실과 마주하 는 인간의 태도를 발견하는 것,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다양한 사유들을 도출할 수 있을 때 고전 독서는 비로소 현실에서의 ‘효용’을 갖게 된다.
 
 
 본 수업의 수강생들이 이러한 고전 읽기의 효용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한 상태에서 과제를 수행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이 고전 작품에 나온 메시지를 현대사회의 문제와 접목하여 이해하곤 했다. 물론 상투적인 해석들 역시 적지 않게 확인된다. 예를 들어 ��목민심서��를 읽고 오늘날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비판한다거나, 「차마설」을 읽고 현대인의 소유욕이나 물질주의를 비판하는 식이다. 물론 이런 경우라고 해서 작성자가 성의 없이 과제를 수행했다는 뜻은 아니다. 고전을 통해 현재를 읽는 작업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며, 진부하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독서와 성찰, 또 인생의 경험이 축적되면 그만큼 안목이 넓어지고 참신하고 날카로운 비판 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고전 읽기 지도를 통해 학생들이 그 첫걸음을 내디디도록 도울 수 있다.
 고전과 현대사회의 문제를 접목하여 살펴본 사례 몇 가지를 인용한다. 첫 번째는 공정한 교육의 기회와 인재 등용의 문제를 거론한 것이다.
 
  [26] 나는 이덕무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책을 계속해서 읽었다는 것에 큰 감명을 받았다. 또한 가난한 환경과 신분의 제약으로 더 마음껏 책을 읽지 못했을 이덕무가 안타깝기도 했다. 오늘날에 도 이 글은 시사점을 주는 것 같다. 현재는 중학교까지가 의무교육이고, 대학교도 국가장학금으로 가난하고 어려운 형편에도 계속해서 공부를 할 수 있게 보장해주는 제도가 잘 되어 있다. 예나 지금이나 공부는 신분상승의 수단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지금의 교육제도는 부의 불평등을 재생 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부유한 부모를 가진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질 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가 많고, 이로 인해 공부를 더 잘하게 되어 좋은 대학에까지 가게 된다.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은 좋은 직장을 가지는 것으로 이어지고, 부유하게 살게 된다. 이런 식으로 부자들은 교육을 통해 자신의 부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이덕무와 같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공부를 열심 히 해서 성공하는 사람들이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덕무도 정조에 의해 중용이 될 수 있던 것처럼, 국가적인 차원에서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교육의 기회를 얻고, 성공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與李洛瑞書九書 / 2019−1 / 문헌정보4)
 
  [27] 온달전이 집필되었을 때와 오늘날의 가치관은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다른 내용들은 제외 하더라도 김부식의 가치관이 들어갔다고 추측되는 능력중심의 인재 등용에 대한 내용은 오늘날에 도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에도 심심치 않게 뉴스와 기사에서 고위 관직자가 학연, 지연, 뇌물 등의 부정한 방법으로 관직에 올랐다는 내용을 접할 수 있다. 나라의 중요한 직 책을 책임짐에 있어서 능력이 부족한 자가 부정한 방법으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 고 해로운 것인지 김부식은 그의 20여년에 거친 관직생활을 통해 몸소 경험했을 것이고 이를 경 계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온달전을 집필하여 후대에 교훈을 주고자 하였을 것이지만 오늘날에 도 우리 사회는 잘못을 되풀이 하고 있다. 제 아무리 기술과 문명이 발전한다 하여도 능력이 한없 이 부족한 자가 나라의 중요한 직책을 맡아 국정이 운영된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생각한 다. 이러한 점에서 김부식이 전하고자 했던 온달전의 교훈을 통해 능력에 맞게 인재를 등용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溫達傳 / 2020−1 / 전기전자공학4)
 
 위 두 글은 교육의 불평등과 부정한 관직 임명을 문제 삼고 있다. 즉, 과거의 사회문제가 오늘날에 도 여전하다는 관점이다. “무한경쟁사회에서 수 번의 시험으로 자신의 가치를 평가 받는 청년들, 하지만 누군가는 떨어져야 하는 현실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혜환의 전(傳)들은 각박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이야기와도 어느 정도 연결된다고 생각한다.”(華隱韓君小傳 / 2019−2 / 국문4)고 한 감상평도 이러한 생각을 담고 있다. 아래는 박제가의 「應旨進北學議疏」에 나타난 유자 비판을 현대로 옮긴 것이다. 직업이나 진로에 관하여 사회제도뿐 아니라 구성원들의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는 점에서 ��北學議��의 문제의 식과 통한다.
 
  [28] 이 상소문이 작성된 18세기 말에는 선비가 너무 많아서 문제였다면, 현재에는 안정적인 직장, 취업 잘 되는 학과만 너무 인기가 많아서 문제다. 각 학과의 최우수 학생들이 로스쿨, 공기 업을 지망하고, 서울과학고등학교의 전교 1등은 의대에 진학하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이 뚜렷하지 않다 싶으면, 평소에 공부를 별로 안 하던 사람이라도 일단 9급 공무원을 준비하고 본다. 선비가 과거 시험에 응시해서 벼슬을 하려는 것과 공시생이 공시에 응시해서 공무원이 되려 는 것이 차이가 있을까? 어쩌면 아직 우리는 큰 틀에서 18세기를 벗어나지 못 했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상소문에서는 선비들이 농사를 지으려고 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 농사 짓는 이들을 천대하 며 이들을 부리는 것에는 아주 능하다고 했다. 이 또한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얼마 전에 아파 트 경비원이 주민에게 폭행 당하여 숨진 사건이 있었다. 건축 노동자, 환경 미화원, 건물 경비원 등은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존재이지만 얼마나 무시를 당하고 있는가? 하지 않는 것이야 자기 마음이지만, 자기가 하지 않는 일을 쉽게 여기고, 만만해 보이는 일을 가볍게 여기는 것 또한 18 세기에서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應旨進北學議疏 / 2020−1 / 심리4)
 
 고전 감상을 매개로 오늘날의 온라인 환경과 미디어에 대한 논의를 펼친 글도 주목할 만하다.
 
  [29] 다행히 ‘강혼’과 같은 존재가 지금도 있다. 그것은 바로 미디어이다. 미디어는 심지어 강혼 이 도움을 주었던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시사·뉴스 프로그램 등은 사회 의 불공정을 고발하고 억울한 사람들과 사회적 약자들의 입장을 대변함으로써 교정적 정의를 실 현한다. 미디어 덕분에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적은 비용으로 ‘박눌’처럼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갈고닦을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 강의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더이상 비싼 돈을 내며 학원에 다니 지 않고도 유명 강사의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되었으며, 심지어 동영상 플랫폼에서 무료로 강의를 들으면서 기술이나 실력을 연마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SNS, 동영상 플랫폼, 블로그 등 뉴미디어 가 등장함에 따라 ‘강혼’과 같은 존재의 도움 없이도 사람들은 ‘유명 크리에이터’가 되는 등 자신 의 끼와 재능을 쉽게 세상에 알릴 수 있게 되었다. / 이처럼 미디어는 사람들에게 큰 기회를 가져 다주고 있다. 하지만 미디어가 가져다주는 기회만큼이나 부작용 역시 함께 발달하고 있다. ‘가짜 뉴스’의 형태로 특정 사안에 관한 허위 사실이 유통되고 있으며, 소위 ‘어뷰징’이나 ‘뒷광고’를 통해 불법적으로 특정인이 이익을 취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미디어 문해력(media literacy)을 확 충하여 이러한 부작용을 최대한 막고 미디어의 순기능만을 최대한 발전시키는 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題士浩跋朴訥書後 / 2021−1 / 인문1)
 
  [30] 퇴계의 태도를 보고 현대 사회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강론의 현장을 찾아볼 수는 없지 만, 여러 사람의 의견이 섞인 곳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바로 인터넷이다. 온갖 의견이 난무하고, 서로 다툼하기 좋아하고, 심지어는 본인의 의견과 다르면 배척하고, 성찰 없이 남의 의견을 따른 다. 다른 이의 의견을 들으면 그 의견에 대해서 성찰하고, 본인의 견해를 언급할 때에는 자신의 의견에 대해 성찰하고, 의견이 섞이지 않도록 하는 퇴계의 태도에 대해서, 현대인들이 배울 만한 점이 많다고 여겨진다. (退溪先生言行錄 / 2020−1 / 교육2)
 
 김일손의 「題士浩跋朴訥書後」는 교정청의 사자관 朴耕의 아들 朴訥의 글씨에 대해 姜渾이 글을 써서 표창한 일을 기린 작품이다. 작성자는 이러한 강혼의 행위를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재능 있는 사람들을 널리 알리는 ‘미디어’의 역할에 빗대고 있다. 이어서 미디어의 역기능에도 주의할 것을 덧붙이며 순기능을 충분히 발전시켜야 함을 당부했다. 상당히 참신한 발상으로, 序跋 쓰기의 현대적 의미로 확장할 수 있다. [30]은 김성일이 쓴 「퇴계선생언행록」에 대한 감상이다. 퇴계의 강론 태도에 대해 단순히 본받고 싶다는 감상으로 끝내지 않고 온라인 환경에서의 대화 자세에 대한 성찰로 확대하였다. 박지원의 「녹천관집서」를 읽고 “과거와 다르게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서 새로운 창작물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새로운 창작물들이 나올 때마다 문제가 되는 것이 저작권 문제이다. 사람들은 저작권을 피하여 자신만의 창작을 해나가고 싶어 하지만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옛것을 참고하되 그것을 모방하려 하지 말라는 박지원의 말은 오늘날에도 꽤 큰 의미가 있다.”(綠天館集序 / 2020−2 / 의류환경3)고 한 감상은 박지원의 창작관을 온라인 환경에서의 글쓰기에 적용한 사례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고전을 읽는 새로운 관점이라고 할 만하다.
 이외에도 여러 보고서들이 고전을 통해 현대 사회의 문제들을 되돌아보고 있다. ��목민심서��를 비롯하여 經世와 관련된 글들은 대체로 민주주의와 법치국가의 운영원리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 다.36) 박지원, 홍대용, 박제가 등 북학파 학자들의 글은 사회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비판적 지식인의 역할과 연결된다. 또, 병자·정묘호란의 상황은 오늘날 한국이 처한 국제 정세에 적용된다.37) 「孔方傳」의 메시지는 인간이 자신이 만들어낸 ‘돈’에 의해 소외되고 있는 현상과 접목된다.(孔方傳 / 2019−2 / 심리3) 또, 「상기」에 나타난 “낯선 것에 대한 유연한 사고”는 인종차 별과 혐오범죄 등이 만연한 오늘날에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고 하였다.(象記 / 2020−1 / 사학4) 범죄자 처벌에 대한 ��연산군일기��의 기사에 대해 현대의 입법 과정에도 참조할 만하다고 평하기도 한다.(燕山君日記 / 2019−2 / 행정1) 비판적인 접근은 아니지만, ��擇里志��를 오늘날의 국내 여행과 관련지어 논한 글38)도 재미있다.
 
36) “이는 법치국가인 현대 대한민국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이치에 맞지 않는 법이 매우 많은 것은 물론이고, 법률은 이치에 맞지도 않고 시대에 뒤떨어져 매우 허술하지만 법률의 시행령, 대통령령 등 각종 행정명령으로 기워 붙인 듯한 식으로 짜 맞추어진 법률도 산재하고 있다. 행정명령으로 법률의 구체적 집행 방법을 두어 법률을 보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만 행정명령의 근거가 되는 법률부터 잘못되었는데 법률을 개정하는 방법을 쓰지 않고 부속 명령, 조례만 바꾸거나 신설 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가 없다. 이것은 ‘국법이 아니라 벼슬아치의 생각에서 비롯된’ 상황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牧民心書−奉公−守法 / 2020−1 / 국문4)
 
37) “실록에 드러난 김상헌과 최명길의 신념은 병자호란과 같은 전쟁의 참상을 직접적으로 겪고 있지는 않지만, 강대국 간의 대립으로 형성되고 있는 이른바 ‘신냉전’의 구도 속,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고민의 여지를 남긴다. 물론 현재의 국제 정세를 과거와 같은 실리와 명분의 이분법적인 논리로 들여다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병자호란 속에서 김상헌과 최명길이 그랬듯, 확고한 신념을 갖고 국가의 안녕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모습은, 현대의 우리에게도 충분한 귀감이 된다.” (仁祖實錄 / 2020−2 / 사학3)
 
38) “〈산수〉를 중심으로 ��택리지��를 현대적 관점에서 좀 더 재조명해 보자면, 국내 여행과 관련지어 고찰해 볼 수 있다. 이중환의 ��택리지��가 널리 읽히던 시절에도 관동 지역에 대한 유람이 명성을 얻고 있었다고 한다.(김세호, 「關東八景의 選定에 나타난 ��擇里志��의 名勝觀」, ��고전번역연구�� 제11호, 한국고전번역학회, 2020, 192쪽) 현재의 국내 여행의 역시 강원도 동해안 지역이 대표적인 국내 여행지로 선정되고 있는데, 강원도 동해안 지역의 자연 경관이 예나 지금이나 사람 들에게 정서적, 심미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과거와 다른 점은 현재에는 강원도 동해안 지역과 더불어 제주도가 대표적인 국내 여행지가 되었는데, 과거의 제주도가 유배지였던 점을 상기한다면 교통의 발전이 국내 여행지의 변화에 큰 영향을 주었음을 알 수 있다.” (擇里志−卜居總論−山水 / 2021−1 / 경영1) 
 
 이상과 같은 감상 방식은 고전의 ‘효용’에 대한 사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독서는 기본적으로 ‘즐거움’을 위한 것이며 그 자체가 ‘심미적 체험’이다. 그러나 독서의 과정은 때론 평탄하지 않다. 의미 파악과 작품 해석을 위해 (두뇌의) 노동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과정 자체를 고차원의 유희로서 즐기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일반적인 독자들은 이러한 ‘노동’에 대한 분명한 ‘결실’이 있을 때 만족감을 느끼고 독서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 그러한 결실은 ‘지식’이나 ‘인식’의 차원에서 논할 수 있다.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을 획득하거나 깨달음을 통해 인식의 전환을 이루었을 때 그 독서가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현대의 독자가 한문 고전의 독서를 ‘즐거운 행위’−종합 적인 의미에서−로 여기게 된다면 가장 좋다. 그러나 아직은 다소간의 장벽이 있고, 그렇다면 고전 독서의 특별한 ‘효용’을 강조하는 방식이 활용될 수 있다. 고전 독서를 통해 현대 사회에 대해 비판적 안목을 기를 수 있게 된다는 것, 그리고 과거의 기록을 통해 ‘생동하는 당대의 현실’과 그것에 대한 과거 인물의 다양한 대응방식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은 고전 읽기의 효용으로 십분 강조될 필요가 있다.39) 본 장에서 살펴본 사례들은 학생들 스스로 그러한 효용을 탐색해 나간 과정으로 여길 수 있다.40) 그렇다면 틀에 박힌 해석이 아닌, 깊이 있고 예리한 시각을 확보하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교수자의 역할이라고 할 것이다.
 
39) 학생들 스스로도 고전 독서가 이러한 효용이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서를 읽어야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시대가 아무리 지나도 결국 사람과 사람의 관계, 나라를 운영하면서 나오는 문제점 들은 시대를 달리할 수는 있지만, 그 속에 든 본질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정약용이 목민심서를 썼을 당시 그 당시 사회는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지배층들이 옳게 행동하지 못하며 백성들이 핍박받는 사회였다. 오늘날에는 신분제가 존재해 직접 적인 통치자와 피통치자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오늘날에도 국정은 운영되어야 하며 일정한 단체나 집단에서 이를 책임지고 이끌어나가야 하는 리더라는 사람이 필요하다. 따라서 오늘날 목민심서의 칙궁은 단순하게 조선시대의 관리가 가져야 할 마음이 아닌, 오늘날에 내가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로써, 그리고 언급했던 것처럼 책임을 가진 리더 로서 살아야 하는지로 의미를 확장해서 읽어야 할 것이다.” (牧民心書−律己−飭躬 / 2020−1 / 나노과학공학1); “과거 에 써진 책들이 오늘날에도 읽히고 있다. 당시의 진리가 오늘날에도 통하는 부분이 있거나 당시의 상황과 오늘날의 상황 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몇 백 년 동안 잘못된 부분을 지적받아 왔으면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이와 같은 책들은 우리나라의 미래와 항상 함께할 것이다.” (閔翁傳 / 2019−2 / 물리4)
 
40) 다음 보고서에서 이러한 ‘탐색’과 ‘깨달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산 인생이 길지 않지만 대학을 입학해서 느낀 건, 8세부터 19세까지 배우고 외웠던 내용이 인생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많은 지식은 대학을 입학함과 동시에 잊히고 불필요한 지식으로 전락한다. 시련이 닥쳤을 때, 갈등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사람 이외의 생물은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어디에서도 가르치지 않는다. 1500년대에 지어진 격몽요결이 라는 책에서 그 답을 알려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문화재일 뿐, 어디에서도 그 내용을 가르치지 않았다. 나라의 보물을 활용하여, 학문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격몽요결의 가르침을 전달하여야 한다. 배움에 앞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 가는지, 공부를 왜 하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격몽요결을 선택한 것에 특별한 이유가 없었는데 과제를 수행하면서 그 이유를 발견했다. 그 이유는, 격몽요결에서 말하는 학문은 지식을 배움을 위함이 아니라 인생을 배우기 위함이기 때문 이다. 앞으로 공부할 때에, 이 공부가 나를 바로 세우고 사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공부를 해야겠다.” (擊蒙 要訣序 / 2019−2 / 인문1) 
 

4. 한문 문장의 미감과 번역의 문제

 본 과제의 가장 핵심적이면서 어려운 과업은 선택한 작품의 원문을 직접 독해하는 부분이다. 실력이 된다면 사전이나 검색DB를 활용해 원문을 직접 번역한 다음 기존 번역을 찾아서 대조한 후에 최종 번역문을 작성한다. 이 방법이 어렵다면, 번역문을 펼쳐 놓고 원문과 대조하면서 해당 부분이 ‘왜 그렇게 번역되는지’를 이해하면서 읽어가면 된다. 그리고 이 과정을 보고서로 작성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후자의 방식으로 원문 독해를 수행한다. 보고서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①대상 작품의 원문을 찾아서 입력한다. 온라인상의 원문을 사용할 경우 공신력 있는 DB를 활용하 거나, 자료집 등에 나와 있는 원문과 대조하여 오자가 없는지 확인한다. 번역문에 맞춰 표점을 넣는데, 표점이 있는 원문을 사용했을 경우 작성자의 최종 번역문에 맞춰 표점을 수정한다. ②사전 에서 글자를 찾아서 뜻을 적는데, 그 글자의 대표 뜻과 함께 본문에 사용된 의미를 밝혀야 한다. 먼저 여러 가지 뜻을 찾고, 최종 번역을 마친 후에 해당 의미를 표시하면 된다. ③단어와 구절의 의미를 찾아 쓰고, ④각 구절 및 문장의 구조나 문법 사항을 해설한다. 즉, 해당 문장이 그런 식으로 번역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⑤선택한 부분의 번역문을 작성한다. 기존 번역을 참조하되, 본인의 문장으로 새롭게 작성해야 한다. 되도록 직역을 하되 한국어 문법으로 어색한 부분은 의역을 하여 읽는 데 껄끄럽지 않게 한다. 원문의 출처와 참고한 번역서를 각주로 표시한다.
 이러한 독해 과정의 결과 일부 학생들은 번역문이 아닌 ‘원문’을 읽음으로써 느낄 수 있었던 문체상의 특징이나 글의 미감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아래 두 작성자는 한문 문장의 어세와 문체를 통해 작품의 내용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전문적인 분석은 아니지만, 자신들이 배운 한문 지식의 범위 내에서 원문의 표현상 특징을 포착하여 감상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31]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종대왕은 신하들의 비판적인 상소에 줏대를 잃어버리지 않고 백성들 이 글을 몰라 생기는 불편과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한글 창제를 강한 신념으로 밀어붙인다. 개인 적으로 의문형 종결사 乎의 숱한 사용에서 세종대왕의 강한 신념이 느껴졌다. 서술형 종결사를 사용해도 될 부분이지만 의문형 종결사를 통해 보다 상소에 대한 불쾌감과 반대되는 생각을 강조 한 것이라 느껴졌다. 현재에도 쓰이는 강조하는 수단 중 하나이지만 이 당시에도 그랬지 않을까? 살펴보니 다른 부분에 비해 본문 부분에서 乎의 사용이 빈번했다. 또한 국사편찬위원회의 조선왕 조실록 번역에는 ‘如其便民也, 則今之諺文, 亦不爲便民乎?’를 “만일 그것이 백성을 편리하게 한 것이라면 이제의 언문은 백성을 편리하게 하려 한 것이다.”라고 평서형으로 의역하였다. 이처럼 일부 乎가 ~이다 식의 서술형 종결사로 의역된 경우가 있었기에 직접 번역하지 않았더라면 세종 실록에 기록된 세종대왕의 강한 어조를 생생하게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본문 내용 뒤로도 세종대 왕의 발언에는 수위 높은 단어와 강한 어조가 이어진다. (世宗實錄 / 2020−2 / 신소재공학3)
 
  [32] 우선 이 글을 형식 면에서 봤을 때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최립은 의고문체(擬古文體)에 뛰어나 평범한 산문을 멀리했고, 선진문(先秦文)을 모방하여 억지로 꾸미려는 경향이 있었다는 평 가가 있다. 당대 문단의 유행인 당송고문과 달리, 의고문은 ��서경��의 문장체와 같이 어조사가 생 략된 생경한 문체를 이상으로 삼았기 때문에, 독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이다.(한국민족문화 대백과 ‘의고문’ 참조) 확실히 직접 해석해 보았을 때 문장 구조가 꽤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었고, 생략된 부분도 있었기에 토를 다는 데 특히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러나 이런 문체 덕분인지 표현이 더 강렬하게 다가왔고, 능동적으로 글에 빠져 들어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權習齋詩集序 / 2019−2 / 인문1)
 
 원문 독해를 통해 한문에 대한 선입견을 불식하게 된 경우도 있다. 아래는 「이생규장전」에 대한 감상의 일부이다.
 
  [33] 소설에서 쓰인 한문 표현도 딱딱하거나 무미건조하지 않고 인물들의 달콤한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어서 놀라웠다. 평소에 한문으로 쓰인 글은 모두 학술지의 느낌이 날 정도로 경직되어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한글로 쓰인 연애소설과 다를 바 없이 그 감정이 잘 전달되어서 흥미로웠 다. 특히 시구를 지어 서로 답하는 장면이, 작문 능력을 높게 사는 당대의 인식을 반영하기도 하 였지만, 그 자체로서 낭만적으로 보여서 좋았다. 현대 사회에서 대화할 때 시를 지어 주고받는다 면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고 이상하게 느껴지겠지만, 조선의 남녀가 서로에 대한 호감을 이렇게 표현하는 모습을 보니 재미있고 아름다웠다. (李生窺墻傳 / 2020−2 / 국문4)
 
 작성자는 국문과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한문에 대한 거리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과제를 통해 본래의 ‘한문 표현’이 남녀 간의 감정을 실감 나게 표현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원문 독해의 경험을 통해 ‘한문으로 쓰인 글’ 자체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현대의 독자가 한문 문장의 미감을 직접적으로 느끼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다. 그러나 번역문을 통해 원문의 의미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한문 문장 특유의 표현방식을 확인하는 것은 가능하다. 한 작성자는 「격황소서」에 대한 감상에서, “(*중·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것 역시 사실관계의 나열을 통한 암기가 주된 부분을 차지했고, 시험에 나오지 않거나 나오더라도 쉽게 맞출 수 있는 문제들에 해당하는 내용은 빠르게 읽어보고 넘어가기 일쑤였다. 최치원의 ‘토황소격문’이 대표적이었다.”고 하며 이번 보고서 작성을 통해 “최치원의 문장력이 얼마나 유려한지”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격황소서 / 2020−2 / 경영1) 번역문과 대조해 가며 읽은 후의 감상이지만, 글이 주는 메시지뿐 아니라 ‘문장’에도 비중을 둔 감상이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원문과 번역문을 대조해 가며 읽는 방법은 한문 원문과 번역문의 관계에 대한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원문에 대한 이해는 기존의 번역을 매개로 이루어지는데, 이때 번역문이 정확하지 않다면 원문에 대한 투명한 이해가 불가능하다. 아래 감상은 이 점을 지적한 사례이다.
 
  [34] ��조선왕조실록��을 번역해 보는 것은 한국사를 전공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 봤을법한 일일 것이다. 나 역시 이 과제를 보았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이 ��조선왕조실록��이었 고, 상당히 전형적인 소재일 것이라고 생각은 되었지만 그래도 ��조선왕조실록��을 번역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 / 그러나 직접 원문을 번역해 보면서 느낀 것은 처음에 기대했던 긍정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었다. 번역을 시작할 때는 ��조선왕조실록��을 이제는 직접 번역해 본다는 생 각에 설레기도 했었고, 처음에 이이의 졸기를 찾아내면서는 실록의 방대함에 놀라며 새삼 우리나 라가 자랑스럽기도 했었다. 그러나 계속 번역을 하다 보니 운치는 있으나 해석하기는 어려운 예스 러운 표현이 발목을 잡았다. 한자의 뜻을 찾아내는 것만으로는 해석이 어려워 국역을 참고해 봐도 국역본과 뜻을 연결하기 어려울 정도로 의역한 부분이 많았다. 게다가 국역에 많은 의역이 들어갔 음에도 굳이 사용된 많은 한자어와 부자연스러운 표현들을 보며 실망스럽기도 했다. ��조선왕조실 록��을 인용하거나 정확한 정보를 찾아보기 위해 국역을 열람했던 적은 몇 번 있지만, 직접 해석을 해 보면서 그것을 비교해 보니 전에는 보이지 않던 아쉬운 점이 많이 눈에 띄었다. 동시에 왜 한 문이 한국사를 공부하는데 기초가 되는지, 왜 대부분 번역이 있음에도 자신의 힘으로 해석할 줄 알아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절실히 체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宣祖修正實錄 / 2019−1 / 사학2)
 
 실록의 초기 번역의 문제점은 학계에서도 이미 지적된 사항이며, 현재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부분이다.41) 그러나 [34]의 비평이 중요한 까닭은 평소 번역된 사료를 보면서 느끼지 못했던 점을 원문 독해의 과정에서 발견하고 이를 계기로 원전 검토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한문을 모르는 독자들도 사료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정확한 번역을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 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전공생들은 위 감상의 결론과 같이 어느 정도의 독해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으며, 그 필요성은 실제로 원문 읽기를 시도함으로써 체감할 수 있는 것이다.
 
41) 관련 논의는 이기찬(2014) 참조.
  
  [35] 현재 <승정원일기>는 그 방대한 양과 어려운 내용 때문에 전체 중에서 대략 20%만 완벽 히 해석된 상태라고 한다. 오랜 시간 동안 번역 작업이 이루어졌으나 아직까지도 해석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던 <승정원일기> 번역 사업에 이제 AI가 도입된다고 한다. 연구 진행 속도가 가 속되어 본인이 생을 마감하기 전에 <승정원일기 전권 번역서>를 시중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왔으 면 좋겠다. (承政院日記 / 2019−2 / 사학1)
 
 [35]는 승정원일기의 완역을 기대한다는 내용이다. “같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임과 동시에 그 양은 조선왕조실록보다 훨씬 많고, 정확성은 훨씬 높은 승정원일기”의 사료적 가치에 주목한 것이다. 개인의 한문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방대한 사료를 원문으로 모두 읽고 필요한 부분을 찾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이처럼 원문 독해의 과정을 통해 반대로 (정확한) 번역의 필요성을 느낄 수도 있다.
 보고서에서 한문 문장의 미감을 중점적으로 서술하거나 원문과 관련하여 번역의 문제를 논한 사례는 흔하지 않다. 한문의 문장 표현에 주목할 정도로 ‘여유 있는’ 학생들이 많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이 “원문으로 직접 읽어보니 ~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는 식의 감상을 작성 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성취감과 보람을 느꼈다고 말하고 있다. 처음에는 막막했는데 사전과 번역 문의 도움을 받아 한 문장 한 문장씩 읽어가며 ‘신기하게도’ 원문이 이해되었으며, 번역문만 읽었 을 때보다 작가와 작품에 훨씬 더 친밀감을 느끼게 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학생들에게 원문 독해는 수업에서 배운 한문 지식을 ‘적용’해 보는 첫 번째 기회이며, ‘도구’로서 익힌 한문 문법 지식이 어떠한 ‘쓸모’가 있는지를 증명하는 과정이다. 이때의 ‘쓸모’는 일상생활에서의 쓸모라기 보다는 지적이고 정신적인 차원의 쓸모로서, ‘교양’의 증진, 또는 교양을 쌓아갈 수 있는 능력의 확보이다.42)
 
42) 김종철(2017)은 한문 교과의 독자적 설치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내재적 근거’를 분명히 세울 것이 요구된다고 하였다. “원문 읽기가 번역문 읽기보다 질적으로 나은 지적 즐거움을 준다면, 그 즐거움은 번역문이 전달하는 내용의 이해보다는 원문의 읽기와 해석 과정 자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한문 문장의 구조, 텍스트의 짜임새, 개별 문인의 개성적 글쓰기 방식과 표현 전략 등이 모두 사유 구조와 연결되며, 그 사유 구조를 추적하면서 글을 정밀하게 읽고, 그 의미를 해독하고 평가하는 사고 활동이 학습자의 사고 능력과 언어 능력을 함께 기르며, 이것이 다른 교과와 변별되는 한문 교과의 독자성을 보여주는 것이 될 수 있다.”(48~49쪽) “(…) 한문 교과는 학습자에게 ‘설명’이 아니라 한문으로 된 原 텍스트를 직접 해독하는 ‘체험’을 제공한다. 이 체험을 통해 학습자는 지적 고양의 상태를 경험하게 되고, 이것은 한문 교과만이 갖는 내재적 근거라 할 수 있다.”(52쪽) 이 논의는 중등학교(중·고등학교) 한문 교과를 대상으로 한 것이 지만, 대학의 한문 교육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로 말할 수 있다. 많은 대학에서 ‘생활한문’이나 ‘실용한문’이라는 제목으로 교양한문 수업을 개설하고 있다. 그러나 한문 교육의 정체성은 ‘실용성’보다는 “超실용의 교양 형성”(55쪽)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물론 번역문을 매개로 한 감상만으로도 일정 정도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기실 인문고전의 대중화라는 더 큰 목적을 두고 말하자면, 한문 고전은 제대로 된 번역을 통해 독자에게 다가가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보고서가 원문 독해를 중심 과업으로 설정한 이유는 원문 독해의 과정이 고전 독서의 ‘질적인’ 수준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번역문에 의존하여 작품의 내용을 대략 파악한다. 다음으로 번역문을 매개로 하여 원문으로 나아가는 단계를 거치며 작품에 한결 더 가까이 다가간 느낌을 받는다. 원문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끙끙대는’ 과정은 문장 하나하나의 의미를 깊이 새겨보게 만든다. 이러한 과정은 번역문만을 읽을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작품에 접근할 수 있게 한다. 짧은 부분이나마 스스로 작품을 읽어가면서 원전과의 거리감을 좁혀가는 것이다. 이렇게 읽은 글은 ‘남의 것’이 아니라 온전히 ‘내 것’이 된다. 요컨대 원문 독해는 학생들이 고전의 내용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도록 돕는 咀嚼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곧 ‘양적’ 측면의 확대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학생들은 이후에 원문을 읽든 번역서를 읽든 고전 독서를 다시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Ⅳ. 맺음말

 본고는 필자가 담당하고 있는 연세대학교 한문⑵ 수업의 보고서 과제 분석을 통해 능동적인 고전 읽기 지도 사례를 검토한 글이다. 검토 대상 보고서는 338건이며, 이 가운데 66건 보고서(인용 건수는 72건)의 일부를 발췌하여 주요 사례로 제시하였다.
 Ⅱ장에서는 보고서의 대상 작품 선택 현황을 목록으로 제시하고, 학생들이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을 분석하였다. 첫째, 학생들은 주로 중·고등학교 때 배운 익숙한 작품들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참고도서 등의 가이드 라인이 있을 경우 새로운 작품을 탐색하기도 했다. 둘째, 전공이나 진로와 관련된 작품을 선택하는 학생들도 있다. 셋째, 박지원이나 정약용 등 대중적으로 알려진 작가들이나 지역사회의 문화체험 등을 통해 친숙한 고전 작가의 작품을 찾아보기도 했다. 넷째, 역사 관련 이슈에 관한 문헌, 또는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알려진 역사 인물에 대한 기록을 찾아보는 경향도 있다. 대상 작품의 선택 과정은 그 자체가 능동적 고전 읽기의 첫 단계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학생들 스스로 작품을 선택하게 하되, 교수자가 참고문헌이나 작품 목록의 제공 등을 통해 학생들의 작품 선택에 길잡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Ⅲ장에서는 비평과 감상 부분의 내용을 네 개 측면에서 검토하였다. 첫 번째는 작품 및 관련 주제에 대한 재해석이다. 학생들은 작품을 직접 읽고 그 작품이나 작가에 관한 기존의 생각을 교정하기도 하고, 작품 내용에 비판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또, 원문 독해를 통해 관련 주제에 관한 기존의 인식을 변화시키도 한다. 한편 고전에 담긴 전통적 가치의 효용에 대해 성찰한 글도 있는데, 고전이 주는 교훈에 초점을 맞춘 일반적인 감상과는 차별점이 있다고 하겠다. 두 번째는 작성자의 삶과 연계 지은 감상 방식이다. 많은 학생들이 고전을 한 편의 ‘문학작품’ 또는 ‘인생과 사회에 대한 글’로 받아들이고 그 글이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이야기했다. 학생들은 고전 작품을 통해 위로와 격려를 얻기도 하고 삶의 지향이나 목적에 대해 성찰하는 기회를 갖기도 하는 등 일상의 다양한 측면에서 작품의 의미를 발견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교훈 찾기’라는 전형적인 감상으로 이어진다는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가장 기초적인 독서의 효용으로서 권장될 수 있다.
 세 번째는 고전 작품의 내용을 현대 사회의 문제와 접목하여 논하는 방식이다. 고전의 효용은 전통적 가치관의 계승에 있다기보다는 각 시대의 모순에 대응하여 개인과 집단이 어떠한 태도를 취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는 데에 있다. 학생들이 고전을 통해 현대를 논하는 것은 그러한 효용의 탐색 과정이다. 교수자들은 학생들이 보다 예리하고 깊이 있는 시각으로 성찰적 사유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네 번째는 한문 문장의 미감과 번역 문제에 초점을 맞춘 감상이다. 이와 관련된 논의를 펼친 학생들은 많지 않은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한문 독해를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물론 번역문만으로도 고전 독서가 주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과제가 원문 독해를 포함하고 있는 이유는 학생들이 번역문을 매개로 원문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작품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원문을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한 문장 한 문장 새겨가며 글을 읽게 되며, 이로써 고전의 내용을 온전히 ‘내 것’으로 소화할 수 있게 된다.
 본 수업의 과제에 ‘능동적인’이라는 표현을 붙인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학생들로 하여금 직접 대상 작품을 선택하도록 한다는 뜻이고, 둘째는 수업시간에 배운 한문 지식으로 원문을 스스로 독해해 본다는 의미에서다. 교수자에 따라서는 강독 수업 자체를 상호적인 방식으로 진행하 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본 수업은 주로 필자의 강의로 수업이 진행되므로 보고서 과제를 통해 그것을 보완한다는 취지가 있다. 6학기 동안 운영한 결과 보고서 과제의 성취도는 기대 이상이었으며, 수강생들의 만족도 역시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문제점이 없지는 않았는데, 가장 큰 것은 과제물에 대한 피드백을 충분히 제공하기 어려웠다는 점이었다. 처음 세 학기 동안은 1차 보고서를 제출하고 피드백을 받아 최종본을 제출하게 하였다.43) 그러나 네 학기째부터는 수강생 수가 두 배 이상이 되고 비대면 수업 진행으로 인해 매주 검토할 과제물의 양이 몇 배로 증가하여 개별 피드백이 어려워졌다. 대신 최종본 제출 전에 학생들 스스로 질문사항을 제출하고 답변을 받도록 하였는데, 많은 학생들이 제출 마감에 쫓겨 미리 질문을 정리하지 못했다. 이 점은 수업 운영상의 문제로 향후 개선방도를 찾아야 할 부분이다.44)
 
43) 피드백은 크게 세 측면에서 이루어졌다. 1) 학술 보고서의 요건 및 인용의 정확성. 신뢰할 수 있는 원문과 번역문을 활용 하였는지의 여부 검토. 특히 참고문헌의 내용을 인용할 때 자신의 글로 다시 작성하고 출처 표기를 정확히 할 것을 강조 함. 2) 원문 독해의 충실성과 정확성. 원문의 표점, 어휘의 의미, 문법 사항의 설명, 번역문 작성에 나타난 오류를 지적하 고 보충 설명 제공. 어휘 및 문법 설명이 소략할 경우 보완을 요구함. 기존 번역을 참조하여 스스로 다시 번역해 보았는 지를 확인. 기존 번역을 그대로 가져왔을 경우 재작성을 요구함. 3) 비평 및 감상 내용의 적절성. 비평과 감상은 자유롭게 작성하는 것이므로 서술방식이나 감상의 내용을 문제 삼지는 않음. 다만 부정확한 해석이나 근거에 추정한 감상, 비논리 적인 해석이 있을 경우 해당 부분을 재검토할 것을 요구함. 참고문헌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자신의 의견이 적을 경우 보완 작성 요구.
 
44) 수업 조교나 튜터가 배정된다면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다. 각 학교 교양한문 수업의 여건에 따라 적정한 횟수의 개별 지도 시간을 마련하면 될 것이다. 
 
 한편 본고의 사례를 전체 학생들의 성향으로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본인이 맡은 한문⑵ 수업은 대체로 인문·사회계열과 상경·경영계열 학생들이 주로 수강한다. 반면 이학·생활과학·공학계열 등 이공계 학생들은 많지 않은 편이다. 그 수가 적을뿐더러 이공계로서 한문⑵를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이 학생들이 특별히 고전과 역사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보여준다. 즉, 본 과목의 수강을 선택한 학생들은 대체로 한문 공부에 열의를 가지고 있으며, 다소 어려운 과업이 주어져도 흥미를 갖고 도전하는 편이다. 또, 한문⑵는 중급 수준의 어학 수업으로 분류되므 로 수강생들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수업에 임한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여타의 교양한문 수업에서는 본 수업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 일례로 기초한문 수업에서는 번역문으로 작품을 읽고 감상을 써오는 과제마저도 학생들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따라서 수업의 단계나 수강생들의 전공과 태도 등을 고려하여 과제 설계의 세부안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교양한문 수업에서의 고전 읽기 지도 방법에 대한 필자의 견해를 정리하며 글을 맺고자 한다. 우선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한문 원문에 대한 독해를 포함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고전 읽기 지도는 꼭 교양한문 수업이 아니어도 가능하다. 그러나 다른 수업과 차별화되는 한문 수업의 강점은 학생들이 원전에 접근하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교양한문 수업을 통해서만 획득할 수 있는 ‘특수한’ 체험이다. 원문의 분량은 많지 않아도 된다. 본 수업의 경우 300자 내외 분량을 권장했다. 문장별로 문법 사항을 설명해야 하므로 너무 분량이 많으면 한 문장 한 문장 자세히 분석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초급 수업이라면 두세 문장으로도 충분하다. 대신 번역문 전체를 읽고 그것에 대한 비평과 감상을 작성하게 하면 된다. 가능하면 원문 독해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 좋다.
 또, 학생들 스스로 대상 작품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특별한 지침 없이 자유롭게 선택하게 해도 되고, 참고문헌이나 작품 목록을 제공해도 괜찮다.45) 수강생 수가 너무 많지 않다면 보고서 대신 발표로 진행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대상 작품이 겹치지 않도록 학생들 간에 조정이 필요하다. 물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라면 여러 명이 같은 작품을 선택해도 괜찮다. 작품 선택 자체가 능동적 고전 읽기의 첫 단계이며,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특정한 고전을 ‘왜’ 읽는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또, 본 수업의 특성상 한국의 한문 산문으로 제한하였지만 글의 갈래나 지역을 넓혀도 무방하다. 다만 문법 지식의 적용 학습을 염두에 둔다면 산문 작품이 적당하다.46)
 
45) 읽을 만한 고전 작품, 또는 고전번역서의 목록을 제시하면 좋다. 번역서와 함께 고전 관련 인문교양서를 소개할 수도 있다. 박동욱(2015; 2017)의 목록을 참고할 만하다.
 
46) 학생들 스스로 대상 작품을 선택하게 하는 것은 필자가 시행한 보고서 과제의 특징이며, 그러한 과정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 본고의 취지 중 하나이다. 그러나 다른 방식의 지도 역시 충분히 가능하다. 본고의 심사위원 중 한 분이 “현재 사회에서 이슈화 되고 있는 것을 제재 혹은 주제로 선정하여 학생들이 고전에서 그와 유사한 제재나 주제를 지닌 작품을 찾아보도록 하는 것도 나름의 고전 읽기 방법”이라는 의견을 제시해 주셨는데, 이러한 방식 또한 유용하다고 생 각한다. 
 
 비평과 감상 부분은 특별한 지침이 없어도 학생들 스스로 자유롭게 작성할 수 있다. 본 수업의 경우 이전 학기 보고서 서너 건을 샘플로 제공하고 있다. 샘플 보고서의 문법 설명과 번역문 파트를 예로 들어 해당 부분 작성법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비평과 감상에 대해서는 ‘작품 선택의 동기’, ‘작품의 의미와 이에 대한 자신의 의견’, ‘자신의 삶과 연관 지은 감상’, ‘작품을 통한 역사와 현재에 대한 성찰’, ‘작품의 문체상의 특징과 그것이 주는 느낌’ 등을 포함하면 되고, 작품 특성에 맞게 각자 원하는 스타일로 작성하라고 말해준다. 강의 시간이 허락된다면 해당 학기에 제출된 보고서를 전체 수강생에게 공개하고 이를 이용해 한문 고전의 독법과 비평적 글쓰기 에 대한 지도를 병행할 수 있다. 온라인 게시판을 이용하여 서로의 보고서에 대해 학생들 간에 의견을 교환하는 활동을 추가하는 방법도 있다. 작품의 번역은 정확해야 하지만 그 의미에 관해서는 다양한 논의가 가능하다. 일정한 해석을 강요하지 않되,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이고 분명하 게 표현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줄 필요가 있다.47)
 
47) 송혁기(2017)의 다음과 같은 언급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고전이 지닌 힘은 그 어깨에 올라탔을 때 확보되는 전망에 있다. 다름 아닌 그것이 바로 인문고전으로서의 한문교육이 지닌 전망이다. 중요한 것은, 학습자가 한문고전을 직접 만날 수 있도록 인도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해석의 여지와 공간을 학습자에게 넉넉히 열어주는 교수학습법의 개발이 필요하 다.”(43쪽) 
 
 대학 내에 고전 읽기에 관한 독립적인 수업이 자주 개설되면 좋겠지만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고전 읽기 수업이 있더라도 한문 고전은 그중 일부에 불과하며, 원문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전공 수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국문과나 사학과, 철학과 등 한문 고전의 독해가 필요한 전공에서도 학생들에게 원문 독해를 가르치는 수업은 많지 않다. 교양한문 수업에서의 고전 읽기 지도를 강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학생들은 작품을 선택하고 원문을 읽고 비평과 감상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한문 독해’와 ‘고전 읽기’의 방법을 배우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이후의 고전 독서를 추동하는 힘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한 번으로 그치더라도 그것대로 의미가 있다. 내 힘으로 한문 고전을 읽었다는, 잊지 못할 값진 경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다음과 같은 소감은 교양한문 수업에서의 고전 읽기 지도가 갖는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36] 내가 살고 있는 나라에서 불과 200여년 전에 쓰여진 글을 번역을 해서 보아야 한다는 것 에 아이러니를 느끼면서도, 이런 역사적 의미가 있는 글을 직접 번역해서 읽어 보았다는 것에 대 한 보람도 느껴진다. 외국의 고전들을 더 쉽게 읽을 수 있기에 우리 역사의 고전들은 멀게 느껴졌 었는데, 한문을 배움으로 인해 그 거리감이 좁혀진 것 같다. (原牧 / 2020−1 / 심리4)
 
  [37] 본인이 <격몽요결>을 처음 접한 때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 즈음이다. 9살 때 ‘서예’가 궁금 해서 서예학원을 다니게 되었고, 호기심으로 시작한 서예를 10년 동안 하게 되었다. 12살 때 즈음 에, 격몽요결의 다양한 덕목들을 직접 서예로 쓰게 되면서 처음으로 이 책을 접하게 된 것이다. 물론 그 때는 스스로 <격몽요결>을 해석할 수 없었다. 그랬기에 서예를 쓰는 와중에도 본인이 지금 쓰고 있는 것이 무슨 내용인지 알지도 못한 채로 쭉 서예를 써 내려 갔다. 그러나 스물 한 살이 된 지금에서야, 직접 <격몽요결>을 해석하고 저자의 서술 의도를 자세하게 알고 나니, 열 두 살 그 때, ‘<격몽요결>의 의미를 알고 서예를 썼으면 더 좋았을걸’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현재에 이르러서야 <격몽요결>에서 가르치고자 하는 바를 자세하게 알게 되었고, 앞으로 학습을 할 때에 <격몽요결>의 학습장에서 말하고자 하는 덕목을 되새기며, 스스로 견문을 넓히는 학습을 하고자 한다. (擊蒙要訣−讀書 / 2020−1 / 사회과학1)
 
  [38] 13년 만에 다시 읽은 비형랑 설화는 어릴 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 이 책을 쓴 저자는 나와 천 년 가까이 차이나는 다른 시절을 살아가던 사람이었지만, 동시에 이 설화 속 인물들과도 500년 이상 차이나는 다른 시절을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저자가 이 설화를 기록할 때 했던 생각과 지금 내가 설화를 읽으며 하는 생각이 어떻게 다를지도 궁금해졌다. 한자와 한문 을 공부함으로써 500년 전 사람이 쓴 글을 읽고, 그 사람의 생각을 간접적으로나마 나눌 수 있다 는 것이 정말 좋았다. (桃花女鼻荊郞 / 2021−1 / 인문1)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한문 고전에 흥미를 느끼고 깊이 있는 독서를 하게끔 이끌어 줄 수 있을까. 이는 대학의 교양한문 교강사들이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문제일 것이다. 필자가 시도한 고전 읽기 지도 방안 역시 그러한 고민의 산물이다. 본고는 관련 분야의 종사자들과 필자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다. 두루 질정을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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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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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박동욱(2017), 〈고전 산문 대중화의 현황과 전망−한문학을 중심으로−〉, 《국제어문》 제74집, 국제어문학회, pp.37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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